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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성원이 함께

비정규직 없는 대학 만들기에 나서자

 

바람학생위원회

 

 

연초부터 대학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연세대에서는 3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정년퇴직했지만 대학 당국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다. 고려대, 홍익대, 동국대, 인덕대, 덕성여대도 청소·경비·시설 노동자에 대한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빗발칠 때마다 가장 먼저 최저임금 무력화를 시도한 곳이 교육기관인 대학이었다.

 

대학가의 청소노동자 구조조정

지난여름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된 후 연세대는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사전 기획했다. 20178월 연세대 당국이 작성한 노무문제 현안 보고라는 내부 문건은 구조조정이 매우 발 빠르게 준비되고 있었음을 입증한다. 이 문건에는 민주노총과의 임금협상 현황과 학교 측의 대응 방안을 적시하고 있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장기적인 방안으로서는 정년이 도래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신규 채용하지 않고 인력을 축소하여 운영함으로써 인건비 증가에 대응할 계획임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이러한 기획대로 신규 용역업체는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전일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결원을 충원하지 않고, 3시간짜리 단기 알바로 대체했다. 그러나, 연세대를 비롯한 대학의 인원감축 구조조정 공세는 노동자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연세대, 동국대, 홍익대에서는 본관 점거 농성 투쟁을 진행했고, 고려대에서도 거의 한 달 간 매일 집회를 벌이며 투쟁해왔다.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학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벌어진 것을 두고 사회적 비판 여론도 거셌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적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정부도 대학 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그 결과 고려대와 홍익대는 구조조정을 철회했고 투쟁은 승리로 귀결했다.

 

수천억의 재단 적립금 쌓아놓고 돈 없다는 대학

사회적 비판 여론이 강력한 배경에는 대학의 이중적 태도에 기인한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대학 측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등록금 동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에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하지만 재정이 부족하다는 대학 당국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학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대학별 국고보조금 중 연세대는 3,105억 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또한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는 79,629억 원이다. 재정이 부족하여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없다던 홍익대, 고려대, 연세대는 적립금 규모에서 각각 1, 3, 5위를 차지하고 있고 모두 5천억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 지난 2011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등록금을 남겨 적립금으로 쌓지 못하도록 했지만, 건물의 감가상각비만큼 적립금을 불릴 수 있는 길을 터주면서 대학들은 등록금으로 재단 적립금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5천억이 넘는 적립금이 쌓여 있어도 대학들은 이 어마어마한 돈을 교육, 시설 확충 등 대학 구성원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대학에 상업시설을 확충하거나 증권 투자 같은 돈놀이를 하면서 적립금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이 부족해서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없다는 대학 당국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이 만연한 대학 - 우리 모두의 문제다

수천억 원의 재단 적립금과 더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경비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청소경비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대학 역시 기업,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사업장에서의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주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형태로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고용한 것이다. 이들 대학의 비정규직 고용은 갖가지 형태의 간접고용으로 이루어졌다. 용역업체를 통한 외주화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비핵심 업무에 대한 외주화로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대학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비정규직으로 인한 폐해는 비단 청소경비 노동자들에게만 국한하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 교직원, 비정규직 교수 등 대학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비정규직화되어 고통 받고 있다. 대학이 사유화되어가고, 기업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학과가 구조조정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하는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은 쉽게 배제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대학 구성원들이 함께 나서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비정규직 없는 대학 만들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대학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당국의 공적 책임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대학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본격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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