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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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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생존을 위한 대안, 항공산업 국유화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발뺌하는 정부여당…

저가항공사 한데 묶어 

국유화하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박이삼 위원장을 만나다


백종성┃조직‧투쟁연대위원장



* ‘공정’ - 최근 각종 비리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스타항공 실질경영자이자 민주당 2선 국회의원 이상직이 지난 2019년에 출간한 책의 제목이다. 출판기념회를 빛낸 면면이 자못 화려하다. 전주시장 김승수, 전북도지사 송하진, 국회의원 송영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김성주,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문성현이 참석했다. 여기에다 당시 민주당 대표 이해찬, 국무총리 내정자 정세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 교육부 장관 유은혜,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송재호 등이 축사를 했다고 한다. 한동안 ‘이상직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 표명조차 없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최근에야 민주당은 이상직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했지만, 이상직은 징계가 아닌 ‘자진 탈당’을 택하며 의원직을 유지했다).


문제의 이스타항공은 2019년부터 퇴직충당금과 2020년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료를 체납했고, 올해 2월부터 1,600명 전 직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4월부터는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 4월 1일 이스타포트 등 자회사‧하청회사 계약 해지를 시작으로 5월까지 500명을 감축한 데 이어, 8월에는 97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고, 9월 7일 마침내 605명을 해고했다. 또한, 해고 명단에 올랐으나 육아휴직 중인 관계로 이후 해고될 노동자들과 정비인력을 포함해 117명이 추가로 해고될 전망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정부가 유급‧무급휴직 시행 기업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이조차 받지 못했다. 회사가 고용보험료를 체납해 고용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무려 8개월 동안 임금이 끊긴 노동자들의 사재 출연 요구에, 212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상직은 ‘지금 가진 재산이 아파트 한 채밖에 없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항공산업 대량해고 사태, 노동자들은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박이삼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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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9월 7일 해고 통보 이후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임금 체불이 8개월에 달하는 상황이라, 새롭지도 않을 정도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이미 벼랑 끝에 있었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나가야 한다. 다들 이곳저곳에서 건설 노동자, 택배 노동자, 배달 노동자, 편의점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회사가 고용보험료 5억 원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정부의 고용지원금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2019년에 회사는 퇴직급여충당금 65억 원도 적립하지 않았다. 얼마 전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분들에게 퇴직금조차 주지 않은 상황이다.



해고 통보를 받지 않은 노동자들도 비슷한 처지인가?


보통 정리해고를 발표하면 ‘산 자’와 ‘죽은 자’가 나뉜다고 하는데, 이스타항공에는 ‘산 자’가 없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지 않은 노동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비사들은 임금 없이 일하고 있다. 사측은 이미 2월부터 임금 체불을 시작했으면서도, 3월에 인수계약을 맺었던 제주항공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린다(애경그룹 계열사 제주항공은 올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7월 이를 포기했다). 제주항공이 잘했다는 말이 아니라,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그만큼 파렴치하다는 거다.



이스타항공 실소유주인 이상직 일가의 비리가 하나하나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항공산업 근무경력이 전무한 16세, 26세 자녀들을 이스타항공 지배주주로 세운 승계과정, 친형 이경일을 앞세운 횡령으로 추정되는 비리, 심지어 법인 명의로 된 포르쉐 운용과 위장이혼 의혹까지 갖가지인데.


이스타항공은 이전까지 멀쩡히 운영되다가 코로나로 갑자기 위기를 맞은 게 아니다. 이상직이 계획적으로 회삿돈을 빼갔다고 본다. 일본과 무역갈등이 불거진 2019년의 결손금 처리 내역을 보면, 티웨이항공 등 동종업계 저가항공사는 대략 18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은 무려 1,147억 원을 ‘결손금’으로 처리했다. 심지어 무역갈등으로 타격을 받은 일본 노선 비중은 티웨이항공이 더 높은데도 말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이스타항공에서 불법적인 자금 유출이 이뤄졌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제는 언론에서도 많이 다뤘지만) 과거에 이상직이 인수한 KIC 등 기업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봐야 한다. 이미 언론은 이 회사에서 이상직이 700억 원대 배임‧횡령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원래 철강‧플랜트 전문업체였던 KIC를 인수한 뒤 그 회사가 이상직의 가족회사에 수백억 원을 대여하게 하더니,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도 않고 손실로 처리했다. 이렇게 KIC라는 회사는 이상직의 손을 거치더니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이게 사기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 때문에 노동조합에 함께하지 못한 비조합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대응과 함께 이상직의 비리가 널리 알려진 후 노동조합에 대한 우호적 여론은 이전보다 늘었는가?


누가 만든 위기이건 간에 위기 자체는 사실인 만큼, 비조합원들이 투쟁에 나서기까지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전에 ‘일단 제주항공에 인수되는 것이 중요하니 체불임금은 포기하자’며 찾아온 직원도 있었다. 게다가 사측은 지금도 엄청나게 노-노 갈등을 유도한다. 회사 내부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보면, 내용상 간부급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노조 비방글이 계속 올라온다. 이런 조건이니만큼 비조합원이 용기를 내기는 분명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응원하는 비조합원들, 지금 당장 함께하지는 못해도 성원을 보내는 여론 역시 분명히 있다.



사측은 제주항공과의 인수계약이 무산된 이후, 재매각을 추진한다고 한다. 인수 의향 업체 8곳 정도와 협의가 진행 중이며 10월 중순까지 사전 주식매매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인데,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현재 항공산업 상황을 보자. 이스타항공만 위기인 게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도 사정이 안 좋아 사실상 매물로 나와 있다. 다른 회사가 진 빚은 그래도 이자를 지급하면 관리가 가능한 은행 부채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의 문제는 ‘미지급금(체불임금, 조업비, 유류비 등)’이다. 이스타항공이 진 빚이 훨씬 악성부채라는 말이다. 그런 조건을 우리가 모르나?


사측이 이스타항공 재매각에 전망이 있다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믿을 만한 근거를 내놔야 하는데, 전혀 없다. 그저 노동조합을 눌러 앉히기 위한 감언이설뿐이다.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이 이스타항공 슬림화를 요구해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고, 인수 후에 재고용하겠다’는 게 사측 주장이다. 정말 인수 의향 기업이 있다면 재고용 확인서를 받아오든가, 고용을 보장할 법적 효력이 있는 걸 내놓아야 하는데 그 어떤 것도 내놓지 않았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재고용되는 데 10년 걸렸다. 이런 조건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은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다.



노조가 공개적 대응에 나선 이후 이상직 비리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침묵하던 민주당도 이상직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등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민주당 행보를 어떻게 보는가?


민주당이 이상직을 탈당시키거나 제명하는 선에서 끝난다면 의미가 없다. 이상직을 제명하고 나서 ‘이제 이상직은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다. 이상직이 자본금 3천만 원짜리 유령회사를 만들어 자녀들에게 불법적으로 승계했다는 제기, 배임과 횡령을 저질렀다는 제기가 올해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설마 민주당은 이상직을 꼬리 자르고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고 발뺌할 것인가?



‘저가항공사를 비롯한 항공산업 전반이 포화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앞으로 이스타항공의 소유-운영 구조에 대한 노조 차원의 구상이 있는가?


그 포화 상황을 대체 누가 만들었나? 정부다. 당장 지난 2019년에 정부가 신규 면허를 내준 저가항공사만 3개다. 일말의 산업 통제도 없이 극심한 공급 과잉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한 꼴이다.


현 상황에 대한 정부 책임은 크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가령 티웨이항공 등 동종사를 묶어서 국유화하고, 이후를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현재 정부가 표방하는 대외적인 기조는 ‘고용 유지’다. 더군다나 정부에게도 항공산업 위기의 책임이 큰 만큼, 실제 고용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항공산업 전반이 위기다. 어떻게 싸워나갈 계획인가?


무엇보다 이상직의 책임을 더욱 많이 알려 나갈 것이다. 오는 10월에는 민사소송과 더불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것이고, 한편으로 국정감사 준비도 하고 있다. 반드시 파렴치한 이상직을 국감장에 세워야 한다. 우리가 비록 소수노조지만, 힘을 낼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동참이 중요한 만큼, 연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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