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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21.04.22 20:20

이슈┃위기의 쌍용차, 대안은 국유화

 

 

쌍용차,

국유화 이외의 길은 없다

 

 

백종성┃정책위원장

 

 

 

“쌍용차에 대한 2,300억 원 투자 취소는 급격한 매출 하락 때문이며, 철수나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며, 설령 2대 주주로 내려가더라도 쌍용차 주요 주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2020년 4월 마힌드라 사장 고엔카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2020년 말, 마힌드라는 실낱같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손바닥처럼 뒤집으며 철수를 결정했다.

 

 

 

구조조정이 온다

 

2021년 4월 15일,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렇게 다시 구조조정 위기에 부닥치게 됐다. 기존 쌍용차 최대 주주이자 모기업 인도 마힌드라로부터 쌍용차를 인수할 후보였던 미국 자동차 유통회사 ‘HAAH 오토모티브’는 당초 법원이 정한 기한이었던 지난 4월 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보내지 않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는 HAAH의 인수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한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 현재 쌍용차가 안고 있는 공익채권 상환에 대한 자금 부담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구조조정으로 쌍용차를 다운사이징해야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쌍용그룹에서 대우그룹으로, 대우그룹에서 상하이차로, 다시 마힌드라로 주인이 바뀌어온 쌍용차의 전망은 다시 격랑 속으로 던져졌다.

 

비록 수차례 매각과 구조조정을 거치며 쪼그라들긴 했지만, 쌍용차는 명색이 한국 5대 완성차 회사에 꼽히는 곳이다. 2020년 4월 마힌드라가 투자 약속을 철회한 이후 위기가 당장 현실로 다가오면서, 4,900명에 달하는 쌍용차 노동자, 1‧2차 협력업체, 205개 판매대리점, 275개 서비스 네트워크, 207개 부품대리점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존이 위기에 처했다.

 

작년 12월 말,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쌍용차 내부 관계자를 인용하며 필요한 인력감축 비율까지 명시해 '대량해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법정관리 돌입은 쌍용자동차가 급격한 구조조정을 자원했음을 뜻하는데, 내부 관계자들은 재정 지원을 대가로 최소 20%의 정리해고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등장해 정리해고를 언급한 ‘내부 관계자’가 누구인지 알 길은 없으나, 대량해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객관적 현실이다.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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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모습. [사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쌍용차는 왜 다시 위기에 처했는가

 

마힌드라는 지난 2010년 쌍용차 지배주주가 된 후 2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1,300억 원을 투입했던 것 외에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 인수 당시 약속한 1조 2천억 원 투자를 집행하기는커녕 도리어 1조 2천억 원 상당의 신차 개발기술을 빼돌린 것과 마찬가지로, 마힌드라 역시 인수 후 여러 차례 약속한 ‘1조 원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음은 물론 쌍용차 기술을 수탈했을 뿐이다.

 

마힌드라는 2016년 쌍용차로부터 티볼리 플랫폼을 550억 원에 사들였다. 신차 개발에 통상 3천억-4천억 원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그야말로 거저 가져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사들인 티볼리 플랫폼으로 생산한 ‘XUV300’을 인도시장에 출시했고, 2019년 4만 대 이상 판매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도 32,200대를 팔았는데 2020년 12월 판매는 2019년 12월 대비 무려 86% 증가하는 등 XUV300은 인도에서 8번째로 많이 팔린 SUV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미국과 중국시장을 개척하기는커녕, 러시아 등 기존 시장 역시 상실했다. 인도 경제지에 따르면 “쌍용차는 티볼리에서 파생한 XUV300 출시로 인도시장에 경쟁력 있는 상품을 들여왔다. 그러나 마힌드라는 가장 큰 두 SUV 시장인 중국과 미국시장 개척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99%에 달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매출원가율 역시 개선하지 못했다. 이 말인즉슨 100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제조원가를 떼고 단 1원을 남긴다는 뜻인데, 여기에 판매‧관리비와 각종 금융비용 등을 제하고 나면 구조적으로 적자를 계속 누적할 수밖에 없어 차를 만들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이런 의문스러운 경영행태는 이미 한국지엠에서도 드러난 바 있는 이전가격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는 한국지엠이 글로벌GM 본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이익 상당 부분을 본사로 이전함으로써 의도적으로 한국지엠의 부실을 야기했다는 의혹으로, GM이든 마힌드라든 그들은 경영실패를 방치 혹은 조장하면서 그저 공적자금을 뜯어가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다.

 

 

 

정부와 산업은행,

‘쌍용차를 넘길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다’

 

쌍용차는 팔리고 또 팔리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국가는 무엇을 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산업구조조정 행보는 산업은행이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은 ‘해고’ 혹은 ‘감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지속적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해왔다. 올 1월 12일에는 쌍용차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으로 연장’과 ‘흑자 전환 시까지 일체의 쟁의행위 금지’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다시 “쌍용차 노사는 여전히 안일하다”거나 “생즉사 사즉생 정신으로 HAAH와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협상 결과를 통해 정부와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12년 전인 2009년, 당시 쌍용차 최대 주주였던 상하이차는 연초부터 쌍용차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렇게 법정관리 돌입 이후 정리해고 피바람이 불며 노동자와 그 가족까지 30명이 죽어 나간 비극이 있었는데도, 또다시 국책은행이 앞장서 기간산업 헐값 매각을 선동하면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누구에게건 쌍용차를 팔아치울 수만 있다면 그 무엇도 좋다’는 식이다. 이동걸이 노동자 희생과 함께 쌍용차를 팔아넘기려 한 ‘HAAH 오토모티브’는 연 매출이 200억 원에 불과한 스타트업이다. 심지어 자동차 제조사도 아닌 유통자본이다. 애당초 쌍용차를 인수할 능력이 없으며, 자금을 조달해 인수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경영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국책은행이라면 이런 자본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 자체를 차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국가는 도리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왜 너희가 희생하지 않느냐’고 일갈하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불과 3년 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철수 압박에 동조하며 대량해고를 자행한 GM에게 오히려 8천억 원의 공적 자금을 쥐여주었다. 이뿐인가? 현대중공업 정씨 일가와 대한항공 조씨 일가에게는 인수자금까지 대주며 각각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을 팔아넘기고 있다. 이쯤이면 산업은행이 아니라 산업판매은행이다. 이런 행보는 정부의 재가 없이 불가능한바, 이는 그야말로 가속화하는 산업 재편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국정농단’에 지나지 않는다.

 

 

 

쌍용차,

국유화 외에는 답이 없다

 

쌍용차를 다시 다른 자본에 팔아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쌍용차 재매각은 과거와 똑같은 파국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산업재편이 가속화하는 지금, 다른 민간 자본의 쌍용차 인수는 또 한 번의 수탈적 경영으로 가는 길이다. 지난 두 번의 매각과 철수로 이미 충분히 뼈저리게 깨닫지 않았나?

 

쌍용차 관련 고용 인원이 2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유화다. 왜 그 많은 국가재정 가운데 쌍용차 노동자들의 몫은 없는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한국판 그린뉴딜’ 중 가장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계획이 소위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다. 2025년까지 전기‧수소차를 총 133만 대 보급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20조 3천억 원을 투입한다. 그리고 국가 재정을 통한 ‘수소경제’ 기반 구축의 수혜자가 현대차그룹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산업 재편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비정규직 집단해고를 자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자원을 쌍용차를 비롯한 중소 자동차회사에 투입하고 이를 공영 자동차회사로 통합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동차 공기업의 목적을 이윤 생산이 아니라 공공의 필요 충족으로 지정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계획’이나 ‘국유화’ 같은 단어들에 많은 사람이 거부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급속히 진행되는 산업 재편은 그 자체가 국가 주도 계획이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계획이냐 시장이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계획이냐다.

 

산업 구조조정은 결국 국가적 계획이다. 공장 폐쇄와 감산, 해고와 임금삭감, 매각과 합병, 그리고 자본을 위한 산업정책. 왜 산업 재편은 자본을 위한 과정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노동자와 사회를 위한 것이어야 하지 않는가? 쌍용차는 지금까지 자본을 위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겪었다. 그 결과가 우리가 지금 목도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자본을 위한 구조조정의 결과가 끔찍했음을 우리는 안다. 이제 이윤이 아니라 공적 필요 충족을 위해 차를 만드는, ‘공기업’ 쌍용차로의 전환을 요구할 때다.

 

 

 

 

 

 

* “Mahindra-Owned Korean Automaker SsangYong Files for Bankruptcy”, <Forbes> 2020년 12월 22일 온라인 기사.

 

 

** 오민규, 「쌍용차의 현실진단과 해법」 참고.

 

 

*** “Mahindra XUV300 Sales Grow By 86% In December 2020”, <GaadiWaadi> 2021년 1월 19일 온라인 기사.

 

 

**** “Mahindra-owned SsangYong files for bankruptcy second time in 11 years”, <Business Standard> 2020년 12월 22일 온라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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