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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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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과 물량에서 건강과 삶을 우선하는 현장으로!


 두원정공 노동조합은 임금과 물량에 매이는 현장이 아니라 조합원의 건강과 인간다운 삶을 우선하는 현장으로 바꾸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주간연속 2교대 전환 투쟁을 벌였다. 투쟁 과정에 대한 이야기, 주간연속 2교대 전환 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엄정흠 조합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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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간연속 2교대 이전까지는 노동시간이 얼마나 됐나.

A 한국노총 시절인 2000년까지는 주야 맞교대를 하면서 2~6시간까지 늘상 잔업을 했다. 그보다 전에는 철야라고 해서 24시간 근무하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심지어는 철야를 한 다음 8~10시간 철야특근까지 한 달에 15번을 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회사에서 그냥 살았다고 보면 된다. 2001년에 민주노조로 전환하면서 노동조합이 잔업을 통제하면서 그나마 많이 줄였다.

 

Q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 들었다. 어떠한 활동들이 있었나.

A 2008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조합원 교육을 통해 심야노동과 건강권의 문제를 알리고 임금과 물량에 매인 현장을 바꿔보자고 설득했다.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 간담회 등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이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니까 조합원들이 처음엔 몸에 적응한 노동시간, 교대제를 바꿔야 하고 임금이 줄거나,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회사와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니냐 등 반발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었다.


Q 이 과정에서 ‘3무 원칙을 강조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달라. 

A 3무 원칙은 노동강도 강화 없는, 고용불안 없는, 임금하락 없이 주간연속 2교대를 쟁취하겠다는 노동조합의 의지이자 원칙이었다. 주간연속 2교대를 준비하면서 우리 사업장도 그렇고 다른 사업장도 노동시간을 줄이고 교대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임금을 맞추기 위해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노동강도를 그대로 두기 위해 임금을 줄이거나,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정서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3무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싸웠다. 노동강도가 높아지면 애초 조합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시간 단축, 주간연속 2교대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장에선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가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하고 나서 타 사업장에서 강연, 설명회 등을 줄지어 요청했었다. 타 사업장 동지들이 종종 이렇게 묻기도 한다.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임금이 중요하냐? 노동시간 줄이는 게 중요하냐?” 그래서 굳이 꼭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저는 노동시간을 택한다고 답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건 현장의 제도를 개선하는 것인데 제도 개선은 전체 조합원의 주/야간 근무, 가정사, 출퇴근 거리 등등 요구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 그래서 노동시간은 개선할 수 있는 기회에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면 손대기 어렵다. 반면 임금은 매년 임단협을 노동조합이 하고 있고, 실제 조합원들이 임금에 대한 필요와 투쟁에 의지도 높아서 이후에라도 보완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 전환 이전과 이후 현장의 노동시간 변화

 

기존

교대제 전환 이후

주간

8시반 ~ 19시반 퇴근

8~ 16

야간

19시반 ~ 다음날 620

16~ 24


Q 주간연속 2교대 전환 이후 무엇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A 출근하는 조합원들 인상이 바뀌었다. 야간조가 출근할 때면 다들 인상을 팍 쓰고 지친 몸으로 출근했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조합원들이 부부 및 자녀 관계가 좋아졌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 자녀가 있는 조합원들은 특히 유대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부부와의 관계는 이전에는 자기도 바쁘고 몸도 힘들고 그래서 만사가 귀찮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생기니까 대화도 많아지고 여행을 간다든지 같이 운동을 한다든지 이런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많이 바뀐 건 삶의 중심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조합원에게 가장 중요한 게 잔업과 특근이었다. 이전에는 라인별로 여행을 가려고 잡았다가도 특근이 잡히면 회사에 갔다. 그런데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하니까 이제는 라인에서 야유회 가는데 특근이 잡혀도 야유회를 간다. 조합원들이 더 이상은 돈만 버는 기계처럼 살지 않겠다고 삶의 태도를 바꾼 거다.

 

Q 두원정공의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변화가 있었나.

A 현대차가 주간연속 2교대로 전환하면서 다른 완성차, 금속노조 현대차 부품사 노동조합이 주간연속 2교대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두원정공 노동조합처럼 된 곳이 드물다. 상황을 보니까 노동조합 집행부가 노동시간이 줄어서 임금이 줄어드는 점을 조합원에게 어떻게 설득할 거냐는 두려움이 있더라. 그러다 보니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전환했다. 그 결과 자본은 노동시간이 줄어도 똑같이 물량을 맞춰주니까 손실이 없고, 노동조합도 임금을 보전했으니 양쪽 다 반발 없이 진행하게 된 거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각 사업장마다 상황과 조건이 달라서 무조건 비판하지는 않는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선 노동시간 자체를 줄인 것, 야간노동을 폐지한 것 자체의 의미는 크다. 관건은 이 파장이 지금은 금속 중심이지만 전 산업으로도 확장돼서 노동자들이 임금과 물량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삶을 우선하는 인식의 변화, 실제 현장의 변화를 계속 만들어내고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인터뷰=재현사회운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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