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여성들의 투쟁에 연대할 것이다
-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를 맞으며
작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의 한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당했다. 정부와 경찰은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 환자의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공용화장실 관리·감독 강화,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체계 강화라는 엉뚱한 대책으로 사건을 무마하고자 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 사건을 성차별적 사회구조 속에서 가부장적, 여성혐오적 문화가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여성혐오 살해사건으로 규정하고 추모와 투쟁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오늘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가 되는 날이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을 계기로 여성들은 성차별, 여성에 대한 멸시와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포함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여성혐오’로 명명하기 시작했다. 길고 부당한 여성차별의 역사 속에서 불편함과 피해를 견뎌왔던 여성들은 ‘여성혐오’라는 단어 선택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는 언어를 획득했다. 여성들은 용감해졌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하기를 시도했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부당함에 맞서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이후 문화예술계에서 묻혀있던 성희롱 성폭력 사건의 폭로 등 각 영역에서 여성들의 말하기가 시작되었고, 여성들은 크고 작은 모임을 함께 꾸리면서 저항할 무기를 만들었다. 여성들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의 의미를 규정하는 투쟁에서, 정부의 ‘임신중절수술 처벌 강화’ 계획으로 촉발된 ‘낙태죄 폐지’ 투쟁에서, ‘탄핵정국 속 여성혐오와의 싸움’에서 투쟁의 주체로 등장했다.
여성들이 싸워온 지난 1년 동안, 여성혐오는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된 화두로 떠올랐고, 가려졌던 여성들의 피해와 경험은 수면 위로 끌어올려 졌다. 그러나 아직도 ‘출산지도’ 따위나 내놓으며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인식하는 정부의 인식은 변한 것이 없다. 여성을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만 활용하는 자본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성별 임금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경력단절 여성노동자들로 채워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감금·폭행·강간한 가해자에게 사법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이혼조정 기간에 부인을 납치해 이틀간 이불가방 속에 가두고 갖은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게 고작 3년 형을 선고하는 한국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이별 통보에 죽음을 각오해야 하고, 밤길을 걸으며 뒤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를 살펴야 하며, 공개적인 납치·성폭력 예고에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떨어야 한다. 공공연한 여성혐오 발화도, 여성에 대한 폭력도 일상적으로 용인된다.
우리는 대선후보가 돼지발정제로 강간 모의에 가담한 사실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사회,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소수자 혐오에 눈감은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한 피해자에 대한 추모를 넘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고 있는 여성들의 투쟁에 함께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고 혐오를 양산하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2017년 5월 17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