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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일터, 시민에게 안전한 공공교통

서울지하철 9호선 공영화로 시작하자


전장호┃서울시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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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민간위탁’ 속에 시한폭탄 된 지하철 9호선


지난 5월 25일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9호선 2, 3단계 구간 관리운영사업 민간위탁동의안(이하 ‘동의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 수년간 ‘지옥철’이라 불린 서울지하철 9호선에 대해 불편해소와 안전을 호소했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고,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숨 막혀 하는 9호선 노동자들의 절규를 묵살하는 행위다.


서울시는 100% 재정사업으로 건설했던 9호선 2‧3단계 구간(신논현~중앙보훈병원)을 지난 6년간 서울교통공사에 ‘민간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1호선~8호선까지는 서울시가 건설하고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소유권을 넘겨 소유와 운영이 일치된 형태로 관리하고 있지만, 9호선은 서울시가 소유하되 운영은 ‘민간위탁’이라는 방식을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하는 이상한 구조다.


이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은 물론이고, 기관사가 코피를 흘리며 일한다거나 역무원 1인이 넓은 역사를 혼자 관리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 실제로 지난 2019년 5월 9호선 2‧3단계 인력부족 문제가 언론에도 불거지자 수탁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인력충원을 약속했지만, 애초에 서울시가 지급했던 민간위탁 비용 자체가 제한돼 있어 인력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에 위탁했으니, 우리는 책임이 없다’며 발을 뺐다.


인력부족과 극심한 노동강도는 이용객인 서울시민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9호선은 서울 지하철 가운데 혼잡도가 가장 높은 라인으로, 출퇴근 시간마다 시민들은 지옥철 안에서 지쳐간다. 특히 9호선 4단계와 5단계 사업이 예고돼 경기도 하남시까지 노선연장이 확정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간다면 9호선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된다.



노동자와 시민 안전에 무책임한 서울시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6월 17일 서울시의회 해당 상임위인 교통위원회는 단 한 번의 질의도 없이 만장일치로 서울시가 제출한 민간위탁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가 동의안과 함께 시의회에 제출한 <서울시 민간위탁 종합성과평가서>에 따르면 9호선은 “근로여건 및 고용안정 노력”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2017년 18%였던 비정규직 비율이 2019년에는 23%까지 늘었다. 또한 이 평가서는 9호선 노동자들의 높은 이직률이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때문이라고 명시했다. 그동안 9호선 노동조합을 비롯해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노동시민사회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제기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평가서에 담겨있었다. 그런데도 시의회는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에 대해 또다시 3년간 민간위탁을 승인했다.


서울시가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민간위탁의 방향을 보면, 9호선 2‧3단계를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 시행사에 넘기려는 게 드러난다.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은 전체 건설비의 16%를 민간자본으로 충당했다. 그 16%를 투자했던 민간 시행사는 2009년부터 2039년까지 30년간 운영권을 보장받아 이를 민간 운영사에 맡겼다. 서울시는 민간자본에 내맡긴 서울지하철 9호선의 공영화 계획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100% 서울시비와 국비로 건설한 2‧3단계 구간마저 민간기업에 운영권을 내주려는 작태를 보이는 것이다. 2039년까지 운영권이 보장된 1단계 민간 시행사에 9호선 전체 운영을 맡기는 것은, 9호선을 언제든 민영화 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과 다름없다.



공적 소유와 사회적 통제


대중교통은 필수적인 공공재다. 이윤을 따질 게 아니라,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하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안전한 서비스를 담보하며, 이를 위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다.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공공성 강화는 더욱 요구된다. 전염병이 확산하지 않도록 대중교통을 신속하게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은 지하철이 민간영역이 아닌 공적 관리영역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료를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공성 강화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오히려 지하철 9호선의 운영을 민간에 맡기면서 비용과 효율성을 따지고 있다.


9호선 2‧3단계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는 다시금 파업투쟁을 결의했다. 9호선지부와 대책위는 서울시의회 앞 노숙농성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만행을 폭로하고 투쟁을 준비해왔다. 이미 9호선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적정한 인력을 충원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려면 ‘9호선을 공영화하는 것이 답’이라는 사실을 지난 6년간 투쟁의 경험으로 터득했다. 서울시의 현물출자로 9호선의 소유를 서울교통공사로 넘겨 1~8호선과 같이 교통공사가 통합운영하는 게 유일한 방안이다. 이는 기존에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서 검토한 안이다. 서울시는 빤히 대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준비시간 부족’과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를 핑계 삼아 민간위탁을 고집하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위탁안을 철회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9호선 노동자의 파업과 대책위의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공공교통은 보편적 복지다. 지하철이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일터가 되고 시민들에게 안전한 교통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공적 소유와 민주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서울지하철 9호선 공영화 운동은 이용자인 시민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가 직접 운영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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