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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사법 권력

 

바람정책선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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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들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현직 판사의 비리 사건을 덮기 위해 통합진보당 사건을 이용하고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확인소송에도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행해졌던 일본군 위안부 한국·일본 합의와 그 결과물로 탄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에 양승태 대법원이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재판도 1,2심 판결을 뒤집고 대법원이 법외노조를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파업 노동자를 업무 방해죄로 처벌한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뒤집으려 하자 대법원이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적시한 문건이 공개되기까지 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의 재판청탁 민원을 수집하고 판사와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파악해 사찰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렇게 공개된 내용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가치인 3권 분립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하여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3권 분립으로 나타나는 권력

흔히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 3권 분립을 통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독립성은 신성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사법부는 법을 집행하는 기구로 판사는 헌법에 따라 오로지 법률과 본인의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입법부와 행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해 판사와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들이 설득력을 얻게 되고, 사법부는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독립적인기관인 듯 묘사되곤 한다. 그런데, 사법부는 이러한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가침의 권력을 전유한다. 그 결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재판권을 이용해 정치적 거래에 나설 수 있었다. 이는 사법부가 결코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독립성의 기저를 이루는 3권 분립이란 무엇인가?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 3권 분립이란 국가 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고 별개의 기관에 입법권·행정권·사법권을 분담시켜 상호 간 견제·균형을 통해 국민 주권을 보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나라에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므로 이것을 온전한 3권 분립이라고 하기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재판 거래 사건에서도 나타나듯이 입법·행정·사법부는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협력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국가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특정한 계급, 즉 자본가계급이 노동자계급을 지배하는 기구로 사용되지만 마치 사회구성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구인 듯 포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의 이익을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치환하고 국가의 경제 발전으로 등치시킨다. 이를 위해 국가 권력은 자본의 이해관계에 복무하면서 마치 전체 사회의 이익을 위하는 척 하는 것이다. 국가 권력을 구성하고 있는 입법·행정·사법부도 이같은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3분립이라는 것은 단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국가 권력은 언제나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에 복무할 뿐이다.

 

모든 권력기관에 대중적 통제가 필요하다

사실 사법부는 해당 재판들의 정치적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재판 결과가 정부와 자본에 이익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왔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 이는 재판 거래 대상이 된 재판의 결과가 정부와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게 나왔다는 점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조실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배판결 관련 보고에서는 일본과 합의를 체결한 박근혜 정부를 돕기 위해 각하또는 기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노동 관련 재판에서는 자본의 이익에 더욱 철저하게 편승하는 판결을 내렸다. KTX 승무원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의 고용책임을 부정한 판결을 내렸고, 콜트콜텍과 쌍용자동차는 부당한 정리해고라는 2심까지의 판결을 뒤집어 정리해고를 정당화 했다. 이외에도 노동자들의 임금, 기본권에서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고 반대로 자본에게는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정부와 자본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고, 노동자에게 적대적인 사법 권력은 어떠한 대중적 통제도 받지 않는 상태이다. 입법부나 행정부는 비록 4년이나 5년에 한 번 뿐일지라도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고 권력을 위임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에는 이러한 형식적인 위임 절차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선출되지도 않고 그에 따른 책임도 없는 국가 권력이기 때문에, 사법부는 교묘하지만 더욱 노골적으로 정부와 자본의 이익에 편승한다.

따라서, 사법 권력에도 대중적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임에도, 특히 대법원의 경우 판결에 대한 불가역적인 결정권을 장악하고 있다. 입법이 선출된 대표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면, 그 법을 판단하는 사법기관 역시 선출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법원장 등 사법권력을 선출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에서 보듯이 선출만으로는 대중적 통제를 담보할 수 없다. 선출을 넘어서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금과 같이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닌 대중의 의지가 반영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보수 세력은 재판이 대중의 법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인민재판운운하며 그것이 마치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인 양 비난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대중적 통제가 없는 권력은 철저히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복무한다는 것을 이번 대법원 재판거래 사태는 여실히 증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출과 함께 모든 사법 권력이 작용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개입과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그것이 3권 분립 같은 허울 좋은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미온적인 사법개혁과 피해자 보상 조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대중적인 적폐청산 염원이 분출했고, 수많은 적폐 중에서 사법 적폐의 청산도 중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을 내세운 바 있다. 그에 따라 사법 개혁도 추진하려 했지만, 사법 구조의 정비보다는 인적 청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부역했던 전·현직 판사들을 퇴출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로 인해 사법 구조에 대한 개혁 요구는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의 미온적인 사법개혁과 더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재판 거래의 피해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는 대선 공약으로도 바로 잡겠다고 했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법외노조 철회 권고도 있었지만, 청와대는 법외노조 직권 취소는 힘들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자동차 복직문제 관심을 가져 달라는 한마디 이외에는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 사법적폐 청산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재판 거래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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