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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잡부 해부학
남규원 지음
출판사 - 변증법
초판일 - 2009-01-03
도서소장처 - 노동자의 책
조회수 : 2561
                

책 소개

대한(恨)민국은 개 쓰레기 같은 용역의 나라.
대한(恨)민국은 하루살이 일용잡부의 나라.
전국 7000개를 육박한 용역 (인력)사무소 속에서
탄광 노동자와 환경미화원(청소부)보다도 못한 대우받고
장시간 고강도 중노동하며
고통 속에 신음하는 대한(恨)민국의 50만 명이 넘는 일용잡부.
알바,단기간으로 500만 명이 넘게 거쳐간 일용잡부.
일용잡부에게는 비정규직이란 말 자체가 사치입니다.

15년 동안 띄엄띄엄 10여 군데 용역(인력)사무소를 직접 다니고 전국 수십 군데 용역(인력)사무소 분석과 200군데 넘는 크고 작은 건설 현장을 직접 가 일하며 5년 동안 메모하고 2년 동안 정리해서 일용잡부의 위대한 일과 부당함을 사실에 정확히 근거해 베일에 싸인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 백일하에 드러내니 전국의 일용잡부를 반드시 필독해야 하는 소중한 자료임과 동시에 일용잡부를 대변하는 장시(42장)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나라 도심의 길거리나 TV를 보면 다 말짱한데 개 쓰레기 같은 건설 산업 현장 개혁 없이 이 나라의 현실, 미래는 착취로 얼룩져 허상에 불과하고 주둥아리로 떠드는 정치고 사회정의는 다 필요 없음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노가다(건설노동자) 중에서 이 장시를 정확히 판독하시면 이해가 될 것이며 전국 일용(용역)잡부가 컴맹 절대 다수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홍보를 부탁드리며 저와 함께 현장에서 뼈 빠지게 일한 일용잡부 동료와 앞으로 일용잡부가 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전국 일용잡부>에게 장시 한편 42장을 바칩니다.

정녕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삶의 척도가 무엇인가.
글쟁이가 그렇듯 끊임없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어 생각을 메모하면 또 많은 일용잡부의 애환을 꿈처럼 다 잃고 도심에 허허벌판에 서 있지도 않는 허수아비가 돼 쪽방에서 밀려나와 지하도에서 죽은 내 동료이자 선배(종로)를 생각한다.
현장에서 폼(거푸집)에 맞아 죽은 동료(신림동)를 그려봅니다.
부당함에도 말 한마디 못 하는 수많은 인력(용역)사무소에서 쫓겨 나온 나이 드신 선배(남구로) 고통을 움켜쥡니다.

싸우나(찜질방) 비가 없어서 재워 달라던 후배(신대방)가 눈에 선하고 몇 십 만원이 없어 구치소로 끌려간 동료(신림동)를 생각합니다.
손등이 찢어졌는데 약값 1만 원으로 때운 오야지(하청업자)(안산 상록수)의 교활한 눈을 봅니다.
잔업,야간 수당을 당당히 갈취한 용역소장(수원)의 뻔뻔함을 기억합니다.
쓰지 않고는 알릴수가 없는 분노 그 울분을 사실로 말하는 그 자체이고 싶습니다.
지난 15년 세월 속에 묻힌 개 같은 장시간, 고강도 중노동을 세워놓고 가슴에 묻기를 얼마나 되뇌었나.

왜 그때는 더 철저하지 못해 다단계(수차) 하도급과 용역(인력사무소) 문제를 간파하지 못해 썩은 이 나라에서 일용잡부의 척박한 삶을 이 정도밖에 못 알리는가.
역시 인간은 삶을 영유하면서 자신의 잣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유혹에 약해서 아니 모든 것이 내 불찰이지만 남아 있는 정신 차려 일용잡부를 나름대로 연구한 지 5년이 되고서야 건방지지만 과감하게 세상을 향해 내놓으며 사회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노가다(건설노동자) 없 이는 집, 도로, 항만, 공장, 빌딩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합니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는 위대한 노동자입니다.
썩어 자빠져 뭉그러진 이 사회에서 끊임없이 분투하는 동지들과 배신자들의 등짝을 봅니다.

더 냉철해지자.
미천한 나 일용잡부가 되어 술이나 먹지 않으면 글도 안 나오는 어리석음을 깨고 현장 구석구석을 닦아내는 보루(걸레)가 되지 않는다면 일용잡부는 영원히 개 잡부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노동해방을 외치지도 못하는 사람을 견인해야겠지만 함부로 노동해방을 부르짖는 자도 경계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한 알의 밀알은 필요 없습니다.
밀알은 동정 이상도 아닌 종교에서 자주 써먹는 약발일 뿐입니다.
부자가 아니어도 살고 싶은데, 노숙자는 되고 싶지 않은데, 추락하는 날개를 접고 싶지 않은데, 더 이상 갈 곳의 방향을 못 잡는 이유가 나쁜 짓(도둑, 강도질 등)을 못 해서가 아닌데 왜 이 개 같은 노가다(일용잡부)에 젖어들어 인생을 망치는가.
바로 그것이었다.
개 같은 노동은 개 같은 구조에서 비롯되었고 그것을 알지 못하게 만든 자본가들의 술책이었음을 바로알고 그걸 대충 알게 만들어준 것은 민주화였습니다.

민주화를 안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민주화에 묻혀서 더 죽어나는 개 잡부 최소의 요구마저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벼를 다 베어낸 들판에 서 있지도 않은 허수아비가 되어 참새들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저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아니 자본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자본주의 싫어서. 하늘도 땅도 부모형제도 원망 안 합니다.
피 맺힌 중노동도 늙은 개 잡부의 죽음도 다 인간답게 살려는 욕망(유혹)을 다 팔아먹은 죄입니다.
그 죄의 벌을 함께 나누자.
개 같은 노동을 방관한 죄.
그 노동에는 내 모친의 도끼다시(갈아내기)와 오 비끼(산승각/ 우리말로는 멍에, 세치각제)에서 못 빼는 부친이 있었습니다.
큰형님의 노가다가 있었습니다. 감성이 부족해 쥐어짜서도 안 나오는 내 한계를 극복하기란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의 시를 인터넷상에서 훔쳐보며 흉내를 내기에는 배운 것이 없는 저로서는 힘듭니다.
다만 사실에 근거해서 이를 악물고 육탄으로 썼기에 건설현장의 생생한 시집임을 밝힙니다.

잡부 남규원 올림


필자 남규원에 대하여: 그는 1987년 노동다대투쟁의 물결을 타고 포항제철에서 민주노조를 만들려 하다가 해고당했고, 이후 전해투(전국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투쟁위원회) 회원으로 복직투쟁을 전개했다. 이후 전해투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포항제철 복직투쟁과정에서 벌금형을 감당할 수 없어 노가다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속에서 노가다 노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시집은 그가 노가다판에서 겪은 온갖 경험을 응축해놓은 시이다. 노가다 용어에 생소해하는 사람을 위해 나름의 해설을 달았으며, (그는 한자에 일가견이 있다) 한자를 통해서 자신의 표현을 응축시켜놓은 곳도 더러 보인다. 오늘도 노가다 인생을 꾿꾿이 해가는 그의 이 시는 또 하나의 談詩로서 노동문학에 한 획을 그을 것이다. 맞춤법이 안맞고, 문장이 헝클어진 데가 군데군데 눈에 뜨이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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