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변혁정치

> 변혁정치

국가는 반역의 피를 수집하려 하는가?

 

김진모학생위원회

 



한신대 민주화 투쟁 과정 중 특수감금혐의로 처벌을 받은 학생 다섯 명에게 수원지검이 ‘DNA채취 강제집행을 시도하려 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이후,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는 830일 수원지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부당한 국가공권력의 만행을 폭로하는 동시에 함께 맞서 투쟁할 것임을 선포했다.

 

DNA 채취 강제집행은 위헌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의 소위 ‘DNA에 대한 문제의식은 같았다. ‘DNA(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이 담고 있는 반인권적 내용은 제정될 당시부터 국가가 생체정보까지 감시하려는 것으로 많은 우려를 샀다. 우려한 대로 DNA법은 강력범죄를 억제하려 한다는 제정 취지와는 다르게, 부당한 국가폭력과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자, 철거민, 활동가 등에게 집중적으로 악용되었다. 인민을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예방수단이 아닌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것이다.

기자회견은 한신대 다섯 학생들에 대한 DNA시료 채취 강제집행을 즉각 중단할 것악용되는 DNA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혹시나 모를 강제집행 때문에 당사자 학생들은 기자회견 자리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마침 기자회견 당일인 830일 오후2시에 한신대 다섯 학생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사건을 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니 악법 DNA법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사회 곳곳에서 반인권적 폭력을 벌여 왔다. 2011, 용산참사 유족, 쌍용차 조합원이 강제로 DNA를 채취당했다. 당국은 2013년에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저지를 위해 고공농성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2015년에 장애인단체 지체장애인 활동가와 한국지엠 조합원에게 DNA 채취를 요구했다. 구미 KEC지회 노동자 48명에게는 강제로 DNA를 채취했고, 2016년에는 노점상 철거에 항의하며 아울렛 매장에서 20분 농성을 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노점상 활동가들의 DNA를 채취했다. 그리고 올해 봄에는 한진 희망버스 활동가들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까지 DNA 채취 요구가 있었다. 가릴 것 없이 반인권적 폭력의 손길을 내뻗던 DNA법이 결국 한신대에서 투쟁하는 학생들에게도 미친 것이다.

이에 대해 2016KEC지회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DNA 채취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고, 이 결과가 올해 830일 나오기로 예정된 것이다.

결과는 헌법 불합치였다. DNA 채취대상자가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거나 영장발부에 대하여 불복하는 등의 절차를 두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현행 DNA8조는 검사가 채취에 동의한 대상자에게 채취 거부권을 고지하고 서면동의 받을 의무만 두고 있다. 채취에 반대한 자의 반론 진술권, 영장발부 불복절차 등은 정해져 있지 않아 채취대상자는 검찰이 법원에 청구이유를 소명하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강제채취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신대 학생들에 대한 DNA 강제 채취 영장은 위헌적이라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지 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전국 각지의 동지들이 수년 동안 공권력의 탄압에 맞서 투쟁으로 쌓아온 기쁜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쁨과 함께 오랫동안 싸워온 동지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일었다.

 

강력범죄 막는다며 제정한 DNA, 사회운동에 재갈 물리는 데 악용

하지만 DNA법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 정부와 국회에서 위헌적인 조항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검찰이 이미 채취한 위헌적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도 모두 삭제해야 한다. 위헌적으로 결정이 난 강제집행 시도는 당연히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국가는 늘 투쟁하는 노동자민중을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골몰해 있다. 설령 그것이 최소한의 치안과 흉악한 범죄를 지켜내려 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졌을지라도 집행의 칼날은 늘 권력에 저항하는 무리를 향하게 마련이다. ‘DNA이 바로 그러한 법이다. 한 번 수집하면 2촌까지의 생체정보가 파악되는 이 법은 현대판 연좌제나 다름없다. 국가는 반역의 피를 수집하려 하는가?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탄압이 있을 때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이 바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 노동자민중의 DNA라고. 지배계급이 어떤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이 DNA는 절대 가져가지 못한다는 진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한 필자로서는 DNA법 근본적 재개정과 함께 노동자민중을 향한 탄압이 이 땅에서 완전 종식될 때까지 동지들과 연대하여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시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