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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에 맞서 함께 연대하고 싸우자

  

홍미희여성사업팀



[사진 : YTN방송화면 캡처]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이어 이수역 폭행 사건을 계기로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13일 새벽,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까지 보면 새벽까지 이어진 과도한 음주가 불러온 흔해빠진 사건·사고이다. 사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번 사건을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짧은 머리카락, 화장하지 않은 얼굴 등 탈코르셋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혐오적 발언에 노출되고,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폭행의 발단이 페미니즘 이슈였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논란이 오프라인까지 확대되고 일상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까지 더해졌다.

 

더디기만 한 변화

최근 페미니즘 이슈는 미투운동과 결합하면서 여성억압의 문제로 확장되었다. 여성들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부장제의 기존 질서에 문제제기를 하고 공동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들은 남성중심적 사회에 작은 파열구를 내는 듯 보였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문제를 다루는 주요한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발생한 폭행 사건 역시 경찰의 안이한 초기대응과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행태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성혐오적 발언이 폭행사건으로 이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기 보다는 쌍방폭행으로 초점을 맞추고 누가 먼저 손을 쳤는지 등을 본격적인 수사 전에 먼저 발표했다. 언론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쓰며 원색적인 성대결 프레임을 만들었고, 경쟁하듯 자극적인 멘트만을 취사선택해 뽑아낸 기사는 결과적으로 혐오 대 혐오라는 대결구도를 완성했다. 경찰과 언론이 나서서 갈등에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다. 여기에 가요계까지 합세하여 래퍼들 간의 디스전이 벌어져 여성들은 여성혐오적 가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피해자를 위축시키려는 공격들

식당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자 스치면 6개월이라는 일명 억울한 가해자프레임을 만들어낸 곰탕집 성희롱 사건에서는 피해여성이 합의금을 노린 꽃뱀으로 전락했다. 온라인상의 근거 없는 루머가 사실인 듯 확산되며 피해자를 비난했고 언론은 사실 검증 없이 기사화하기 바빴다. 결국 곰탕집 성추행사건은 온라인상의 악의적인 글쓰기를 넘어 오프라인 집회까지 이어졌다. 주최 측의 예상과 달리 극소수가 참여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이날 집회는 노골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내용의 발언들을 아무런 제재 없이 쏟아낼 수 있는 합법적인 공간을 열어주었다. 이제 피해자들은 더 철저하게 피해의 경중을 세분화하고 스스로 자기피해를 검열해야 하며, 어렵게 시작한 여성들의 말하기는 더욱 위축될 위기에 놓였다. 결과적으로 젠더불평등으로 발생한 문제는 더 교묘하게 감춰지고 왜곡될 것이 우려된다. 핵심을 비켜난 행위가 핵심인 것처럼 다뤄지고 진실과 무관한 루머가 진실과 동일한 무게로 취급되어 비교되는 것은 억울한 가해자프레임을 강화하고 결과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적용해왔던 두 가지 시선과 잣대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백래시에 맞서 다시 싸움을

미투운동을 계기로 여성들은 서로의 용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말하기는 그간 보이지 않게 덧칠되었던 젠더불평등에 기반한 성폭력문제를 선명하고 확실하게 드러나게 했다. 그러나 미투운동으로 한동안 숨죽였던 가해자들과 동조자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성범죄 사건에 무죄판결을 받아주겠다고 약속하는 로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고객들을 유치 중이고, 가해자들은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고소하면서 무죄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연이은 법원의 무죄 선고는 법원 역시 공범임을 스스로 확인시켰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는 위력은 존재했지만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성소수자 여군에게 교정강간을 한 해군간부의 성폭력 사건은 물리적 저항과 강간죄 구성요소를 협소하게 해석 및 적용하면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시대착오적인 법해석은 그간 여성운동이 성취한 진보적 성과들을 퇴색시켰고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선물했다. 언론은 여성혐오를 선동하며 논란을 양산했고, 대중은 그것을 근거로 피해자를 비난하며 고정된 피해자상을 강요하는 악순환의 구조를 고착화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참고 견디고 노력한다고 일상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또한 남성중심적인 권력구조를 전복하지 않고서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일련의 사건을 보며 확인했다. 대중의 폭발적인 분노와 지지를 얻으며 시작한 미투운동이 시작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이 잠잠해진 틈을 타 미투운동에 대한 백래시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백래시에 맞서 함께 연대하여 싸우고 성평등한 세상을 열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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