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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장이 아니다, 우리도 노동자다

2019년, 올해는 

노동기본권 쟁취하자!


최명숙┃인천



지난 4월 13일, 전국에서 2만 명의 노동자가 서울에 모였다. 건설기계 기사, 화물 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노동자, 대리기사, 방과 후 교사, 학습지 교사, 경기보조원 등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즉 노동자로서 일하지만,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분명 사측의 작업 지시를 받으면서 일하는 노동자인데도, ‘당신들은 개인사업자이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4월 13일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서울 거리를 가득 메우고 “나도 노동자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건설기계 노동자, 

그들은 어떻게 ‘개인사업자’가 되었나?


이런 특수고용 노동자의 한 사례인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상황을 보자. 예전에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100%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건설사마다 “중기사업부(장비를 관리하는 부서)”가 있었고, 노동자들은 회사에 취업해 회사가 갖고 있는 장비를 운전하면서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았다. 그러다 1991년경부터 정부와 자본은 비정규직 확대 전략을 펼쳤다. 장비를 노동자에게 유상으로 불하하면서 ‘너희들이 마음대로 일하고 수입은 모두 가져가라, 이제부터 너희는 사장’이라고 했다. 그렇게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면서 ‘개인사업자’가 된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1997년 IMF 위기가 오기 전까진 ‘먹고살 만했다’고 한다.


그러나 IMF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생활은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2001년이 되면서 이 고통의 시간을 돌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벌어졌다. 먼저 레미콘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그들은 레미콘을 끌고 서울로 상경하면서 “우리도 노동자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며 치열한 투쟁을 벌였다. 그렇게 건설기계 노동자 투쟁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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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3일, 전국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동3권 완전 쟁취'를 요구하며 서울에 모였다. [출처 : 건설노조]



20년 동안 ‘노동자’라고 외쳤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어받아, 2004년에는 덤프 노동자들이 나섰다. “차라리 죽여라”라고 외치며 “덤프연대”를 만들었다. 덤프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가 된 이후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본인들이 책임져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과적으로 전과자가 되기도 하고, 작업 도중 안전사고를 당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실컷 일해주고 정작 돈을 못 받는 일도 생겼고, 불법 다단계로 저임금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런 현실이 이들을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길로 이끌었다. 회사가 책임질 모든 것들을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떠안았던 상황에서, ‘이건 아니다’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노동자성을 되찾아야겠다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굴삭기, 크레인, 로더, 펌프카, 지게차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노조로 모이기 시작했다. 노조를 통해 고용을 안정화하고, 임대료를 인상하고, 임금체불을 해결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투쟁을 해왔다. 하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위 모든 요구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으면 쟁취하기 좀 더 쉬웠으리라는 것을. 그러기에 ‘노동자’라는 이름을 그토록 되찾고 싶은 것이다.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투쟁으로 쟁취하자!


우리나라 특수고용 노동자 수는 250만 명에 이른다. 서비스산업의 발달과 플랫폼 노동자의 등장 같은 산업구조 변화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규모와 직종은 이후 더 증가할 것이다. 이런 추세로 인해 이미 외국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법적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20여년에 걸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ILO 창립 100주년이다. 게다가 문재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이상한 사장님’이라고 표현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취임 후 입장을 확 바꿔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해결될 사안인 ILO 기본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경사노위와 국회에 떠넘겨 팔짱만 낀 채 구경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20여년에 걸쳐 투쟁한 만큼, ILO는 한국 정부에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어떤 형태의 노동자든 모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고. 그것이 국제노동기구 ILO의 창립 정신이라고. 그러나 자본과 정권은 결코 거저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ILO 창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 더더욱 힘찬 투쟁을 벌일 것이다.


건설기계 노동자뿐 아니라 화물, 택배, 대리, 퀵, 학습지, 방과 후 교사 등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모두 모여 한목소리를 낼 것이다. 나아가 특수고용 노동자뿐 아니라 이 땅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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