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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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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4.14 21:38

장에 좋은 음식(2)

 

박석준한의사(흙살림동일한의원장, 동의과학연구소장)

 


메기장(직미稷米)

전근대 사회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직社稷을 지키는 것이었는데, 여기에서 는 토지의 신이고 은 곡식의 신인데, 기장을 말한다. 그런데 기장에는 두 종류가 있어서, 차진 것을 기장[] 또는 찰기장이라고 하고 차지지 않은 것을 메기장[]이라고 했다(<본초강목>). 쌀을 차진 찹쌀과 그렇지 않은 멥쌀로 나누는 것과 같다. 밥을 지으면 푸석푸석하고 향이 좋아서 모든 곡식의 우두머리로 치며 오행의 토에 속한다. ‘향기香氣라는 말도, 원래 메기장으로 밥을 지을 때 나는 냄새를 말했다. 밥을 지어 먹으면 속을 편안하게 하며 비장의 기를 길러준다. <동의보감>에서는 늘 먹어도 좋다고 했는데, 성질이 차서 몸이 찬 사람이 오래 먹으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메기장을 먹으려면 다른 곡식을 같이 넣어 잡곡밥을 짓는 것이 좋다. <증보산림경제>에는 좁쌀, 기장쌀, 멥쌀 각 2되에 청량미 5, 7, 검은 콩 1홉을 함께 섞어서 밥을 지으면 아주 달고 향긋하다고 하였다(청량미는 푸른빛이 나는 생동쌀이다).

 

좁쌀(속미粟米)

좁쌀은 조라고도 하는데 비장의 기를 도와주는 곡식이다. 죽을 쑤거나 밥을 지어 늘 먹으면 좋다. 좁쌀은 비장만이 아니라 콩팥의 기운도 북돋아 준다. 그래서 소변도 잘 나오게 한다. 한때는 보리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량만 생산된다. 쌀이 남아나고 맛이 좀 떨어지는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좁쌀은 비장의 기를 튼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칼슘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특히 골다공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더 없이 좋은 곡식이다. 우유는 오히려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있기도 하고(티에리 수카르, <우유의 역습>) 요즈음 생산되는 우유는 항생제와 호르몬,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육류의 섭취 등으로 그 품질을 거의 믿을 수 없으므로 안전한 좁쌀을 넉넉히 먹는 것이 좋다. 유아와 임산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좁쌀은 성질이 약간 차지만 쌀과 같이 밥을 지어먹거나 죽으로 먹으면 아무 상관없다.

 

진창미(陳倉米 묵은쌀)

진창미는 창고에서 몇 년 묵은 쌀을 말한다. 보통 3~5년 정도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런 묵은쌀을 쓴다. 오래 묵은 쌀은 비를 따스하게 한다. 끓여 마시면 좋다. 비위가 약하여 잘 체하고 토하기도 잘 하며 입맛이 없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찹쌀(나미糯米)

찹쌀은 맛이 달아서 비장의 곡식이라고 한다. 단맛은 오행으로는 토에 해당하는데, 토에 해당하는 장기는 비장이기 때문에 맛이 단 찹쌀을 비장의 곡식이라고 한 것이다. 비장에 병이 있거나 약한 사람이 먹는데, 끓여 마시면 좋다. 물론 밥을 지어 먹어도 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찹쌀의 성질을 차다고 하였다. 그러나 따뜻하다고 말한 의서가 많다(예로 <명의별록>, <천금방>, <본초강목> ). <동의보감>에서도 설사를 그치게 하고 열을 내게 한다고 하였으므로 따뜻한 성질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특히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소음인은 찹쌀을 많이 먹어도 좋다. 다만 먹을 때는 떡을 빚어 노릇노릇하게 구워먹으면 더 좋다.

한편 <동의보감>에서는, 찹쌀은 여러 경락을 막는다고 하였고 오래 먹으면 몸을 무르게 한다고도 하였다. 경락을 막는다는 것은 찰지기 때문일 것인데, 이는 오히려 삭지 않은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이나 쉽게 허기지는 사람, 허기가 지면 힘이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이 된다. 또한 강직성 척추염과 같이 몸이 굳어가는 사람에게도 좋은 음식이 된다.

 

보리(대맥아大麥芽)

보리는 성질이 차다. 밥을 지으면 부슬부슬한 것이 찹쌀과 정반대다. 찹쌀이 소화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에 비해 보리는 바로 소화된다. 씹어보면 거칠면서도 미끌미끌한 느낌이 든다. 대개 쌀밥에 익숙해진 사람은 보리밥을 좋아하지 않지만 보리는 비장의 기를 보해주는 훌륭한 곡식이다.

과거에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는데, 봄에는 약간 서늘한 음식을 먹어야 하므로 특히 봄에 먹는 보리밥은 아주 좋은 음식이 된다. 또한 미끌거리는 성질 때문에 몸 안의 나쁜 것들을 내보내는 효과도 있다. 피와 혈관을 맑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보리를 오래 먹으면 풍에 걸리지 않는다고도 하였다.

보리밥을 먹고 나서 방귀가 잦게 되는 것은 보리가 기를 내려 보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상기上氣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삶아 먹거나 가루 내어 먹어도 좋다고 했는데, 가루 내어 먹을 때는 한 번 볶아서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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