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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9.12.02 20:02

한미동맹 리뉴얼인가? 

한미동맹 청산인가?


장혜경┃정책선전위원장



11월 한국사회의 핫 이슈는 외교‧안보 분야였다. 그 하나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고, 또 하나는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여부였다. 첫 번째는 미국의 과도한 인상 요구로 협상이 결렬됐고, 두 번째 문제는 한국 정부가 ‘조건부’ 연장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해 매년 50억 달러를 내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부터 살펴보자. 11월 18∼19일에 걸쳐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됐다. 그런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해 1조 389억 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5조 9천억 원)로 제시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는 분담금 항목 신설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즉 기존 SMA 규정에 근거하면 한국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수지원비, 군사시설 건설비” 등 세 항목만 분담하게 돼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면서 대폭 인상을 압박했다. 알려진 신설 항목은 주한미군 인건비 외에 ‘작전 지원’ 항목으로 전략자산(핵 항공모함, 핵 잠수함, 폭격기 등) 전개 비용, 사드 운용비용, 한미 연합연습 비용, 호르무즈해협 파견 비용, 대중국(남중국해) 작전 비용 등을 포함한다. 한반도 밖에서 발생하는 미군의 ‘역외 부담'을 방위분담금 항목으로 명시해 한국에 들이민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행태인데, 군사력을 통해 세계 패권은 유지해야겠지만 비용이 많이 드니 이를 한국에 전가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면 한국은 자국 방위와 상관없는 엄청난 비용을 미국에 대주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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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일 아베 총리를 만난 문재인 대통령



지소미아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


11월 22일에는 죽어가던 지소미아가 기사회생했다. 지소미아 종료 시한인 22일 자정을 불과 6시간 앞두고 한국 정부는 ‘조건부 종료 시한 연기’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밝힌 ‘조건’은 일본이 반도체 소재 관련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철회하고, 한국을 무역 화이트리스트 대상 국가로 복원하라는 것이다. 이 문제가 향후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다시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 방침은 ‘현금 주고 어음 받은’ 격이다. 일본은 지소미아 연장이라는 현금을 챙겼지만, 한국은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에 대한 어떤 실질적 조치도 얻어내지 못한 채, 그저 ‘한일 과장급 협의와 국장급 정책 대화를 연다’는 어음만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어음은 부도어음일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중단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입장을 발표한 같은 시각 일본 정부는 “한일 간 무역 문제와 지소미아는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정부가 현금 주고 어음만 받은 배경에는 미국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11월 초부터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15일 미국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소미아 종료를 비롯한 한일 갈등을 통해 이익을 보는 곳은 북한과 중국”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의 본질이 ‘중국 봉쇄용’임을 실토한 것이다. 19일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미국의 안보와 조약상 의무인 한반도를 방어하는 것과 관련한 우리의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서 실망했다"고 발언했다. 21일, 미국 상원은 “지소미아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며 지소미아 연장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요약하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소미아 연장 압박을 가했고, 결국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 입장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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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5일 지소미아 연장을 압박하며 한국을 찾은 미국 에스퍼 국방장관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



인도·태평양전략의 부속물로서의 

한미동맹 리뉴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지소미아 연장 압박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트럼프 정부의 세계 패권 전략 핵심은 ‘중국 봉쇄’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전략이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일본, 호주, 인도를 핵심동맹 세력으로 삼아 극동에서부터 호르무즈해협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포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군사력으로 중국을 포위하려 하니 막대한 군사비가 필요한데, 이를 동맹국에 대폭 떠넘기려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동맹 내 서열구조를 한국이 인정해야 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어도 지소미아는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은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을 위해 돈도 더 대고, 기지도 대고, 필요할 경우 군대도 대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 한반도 배치를 시사했고,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미동맹의 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현 ‘한반도 유사시'에서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제주 해군기지와 사드 배치에 이어 한반도를 중국 포위 전초기지로 삼고, 한국군을 미국 패권 전략에 직접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근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말한 ‘한미동맹 리뉴얼’의 실체다. 이 리뉴얼이 실행되는 순간 한국 민중은 미국을 위해 고혈이 빨리고, 미‧중 경쟁의 희생양이 된다.


이런 동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금은 한미동맹 리뉴얼이 아니라, 한미동맹 청산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역사적 갈림길에 우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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