다시는 오지 마라
트럼프가 다녀갔다. 평생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키는 길 위에 서 있는 문정현 신부가 보름 정도 미 대사관 앞에 자리를 잡고 반전평화 새김전을 진행하는 동안 날마다 찬반 양쪽의 갈라짐을 지켜보는 일은 곤욕이었다. 자국민도 혐오하는 사람을 어찌 그리 반길 수가 있을까. 전쟁이 곧 평화라고, 북한을 폭격해야 한다고, 그러면 다 죽는다고 하면 죽을 각오가 돼 있다는 무리들의 외침은 아찔했다.
트럼프가 오던 날 광장은 막혔다. 트럼프가 광장 주변을 지나갈 때는 ‘행사’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사복경찰 떼가 사람의 벽을 쳤다. 우리는 작은 피켓을 들고 난간에 올라 그들의 머리 위로 흔들며 평화의 구호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장로교인으로서 성서를 아주 사랑한다는 트럼프가 가장 좋아한다는 성서 구절이란다. 그에게서 평화를 바랄 수 없다. 이런 사람 하나 오는데 이 난리라니 다시는 오지 않기를 바란다. 촛불조차 아깝다.
┃표지사진·글 정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