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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새로운 성장 전략인가? 

체제 전환 전략인가?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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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 파업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자본주의가 지구를 죽이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싸우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성장 전략’으로 제시되었던 “그린 뉴딜”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당시 미국 정부가 주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인 ‘뉴딜 정책’을 참조한 명칭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현대적 정책의제를 결합한 것을 가리킨다. 경제위기와 기후위기에 대응한 정책 패러다임으로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정책과제로 채택해 추진 중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9 세계 그린 뉴딜 정책 브리프Global Green New Deal policy brief>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여 G20 국가 중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의 녹색 뉴딜정책을 분석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OECD는 프랑스에서 개최한 각료이사회를 통해 “녹색성장 전략 종합보고서”를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린 뉴딜”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2007년에 발간된 토마스 프리드만의 책 『코드 그린Code Green』(국역: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을 통해서다. 이 책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 정책과 비교하면서, 전세계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미국의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그린 뉴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신산업 육성, 녹색 일자리 증가, 기후위기 대응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2008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핵심공약으로 “그린 뉴딜”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대선공약으로 제출했고, 이후 “녹색성장”은 정부의 정책 기조로 자리 잡으며 2011년에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한다는 목표 아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강화하는 등 녹색성장을 경제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의 계기로 삼는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제시된 측면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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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에서 만든 선전물. 자본주의에서 사유화된 지구의 암울한 모습과, 그 반대로 사회화된 사회주의 지구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새로 떠오른 좌파적 그린 뉴딜


그런데 바로 그 “그린 뉴딜”이 최근 다른 의미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2018년 2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회원이자 미국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가 “그린 뉴딜에 관한 하원 결의안”을 제출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AOC는 하원의장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하던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를 지지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AOC가 제출한 이 결의안은 ‘성장 전략’에 강조점을 두었던 기존의 그린 뉴딜과는 달리, 기후위기와 더불어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불평등과 위기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며 경제·사회·산업 구조의 체제적인 전환을 담은 것이었다.


이후 주로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그린 뉴딜은 급진적 생태운동의 대안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12월에 치러지는 영국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핵심정책의제로 <노동당의 그린 뉴딜Labour for Green New Deal>을 제시했고, 다가오는 2020년 미국 대선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한 버니 샌더스도 그린 뉴딜을 핵심정책공약으로 제출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버니 샌더스와 영국 노동당 그린 뉴딜 공약의 핵심내용은 맨 아래 참조).


영국 노동당과 버니 샌더스의 그린 뉴딜 공약은 앞에서 언급한 ‘성장 전략’으로서 기존의 그린 뉴딜과는 몇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우선, 이들의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급진적인 대중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영향 아래서 제출되었다. 버니 샌더스의 정책에는 미국의 10~20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선라이즈(해돋이) 운동Sunrise Movement”(앞에서 언급한 미국 하원의장 사무실을 점거한 것도 이들이다)이라는 단체와 원주민운동, 지역 사회운동 등이 결합하고 있는 “기후 정의 동맹 운동”이 영향을 끼쳤다. 한편, 영국 노동당의 그린 뉴딜 공약에는 작년부터 영국 시내 주요 거점을 점거하면서 ‘기후 비상사태 선포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등을 요구하며 시선을 끌고 있는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XR)”이라는 단체의 운동과 더불어, 청소년‧학생들이 주축이 된 “금요일 기후 파업” 운동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들 좌파의 그린 뉴딜은 민간기업 투자 위주의 그린 뉴딜이 아니라 공공적 소유와 공공투자를 근간으로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추진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고, 노동조합의 조직화와 병행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개발도상국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면서 국제주의 지향과 불평등 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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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멸종 저항"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있다. 플래카드에는 "기후 투쟁=계급투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생태위기 해결, 사회주의로의 전환 속에서!


생태위기와 기후 문제에 대한 대안은 위기의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적 생산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구상 속에서 모색해야만 한다. 성장제일주의는 물론이거니와, 자본주의 체제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생태사회로 전환하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자본주의는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노동,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면서 환경 파괴적 생산시스템과 생활양식을 재생산한다. 따라서 이를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회, 생태적 생산양식과 생활양식을 갖출 수 있는 사회, 곧 사회주의 사회로 전면 재편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본주의 체제가 이윤을 위해 더 많은 ‘생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각각의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이윤과 더 많은 생산을 요구받는다. 둘째, 이윤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한 자본주의는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못한다. 셋째, 자본주의에서 생산의 목적은 환경을 보존하고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있지 않다. 이윤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제1 원리는 이윤을 위해 자연을 약탈하고, 인류의 삶과 생활을 희생시킨다. 넷째,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설령 생산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을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일자리를 감소시킬 뿐 그 노동자들의 생존 대안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환경 보존에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수많은 사람의 생활을 더 어렵게 만든다.


영국 노동당과 버니 샌더스의 그린 뉴딜은 비록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자본주의 체제를 다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즉, 자본주의적 ‘성장 전략’에 머물던 기존의 그린 뉴딜과는 다른 ‘체제 전환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아직 한국에서는 체제 전환적 그린 뉴딜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쟁점의 형성은커녕,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운동의 확산도 미미한 실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위기 인식에 기반한 대중행동일지도 모른다.



<영국 노동당의 그린 뉴딜>

“Labour for Green New Deal”


△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

△ 모든 화석연료의 빠른 단계적 폐지

△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 보수가 높고, 노동조합 조직화가 잘된 녹색 일자리로의 정의로운 전환

△ 공공적, 민주적 소유 확대

△ 친환경 공공교통

△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 지원

△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통한 모든 사람의 기본권 보장

△ 기후난민 환영 및 이주 방지




<버니 샌더스의 그린 뉴딜>


2030년까지 전기 및 운송을 위하여 100% 재생에너지 달성 및 2050년까지 경제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통해 2,00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여, 이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16.3조 달러 규모의 공공투자를 추진한다.


① 에너지시스템의 10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및 2,000만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 2030년까지 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의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

  △ 재생에너지에 1.52조 달러, 에너지 저장을 위해 852억 달러 투자

  △ 재생에너지시스템의 공공적, 민주적 소유 시스템 확립

  △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위해 5,560억 달러 투자

  △ 모든 건물과 가정에서의 화석연료 사용 중단 및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2.18조 투여

  △ 주택 및 사업체의 전기화를 위해 964억 달러 투자

  △ 핵발전소의 폐기

  △ 온실가스 규제

  △ 기후 비상사태 선언

 ○ 교통 및 운송 분야

  △ 운송 부문의 전기화 및 탈탄소화

  △ 학교 및 대중교통 버스의 전기버스로의 교체

  △ 운송 트럭의 교체

  △ 저렴하고 접근이 쉽고 탄력적인 대중교통체계의 구축(대중교통 비율 60% 목표)

  △ 지역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6천억 달러 투자

  △ 석탄 열차 등의 교체


② 기후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강화

③ 취약한 지역과 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

④ 공공토지 보존

⑤ 화석연료 산업의 종식과 책임 강화

⑥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⑦ 빈민, 원주민, 소수민족 등을 위한 환경 정의 달성



* 레드 플래닛 ┃ 뜨거워진 지구, 이제 자본주의가 아닌 빨간 상상력이 필요하다. 생태위기 극복이 왜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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