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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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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향한 발걸음 ,
멈추지 말자 

 

임용현기관지위원장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과 구조 방기의 이유는 온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참사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면서, 책임자 처벌 역시 하염없이 지체되고 있다.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초유의 사태에서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던 국가는 그때 도대체 무얼 했는지, 보다 많은 이윤을 위해 안전은 뒷전으로 내몬 기업들은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진상규명을 가로막는 방해세력의 집요한 은폐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유가족들과 시민사회의 노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년은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단지 해상 교통사고 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세력과,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이윤 만능의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 문제이자 인재人災로 규정하는 세력 간의 화해할 수 없는 투쟁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투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의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직시해야 하는가.

 

재난참사에 취약한 위험사회

세월호 참사는 사고 예방-사고 대응-후속조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재난참사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우선, 사고 예방 단계에서 기업이나 정부가 수익 증대를 위해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취급해온 관행은 대형 참사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밑불을 제공했다. 당시 세월호 선사였던 청해진 해운이 낡은 선박을 무리하게 증개축해 결과적으로 선체의 복원력을 악화시켰던 배경이나, 승선 인원 수를 초과하고 화물차량을 과적했던 근본 원인도 운항 수입을 증대하기 위해서였다. 안전 운항에 관한 국가의 관리 권한과 책임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헐거워진 배경 역시 맹신에 가까운 규제완화 정책에 있었다. 이렇듯 기업과 정부가 이윤 추구에만 골몰할 때, 생명과 안전은 쉽게 도외시될 수밖에 없다.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과 정부를 강력히 처벌해야만 재난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민관 차원의 노력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세월호 좌초 직후의 대응 과정에서도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인명 구조 활동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구난구조 업무에 실패한(사실상 시도조차 하지 않은) 해경이 당시 민간 선박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점은 국가의 재난대응 역량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되풀이하며 침몰하는 세월호 안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먼저 탈출했던 세월호 선장이나, 구조에 실패한 해경 123정장 등에 한정된 처벌은 참사를 초래한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 대신, 개별 행위자들의 도덕적 해이나 과실만 책임 추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일터 곳곳에서는 이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담당 의료진이 줄줄이 구속되었을 때에도, 감염관리 책임당국인 보건복지부와 병원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비용 효율의 극대화 논리가 안전과 생명을 앞지르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참사 이후 피해자 명예 회복을 포함한 후속조치 이행 과정에서 피해당사자의 목소리는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의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을 능멸하고 노동자시민의 연대를 억압하는 일들이 서슴없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권의 등장과 함께 국가가 진상규명 운동을 방해하거나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눈에 띄게 줄었지만, 철저한 재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지금도 요원하다.

 

세월호 참사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자

아직까지도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는 이전 정권에서 행해진 참사 관련 각종 정보의 은폐와 왜곡으로 인해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규명된 진실의 조각들을 짜맞추어 보면 참사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난다. 여객선 선령 완화 등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선사 측의 무리한 선박 개조 및 증축 등은 익히 알려진 침몰 원인 중 하나였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사건 청와대 보고 조작 의혹 수사 결과에서 확인되었듯, 전직 대통령이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유효적절한 초동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대형 참사로 이어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참사가 발생한 순간부터 인명 구조, 사고 수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을 TV를 통해 발만 동동 구르면서 지켜봐야 했던 뭇사람들은 이게 나라냐?’는 물음을 던지며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지 않은 국가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했다. 여기에서 국가의 책임이란 단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 수반이나 특정 정치세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가 책임은 권력집단의 정치적 속성과 무관하게 재난과 참사가 발생했을 때 항상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국가 시스템과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됐다는 사실이 생명안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의 복원을 자동적으로 보장할 리 만무하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등 대형 참사는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고, ‘2의 세월호라 불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에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비용부담 논리가 수색 작업의 재개를 가로막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참사의 진상규명뿐만 아니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권이 국가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노동자민중의 감시와 견제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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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만화 <세월호>, 이영우]


노동자민중의 알 권리 투쟁으로

시스템의 개혁이나 제도적인 변화가 수반된다고 해서 안전 사회가 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진상규명 의지가 미약한 정부, 비용 부담이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들이 “4.16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우리 모두의 절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은 자신이 취급했던 유해화학물질의 이름이나 성분에 대해 회사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노동현장에서 생산유통취급되는 각종 유해화학물질을 비롯해 안전하지 않은 작업환경은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와 지역사회의 존속까지 위협한다. 그런데도, 삼성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훼손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를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한사코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민중의 알 권리 투쟁은 단순히 관련 법을 제정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위험을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떠넘기고, 노동자의 생명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정부와 기업에 맞선 지역과 현장 단위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건강권 쟁취 투쟁과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의 연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재난과 참사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노동자민중의 고민과 대응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운동의 전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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