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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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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환배치를 거부하고 

반격을 준비하자

 

서영우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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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한전 부지를 매입하는 데에만 물경 105천억 원을 투자하면서 많은 조합원들은 이렇게 큰 돈으로 굳이 땅을 사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한전 부지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그 때부터 현대자동차가 하락 곡선을 타고 있는 것이 자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전 부지는 언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대다수 조합원들은 한전 부지를 팔아서 공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전주 공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눈 뜨고 코 베인다

5년 전 현대자동차 노사는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을 위한 합의를 이미 마쳤다. 문제의 발단은 그 당시 상시주간조(8.5시간 근무)를 유지하고 있던 전주공장 트럭생산라인이 집행부 직권으로 주간 연속 2교대로 전환하면서 시작되었다.

지난 5년 동안 제대로 된 투자는 전혀 없이 물량만 늘린 사측의 안이한 판단으로 특근은 자취를 감추었고, 생산라인에서 공피치(물량을 비운 상태로 벨트라인을 보내는 것)를 띄우거나, 교육과 휴가를 반복하는 등 감산 조짐이 두드러지자 많은 조합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장에는 광주 공장으로 전직을 희망하는 조합원을 모집하는 모집 공고가 나붙었다. 전반적인 생산량 감소세와 일시 조업중단의 지속, 기아차 광주공장으로 전환배치 계획까지 알려지면서 현장은 크게 술렁였다. 특히, 법인 자체가 다른 기아차 광주공장으로 전환배치를 실시하겠다는 사측의 일방적인 계획 발표에도 전주위원회 집행부는 입을 굳게 닫았다. 조합원들은 2의 한국지엠은 우리가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데도, 가타부타 어떤 말도 없는 집행부의 행태로 말미암아 이 위기감은 하루아침에 무력감으로 뒤바뀌었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용자(자본)의 부당한 차별과 탄압에 대해 집단적인 투쟁으로 맞서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키고, 나아가 이를 향상시키는 조직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그런데, 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기는커녕 사측이 현장을 들쑤셔놓을 때까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집행부라면 과연 어느 누가 노동조합을 믿고 싸움에 나설 수 있을까?

 

단결 · 투쟁이라는 무기

더 큰 문제는 사측의 이런 행동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주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은 이런 생각이 기우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는 때로는 아주 사소한 듯 보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컨대,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우선해고, 정년에 다다른 정규직 고령층 조합원에 대한 희망퇴직, 일부 라인에 한해 부분적으로 단행하는 전환배치 등 공간과 시차에 따라 엇갈려 진행되는 사측의 공격에 노동자들이 일치단결해 맞서 싸우기란 쉽지 않다. 최근 기아차지부 화성지회가 여성노동자의 정규직화에 반대했다는 점은 자본의 분열 공작에 놀아난 최악의 예시일 것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사례를 돌아보자. 일감이 부족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을 때, 노조 집행부는 침묵했고 함께 싸우지 못했다. 한국지엠 사측은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먼저 쳐 냄으로써, ‘단결’ · 투쟁이라는 노동자들이 가진 최대의 무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끔 영악한 수법을 썼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다시 제대로 끼우는 것부터

작은 물줄기를 무시하면 아무리 큰 댐일지라도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듯, 지금 진행 중인 전주공장 전환배치는 그런 작은 물줄기가 될 수 있다.

사람은 필요할 때 언제든 쓸 수 있고, 소용이 다하면 가차 없이 버려도 되는 기계가 아니다. 48명의 조합원들에 대한 광주공장 전환배치가 이미 완료된 상황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사는 트럭부 맨아워를 낮추기로 결정하였고, “과도한 인원을 빼겠다는 사측의 의도대로 맨아워 협의가 진행 중이다. 물론 대의원들의 반발로 맨아워 협의가 사측 뜻대로 순탄하게 전개되고 있진 않지만, 이후 사측은 더 많은 양보를 받아 내려고 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다시 제대로 끼우면 된다. 전주공장에서 별도 요구안으로 만들어 낸 전략 차종 유치만으로는 지금 사측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사측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모든 전환 배치를 거부하고 경영 실패 책임을 묻는 본사 타격 투쟁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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