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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과 망각의 정치학, 진보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현재 우리에겐 두 개의 시간이 존재한다. 하나는 ‘4·16’ 이전의 시간이며 다른 하나는 ‘4·16’ 이후의 시간이다. 한국의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세월호참사라고 일컬어지는 사건이 우리의 삶을 두 개의 시간으로 갈라놓았다. ‘4·16’은 우리에게 시간의 근본적인 단절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단절의 시간‘4·19’‘6·10’처럼 잠깐 동안의 승리의 순간을 만들어낸 단절의 시간도 아니며 ‘5·18’처럼 냉혹한 현실에 저항한 불사의 삶으로서의 인간의 영원성을 드러낸 단절의 시간도 아니다.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참극의 순간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단절시킨 사건이었다.

 

현대문명은 근대적인 합리성의 정신을 따라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는 듯이 시간과 공간마저 기계적으로 분절하고 접합시키며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도시를 건설했다. 우리의 욕망은 물질적 풍요스펙터클한 전경속에 코드화되었고 이제 그것은 시공간의 물리적 제약마저 벗어던진 크로노스가 되었다. 여기서의 정언명법은 생산하라, 접속하라, 소비하라이다. ‘가짐(haben)’이라는 자본의 욕망과 권력은 그렇게 우리 자신의 욕망이 되었으며 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이 만들어내는 생성의 힘은 누군가의 권력가 되었다.

 

세월호참사는 마치 우리네 삶 전체를 배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배반하고 있는 것은 세월호참사가 아니라 세월호참사를 야기한 우리 자신의 삶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던 삶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4·16’ 이전의 시간은 자본의 욕망과 권력의 노예가 된 채 살아온 일상의 시간에 속하며 그 시간의 연속은 세월호처럼 우리 삶의 총체적 파탄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4·16’은 우리가 기존에 만들어 온 일상의 시간, 노예의 시간에 대한 중단이자 존재물음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에 대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망각할 수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사는 동안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생명의 빚을 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빚을 지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우린 자연에 대해서도 빚을 진다. 게다가 우린 육식을 하든, 채식을 하든, 우리가 살아있는 한, 다른 생명체의 힘을 빼앗아 먹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망각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철저하게 사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생명에 굴레처럼 박혀 있는 죄이자 벗어날 수 없는 죄로서, 단죄의 대상이란 의미에서의 죄가 아니라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요구하는 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참사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망각됨으로써 우리 자신을 달래야 하는, 그런 종류에 슬픔에 속하는 참사가 아니다. 물론 인간은 너무나 아픈 과거에 대한 망각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망각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달래지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결코 망각되거나 망각되어질 수 없는 기억들도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망각하려 해도 망각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생명과 자존, 존재의미에 관한 기억들일 것이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프로이트의 모토처럼 생명의 근본적 위협자존의 심대한 손상’, ‘존재의 근본적인 와해에 해당하는 사건은 결코 망각의 심연 속에 갇혀 있지 못한다.

 

망각의 기제는 이미 작동하고 있다. ‘눈물의 퍼포먼스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애도로 전치되며 치유으로 상징화된 들에 대한 원한의 감정으로 전이된다. ‘적폐를 청산하는 국가개조와 악에 대한 단죄는 다시 초자아의 권력으로 전화되고 있다. 세월호선장의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방송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6·4지방선거에서 여야는 대통령의 눈물원한의 감정에 호소했고 둘 다 동일하게 국민을 기만했다. 그들은 겉으로 매우 대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하게 국민들의 일상을 평온하게 관리하는 치안의 정치를 수행하는 초자아의 자리를 두고 싸움을 벌였으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진짜 성공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새누리당이며 새정치국민연합은 단지 절반만 성공했을 뿐이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그 실패는 진보정당이 ‘4·16’이라는 사건을 기억하지 않거나 그 단절의 시간을 현재화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진보정당 또한 초자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웠을 뿐이기 때문이다.

 

곧 월드컵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경계하고 있듯이 월드컵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두고 거대한 망각의 늪으로 이끌 수 있는 최고의 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되었을 때, 바우먼이 말한 진정한 공포가 시작된다. 그는 공포 중에서 진정으로 위험한 공포는 공포를 망각하도록 하는 공포라고 하면서 이런 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공포퇴치의 소비경제라고 말한다. 만일 우리가 텔레비전에 자신의 눈과 마음을 잡아 둔 채 맥주를 마시며,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하면서 이미 망가진 대한민국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상받으려 한다면 그것은 결국 세월호참사와 같은 참화를 자신의 삶에 불러들이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 곁에 죽어도 죽지 못한 산죽음을 떠나보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치유라는 달콤한 속삭임, 가장된 애도의 몸짓을 우리는 경계해야 하고 기억하고 대면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가장 인간적인 문제가 가장 정치적인 문제이며 진정한 애도의 눈물은 산죽음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권력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명에 의한, 우리 자신을 위한 우리들의 생명 정치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진보정당운동이 새롭게 출발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다. ‘6.4지방선거결과가 보여주듯이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 실패는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퇴행적인 행보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말한다면 더 철저하게 실패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진보정당운동은 기본적으로 초자아로서 국가가 가지고 있는 균열과 틈새, 불완전성을 봉합하거나 은폐하는 지점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돌출하고 빗겨져 나가면서 단절의 시간을 만드는 사건들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주체들의 힘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대의제적 게임 룰속에서 길을 찾고자 했으며 그럴수록 그들은 더 실패해왔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교육감선거는, ‘교육비정치적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4·16’을 기억하는 생명정치와 그간 진보교육운동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계급적 진보운동들은 이념의 선명성을 내세우고 깃발을 세우는 데 앞장세워왔다. 그랬기 때문에 이제는 거꾸로 진보운동 스스로 이념적 색채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념은 깃발의 선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4·16’과 같은 시간의 중단이 보여주는 국가와 체제의 균열속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의 삶에 있다. 문제는 이념적 선명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분열적 삶과 함께 그 문제를 풀어가는 진정성과 실천의 일관성이다. 이번 진보평론이 특집으로 기획한 지역정치에 대한 논의도 이런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지역을 중앙과 대비하여 반정립적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역은 중앙에 대한 반정립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에 대한 반정립으로 규정된 지역정치는 오히려 탈정치화와 탈정당화, 보수적 지역주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주의보수주의색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중앙에 대비하여 지역의 전통과 가치를 말하기 때문이며 진보적 지역정치조차 지역개발동맹에 말려드는 것도 중앙에 대비하여 지역의 발전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번 진보평론 특집, “지역을 말하다: 지역과 진보정치에서는 이런 지역정치의 문제들이 각 지역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많은 지역을 포괄하지는 못했지만 신자유주의 새로운 버전이랄 수 있는 마을만들기로 진보정치가 흡수되고 있는 서울,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결합했지만 6·4지방선거에서 후보조차 선출하지 못하고 해단해 버린 광주지역의 추대위, 4개의 진보정당이 난립하는 상황 등……. 이러한 드러냄은 우리가 다시 서서 출발해야 할 지점을 반추하게 할 것이다. 그것에 기여하려 했고,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목차

 

‘4·16’과 망각의 정치학, 진보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편집자의 글

특집: 지역을 말하다: 지역과 진보정치

* 당연한 것을 낯설게 하는 실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참여와 실천의 공간인 지역정치/ 서영표

*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평가/ 강상구

* 광주지역 시민사회운동의 현황과 과제: 성찰적 연대와 혁신의 모색/ 김희송

* 제주의 개발주의와 환경정치, 그리고 괸당/ 문상빈

* 개혁적 시민사회와 제4의 선택: 로컬 매니페스토 운동의 현황과 과제/ 이창언

 

발언대

밀양을 말하다: 옴니버스 영화 <밀양, 반가운 손님들>, 그리고 구술사 책 "밀양을 살다" 박은선

정세

* 진보정치는 현상의 공범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윤현식

* 통일대박론의 좌초, 구조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창준

 

국제

미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 어떻게 볼 것인가?/ 신희영

 

일반논문

기후변화에 관한 쟁점들/ 김민정

 

현대정치경제학 비판

캔커피의 진정한 가격은 얼마인가?: 내재적 가치와 경제적 거품/ 김정주

 

소수자이야기

군대와 동성애: 로맨스, 폭력, 범죄화, 그리고 시민권/ 한가람

 

다시읽기

"증여론""세계사의 구조" 순수증여의 존재론/ 이승철

서평

비판과 운동의 맑스주의 형성사("탈정치의 정치학"/ 김동원

 

*가격 : 15,000/ 1년구독료 58/ 2115천원/ 3165천원

매월 4,800(계좌이체나 CMS 신청 가능)

*문의: 02) 2277-7950/ jbreview@hanmail.net/ FAX:02) 6008-5138

http://jbreview.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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