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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팩도 없어 냉동 마늘로 응급처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노동조합 만들었다


김영아┃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 지회장



‘현대그린푸드’는 범 현대가에 속하는 현대백화점그룹(정주영의 3남 정몽근의 아들인 정지선이 대표)의 계열사로, 현대·기아차 등 전국 670여 개 사업장에서 급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고용 인원만 1만 명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 기준 사내유보금이 1조 원을 넘는 회사로, 노동자들의 피땀을 긁어모아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그런데도 구멍가게보다 못한 온갖 치졸한 방법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사측은 편법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이에 현대자동차 내 식당 노동자들은 사측의 탄압을 뚫고 2018년 11월 4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울산공장 식당 노동자들은 이미 노동조합을 만든 상황이었고, 전주공장에서 노동조합 깃발을 올리자 현대차 남양연구소와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도 차례로 식당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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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까지 도둑질, “문재인 대통령이 시킨 일”


임금피크제는 시작일 뿐이었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9년 1월부터 일방적으로 상여금을 월할 지급했다. 이렇게 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제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는다. 사측은 공문 같지도 않은 종이 쪼가리 한 장 보내놓고 이렇게 임금을 깎았다. 이로 인해 식당 노동자들의 임금은 3년 전으로 후퇴했다. 항의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킨 것이니 정부를 원망하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앞장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킨 것을 가리킨 말이었다.


최저임금 삭감 꼼수에 맞서, 현대그린푸드 전주지회는 1월 29일 아침 선전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장투쟁에 나섰다. 지난 3월 7일에는 서울로 올라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태를 초래한 문재인 정부가 책임지라고 외쳤다. 하지만 정부도 사측도 아무 답을 내놓지 않았고, 우리는 파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됐다. 4월 2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더니, 찬성 91.22%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가결되었다.


사측은 어떻게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혈안이다. 10차례에 걸친 교섭에서 회사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심지어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172개 조항 중 사측 멋대로 83개 조항을 삭제하고 회사 입맛에 맞는 89개 조항의 개악안을 들이밀었다. 아울러 정규 조리원 외에 비정규직인 조리 보조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교묘하게 탄압했다. 자연 감소 인원이 생기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던 전례도 무시하고, 뻔뻔하게 기간제법도 위반하면서 2년 이상 근무해도 계속 비정규직으로 부려먹는다. 현재 조리 보조원 52명 중 42명이 2년 이상 일한 사람들이고, 평균 근속은 무려 5년 이상이며, 10년 이상 근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여러 명이다.


노동조합이 장시간 노동 문제를 폭로하자, 사측은 개선책은커녕 도리어 조합원들을 협박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동안 조리원들은 한 달 평균 80~120시간씩 연장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노동조합이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자, 사측은 휴무자나 사고자 자리에 남학생 알바나 타지역 조리사·영양사를 대체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 사고자가 속출하는데도, 사측은 사태를 폭로한 노동조합을 탓하면서 현장 탄압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항의하는 조합원에게 ‘업무지시 불이행’이라며 녹취와 동영상 촬영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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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쓰러져도 밥차에 실어놓고 방치


현대그린푸드는 조리원 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쳐 쓰러져도 응급처치는커녕 그대로 방치한다. 조리 업무 자체가 뜨거운 불과 떨어질 수 없다 보니, 화상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조리 현장에는 무거운 조리 기구를 포함해 위험한 요소가 깔려 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수차례 아이스팩이라도 구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이스팩은 개당 2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하지만 끝내 사측은 이 요구조차 외면했다. 이 때문에 조리 현장에서 화상 사고나 타박상, 골절 사고가 나면 동료들이 냉동 마늘로 응급처치를 하는 실정이다.


지난 1월 30일에는 한 조리 보조원이 무쇠 트렌치(하수구 덮개 같은 것)에 넘어져 심 12개를 박고 인조 뼈까지 넣는 끔찍한 분쇄 골절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재해자가 119 신고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수십 분 동안 산업보건센터만 찾았고, 결국 재해자는 통증으로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렀다. 더욱 분노가 치미는 사실은, 재해자를 밥 실어 나르는 이동 밥차에 짐짝처럼 실어놓고 배식을 지속하면서 수십 분간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런 악랄한 현대그린푸드 자본에 맞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식당 노동자들은 “단결투쟁”의 빨간 머리띠를 매고 일하고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나섰다. 주 2회 중식 선전전에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와 현장동지회, 그리고 일부 활동가들과 변혁당 자동차분회 등이 연대해 많은 힘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현대그린푸드지회)을 설립하기 전인 노사협의회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연대’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함께하는 조합원들과 연대하는 동지들의 힘으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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