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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폭염과 자본주의,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레드 플래닛’ 되어가는 지구,

문제는 자본주의다


홍미희┃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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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시베리아의 기온이 38℃까지 올랐다. 인도양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이상 폭우 현상이 벌어지는 한편, 주변국에서는 대형 메뚜기떼가 창궐했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중요한 삼림원이지만, 코로나19로 관리감독이 허술해진 틈을 타 불법 벌목이나 방화(삼림에 불을 질러 경작지를 넓히는 등)가 늘고 있다. 이미 서울시 면적 3배 이상의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880년 기후관측 이래 올해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기상청도 ‘올해 여름 날씨가 평년기온인 23.6℃보다 0.5~1.5℃ 더 높고, 작년 평균기온보다 0.5~1℃ 더 높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폭염일수도 2배 이상 증가해 20~25일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폭염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한편 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이 멈추자 지구가 달라졌다. 인도에서는 정부가 봉쇄령을 내려 공장 가동과 차량 운행을 중단하면서 매연이 줄어, 최대 도시인 뭄바이의 스모그가 사라졌다. 이탈리아도 관광객 수가 급감하며 베네치아 운하의 수질이 개선됐고 물고기가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대기질이 개선되면서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보다 최대 8%(약 26억 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당시 그 전년도(2007년)보다 4억 5천만 톤이 줄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보다 6배나 더 많은 배출량이 감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대기중 이산화탄소 평균농도는 417.1ppm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이산화탄소는 한번 배출되면 100년 이상 지구에 남아 온난화에 영향을 끼친다. 자본주의적 경제활동이 지속하는 한, 올해 같은 이산화탄소 저감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폭염의 피해는 동등하지 않다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행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은 지난 30년간 기온이 1.4℃ 상승하는 한편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급격한 기온상승으로 매년 온열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올해 첫 온열질환자가 나온 이후 한 달 동안 29명이 더 늘었다. 이는 과거 같은 기간의 통계와 비교하면 70% 이상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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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 가운데서도 실외작업 노동자를 비롯한 취약층의 피해가 더 크다. 지난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발표한 <2018년 폭염에 의한 건강피해 심층조사 연구>에 따르면, 실외 온열질환의 경우 28.1%가 작업장에서 발생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실내 온열질환은 집에서 발생한 비율이 13.8%로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단순노무직을 포함한 ‘기타’ 직군이 37.5%로 가장 높았고, 노숙인을 제외한 ‘무직’이 20%를 차지했으며, 이 두 집단이 전체 온열질환자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폭염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 늘고 있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예방지침’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마련했던 ‘무더위 쉼터’나 마을회관 역시 집단 감염 우려로 폐쇄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진짜 문제는 자본주의


기후위기 현상 중 하나인 폭염 문제는 환경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위기는 자본주의 체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하듯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산업화 이후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으로 명백하게 진행되고 있고, 20세기 후반에 관측된 많은 기후변화는 지난 수십‧수백 년간 전례가 없는 현상이며,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폭염‧폭우‧폭설의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


따라서 기후위기의 해결은 개인의 의지나 실천, 또는 이른바 ‘착한 소비’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이윤 중심의 산업구조 해체와 사회적 통제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잉생산을 없애고 경제구조 자체를 ‘필요에 따른 생산’으로 전환하는 게 필수적이다. 기후위기로부터 비롯된 문제는 사회구조의 변혁 없이 해결할 수 없다.


지난 7월 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대통령의 ‘그린뉴딜’ 언급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나온 계획이다. ‘한국판 그린뉴딜’은 ‘탄소중립(Net-Zero, 탄소배출량 제로)’을 추진방향으로 설정했지만, 구체적 계획과 내용은 물론이고 의지와 전망도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성장 중심 계획과 ‘그린 워싱(실제로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지만,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본래의 ‘그린뉴딜’은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듯 ‘경제위기를 극복해 성장으로 이어지는’ 그린뉴딜은 가능하지도 않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대안은 위기의 원인인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속에서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지금처럼 상층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활발한 사회운동과 결합할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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