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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를 넘어 사람을 보라

질병을 넘어 사람을 보라

 

소성욱서울

 


우리는 지금 혐오를 넘어, 질병을 넘어, ‘사람을 보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매해 12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한국에서는 HIV 감염인 인권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흔히들 말합니다. HIV에 걸린 게 무슨 자랑이냐고, 격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동성애자들의 질병 아니냐고. 이런 말들로 대표되는 사회의 낙인과 편견 속에서 HIV 감염인의 인권이 처참히 무너지곤 합니다.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도 함께 하는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는 <2018 에이즈인권주간>하이파이브라는 슬로건의 이름으로 기획하여 HIV 감염인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다 더 크게 외치고 있습니다.

 

“HIV 감염인의 생존권, 노동권

한국 사회에는 HIV 감염인에 대한 고용상의 차별과 배제가 만연합니다. 취업을 할 때에도, 취업 후 직장을 잘 다니다가도, 때로는 직장에서 해고된 후에까지, 그 차별과 배제의 폭력들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HIV 감염 여부는 업무수행 능력과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등의 법률에 HIV 감염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조항들이 있기도 하지만 사회의 낙인과 편견이 법 위에 군림하고 있어, 실제로는 너무도 심각한 노동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HIV 감염인의 노동권 침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옆에 있으면 안 된다.’, ‘같이 있기 싫다.’는 의미를 확산시켜 HIV 감염인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킵니다. HIV감염인의 일할 권리는 이 사회에서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입니다. 언제쯤 HIV 감염인의 생존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을까요?

 

“HIV 감염인을 죄인으로 만드는 에이즈예방법

일명 에이즈예방법이라고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의 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은 HIV감염인에게 예방의 책임을 부과하며 콘돔 없는 성관계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합니다. 콘돔 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이 법은 마치 예방을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조항은 쓸모없는 것을 넘어서 HIV 감염인을 죄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라져야 하는 독소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HIV 감염인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보건학적으로 정당하지 않습니다. 형사적·법적으로도 형평성을 훼손하고 HIV 감염인을 처벌하는 이 조항은 예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발전된 의학적·시대적 현실을 깨닫지 못한 이 조항은 U=U 캠페인, UNAIDS‘Getting to Zero’ 등의 국제적 흐름과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공포로 경각심을 만들면서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그리고 인도적으로도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포괄적 성교육의 부재가 인권침해로

많은 경우에, HIV 감염인들은 초기 확진을 받았을 때 엄청난 절망감과 실의를 느끼고 좌절합니다. 심각한 내적 낙인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HIV/AIDS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HIV 감염인의 인권에 대한 정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몇 HIV 감염인들에게 학교에서 배운 성교육에 대해 질문했을 때 돌아온 답변들은 매우 절망적이었습니다. “HIV/AIDS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어요.”, “HIV/AIDS? 걸리면 죽는 병이라고 배웠어요.” 에이즈 혐오가 심각한 한국에서는 성교육에서 HIV/AIDS를 죽음의 질병이라고 가르칩니다. 혐오와 공포의 대상으로 만드는 교육이 여전히 만연한 현실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올바른, 평등한, 포괄적 성교육이 절실합니다.

 

공기처럼 만연한 혐오가 HIV 감염인을 죽음의 벼랑으로

정말 공기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병원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심지어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HIV 감염인은 에이즈혐오를 마주합니다. 지지받아야 할 그 모든 곳에서, 지지가 아닌 혐오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은 처참합니다. 에이즈 혐오가 HIV 감염인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진행된 <20-30HIV 감염인 인식설문조사(2017)>결과에 따르면 HIV 감염인의 자살 시도율이 비감염인 대중에 비해 약 4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에이즈 혐오가 정말 심각하게 HIV 감염인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혐오로 인해 죽음으로 벼랑으로 몰리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죽음의 벼랑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에이즈 혐오에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 않을까요?

 

2018 에이즈인권주간의 슬로건, 하이파이브. 높이 손을 올려 마주치는 이 스킨십, 하이파이브는 서로의 안녕을 물으며 지지와 옹호를 표하는 행동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HIV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정해진 이 슬로건을 현실로 만드는 길에 여러분이 함께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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