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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실존적 위협인 핵 산업계의 탐욕에 맞서

탈핵운동의 지평을 열자

 

정용경사회운동국장


 

2011311,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다가 고개를 무심코 들었다고 기억한다. TV 화면에는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떴다. 곧이어 쏟아져 나온 처참한 광경들. 규모 9.1의 추가적인 강진과 그 뒤를 이은 쓰나미는 드넓은 논밭 위로 건물들을 부수고 당기며 모든 것을 초토화시켰다. 숲 속의 나무들도 이쑤시개더미처럼 허물어졌다. 마치 지구의 종말처럼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종말은 논밭이나 숲에 있지 않았다. 이윤에 눈이 멀어 사회의 안전을 어떻게든 팔아넘기려던 민영 전력회사 도쿄전력TEPCO의 욕심이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오후 346, 15m 높이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를 덮쳤다. 지진 발생 8일 전, 문부과학성의 지진조사위가 쓰나미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경고삭제를 요구하며 5.7m의 쓰나미 방호벽만 철석같이 믿다가 결국 천재天災를 인재人災로 키워버렸다. 이는 전적으로 도쿄전력 본사 간부들이 원자로 복구비용을 아끼려는 욕심으로 해수 주입 냉각 결정을 미뤄서 발생한 일이었다. 그 결과, 제대로 측정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을 대기와 바닷물로 유출시킨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 이후 역사상 두 번째의 7등급 핵발전 사고로 번지게 되었다. 핵발전소 주변 30km 지역은 철수 경고가 내려졌다. 대책 없이 피폭된 핵발전소 노동자들과 자위대 군인들에게는 철수 경고를 숙지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언론은 이 피해자들을 영웅'으로 호명하며 본질을 은폐했다.

 

현재진행형인 후쿠시마

2016, 피난지시령이 내려졌던 일부 지역은 귀택곤란지역에서 해제되었지만, 지금까지도 관공서에만 불이 들어와 있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으려 해 사실상 유령마을이 되어 가고 있다. 핵발전 피해지역 피난자 5만 명을 비롯한 일본인들이 아베 정권과 도쿄전력이 이야기하는 안전'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학습한 까닭이다.

사건 발생 후 6개월째에, 방사능 오염 지역의 소염청소노동자들이 특수근로수당 1만 엔 중 5500엔을 갈취당해 왔으며 다단계 불법하청업체들이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은 상태였음이 밝혀졌다. ‘비교적 안전하다'라는 당국의 거짓말과 달리 대피지역 인근 토양의 방사능 수치는 일반 토양의 400배까지 육박했으며, 20182월 현재까지 최소 백 수십만 톤 이상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현재까지도 후쿠시마 냉각시스템은 임시시설물에 불과하며, 오염수를 바닷물과 분리하는 것은 실트천silt tarp 두 겹뿐이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이 오염수를 정화할 방법이 없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는 소아갑상선암, 백혈병, 혈액암의 발병률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검찰은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관계자를 전원 불기소 처분했고, 중의원은 특정비밀보호법을 통과시켜 후쿠시마 사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수작을 펼치고 있다.

아베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수습을 위해 최소 4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제대로' 처리한 사용후핵연료조차도 맹독성 방사능을 없애려면 최소 1만 년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매일 3,000명에 달하는 후쿠시마지역 오염물질처리노동자가 입고 쓰고 버려야 하는 보호 장구와 각종 장비들도 하루 만에 맹독 수치 방사능에 노출되어 방사능오염물질처분의 대상이 된다. 그들의 건강도 성치 않을 것은 물론이요, 매일 매일의 방사능 쓰레기가 벌써 45,000면적을 채울 만큼 쌓여왔다.

 

한반도의 실존적 위협'을 마주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에서 여실히 보아왔듯, 노동자를 극악한 방식으로 착취하면서 모두의 신체, 삶터, 생명을 한꺼번에 파괴하는 핵산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죽음과 착취와 재앙의 줄타기를 통해 이윤만을 추구하는 악덕 카르텔이자, 영구적 파괴의 진앙이자, 정경유착의 심장부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핵발전소의 구조적 치명성의 문제를 언급 않고, ‘깨끗하고 저렴한 전기 개발'안전하다'라는 거짓말을 이용해, 정부와 결탁한 핵마피아들은 한국에서도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열 개도 안 되는 핵발전기술회사들이 독과점과 담합, 비자금 청탁 등의 방식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결탁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한국에서 건설, 가동 중인 핵발전은 전부 도시바' 자회사인 한 핵발전기술회사의 기술력에 기대고 있는데, 이 회사는 후쿠시마 핵발전 3, 5기의 설립과 운영에 기술력을 제공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핵공약을 지키지 않고, 탈핵로드맵을 제공하지 않으며, 핵발전소 증설 계획을 계속 추진하면서, 핵폐기물 관리와 사용후핵연료 연구 등에 있어서도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계획 추진을 일삼는데,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핵발전소에서의 방사능 노출과 관련된 파괴적인 상황들은 무조건 산재임과 동시에 인재이다. 파괴와 죽음을 당연시하는 자본의 도박 속, 전 인류적 실존적 문제인 핵문제에 당면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오는 310, 후쿠시마 7주년 집회에서 탈핵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자. 모든 종류의 핵으로부터의 자유,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개발을 촉구하는 것이야말로 노동계급뿐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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