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혐오세력의 억지주장에 날개를 달아준 국민의힘을 규탄한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궁 선수에 대한 ‘숏컷 논쟁’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혐오세력의 준동을 부추기고 있다. 7월 30일 오후,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모 양궁 선수를 향한 반페미니즘 테러는 선수 본인이 ‘남혐 용어’를 쓴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요지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일베’ 용어를 쓴 공인이 자격이 박탈되듯 ‘래디컬 페미니즘’ 용어를 쓴 사람 또한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반페미니즘 테러의 책임을 묻자 ‘커뮤니티 사이트’의 일은 모른다며 회피한 것과는 또 다른 거침없는 태도이다. ‘숏컷을 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지지하며 남혐 용어를 사용하는 여대에 재학 중인 여자는 페미니스트’라는 명목으로 시작된 테러는 각계의 비판과 한국 반페미니즘의 실상을 보도하는 외신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사그라드는 듯했다. 그러나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으로 인해 혐오의 목소리는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현재 각종 인터넷 기사에는 보수화된 2030 남성들의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을 옹호하며, 선수가 사용한 일상적인 신조어가 ‘남혐 용어’라는 억지 주장이 도배되고 있다.
페미니즘과 ‘일베’는 동등하게 배치되지 않는다거나, 신조어는 남혐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반페미니즘 세력의 ‘남혐 용어’ 주장의 본질은 페미니스트의 공적영역 진출과 발언을 막으려는 시도와 연결되어 있다. 이미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공격으로 게임업계 여성노동자에 대한 일자리 위협과 여성 연예인에 대한 낙인찍기는 아무런 제재 없이 이어져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특정표현을 페미니스트의 언어라며 자의적으로 낙인찍고, 해당 언어를 사용한 여성은 처벌받아 마땅한 분위기로 만드는 이유는 여성들을 위축시켜 남성중심 사회의 통제 하에 놓기 위해서이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도 마찬가지이다. 그간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해 여성 군복무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치권이 밀어올린 이슈는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역차별과 불공정이라 규정했고, 혐오세력들에게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공격을 승인해주었다. 여성, 성소수자등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정치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단단한 지지 기반이 되어왔고, 이 지지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중심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내는 페미니스트는 마땅히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페미니스트인지 여부가 고용의 위협, 생존의 위협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나온 양준우 대변인의 발언은 이 땅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 대한 위협과 방관임이 분명하다.
페미니스트를 공격 받아 마땅한 존재로 만들어 지지세력을 유지하려는 국민의힘의 저열한 행태를 규탄한다. 국민의힘은 당장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의 편협한 시각을 한국 사회의 상식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한 여성을 향한 여성혐오 테러를 방조하고 부추긴 데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21년 8월 1일
사회변혁노동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