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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드러낸 

현대 자본주의 의료의 취약성

 

각종 과학기술로 무장한 자본주의 의료체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0.1~0.2㎛의 조그만 미생물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특히 공공의료가 취약한 미국은 세계 최다 확진자‧사망자를 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도 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피해가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된다는 보고가 있다. 민간의료가 부추긴 의료비 상승과 의료불평등의 결과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공공의료 예산을 삭감하고 민영화를 시도해 공공의료 인프라가 취약해진 상황이었다. 의료시설 노후화, 의료인력 부족과 해외유출, 부족한 병상 수 등 공공의료 약화는 엄청난 확진자와 높은 치명율을 야기했다.

 

 

 

‘코로나 대응 모범국’이라는 한국의 이면

 

한국이 코로나 대응에서 비교적 선방한 이유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검사와 선별격리 때문이지, 방역‧의료체계 자체가 뛰어나서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 드러난 한국 의료체계의 실상은 문제투성이였다. 대구에서는 공공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을 기다려야 했던 확진자가 2,300여 명에 달했고, 사망자 23%는 입원도 못 해보고 숨졌다. 7,000명 가까운 확진자를 낸 대구에서 국가지정 음압병상은 고작 10개였고, 전국적으로도 29개 기관 198개뿐이었다.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지만,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10%,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6%로 OECD 평균(약 70%)의 1/7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꾸준히 진행했다. 심지어 4월 2일 특허청은 ‘코로나19 특허정보 내비게이션’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할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를 출원하라’고 독려했다. 공적 책임으로 수행해야 할 코로나19 대응을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월 17일 민간업체의 ‘소비자 대상 직접 유전자 검사(DTC)’를 확대해줬고, 2월 21일에는 원격의료를 전제하는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지침’을 내놓았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의료민영화를 지속하는 정부의 이 약속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공공병원으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코로나19 대응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한국의 공공의료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무엇보다 공공 보건의료체계 확충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현재 너무나 부족한 공공병상을 50% 이상 늘리고, 이 과정에서 기반이 부실한 지방의료원을 보강하는 등 지역 거점 공공병원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공공의료 인력과 시설, 민주적 관리체계 등 전반에 걸쳐 온전한 공공 보건의료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일단 국립대학병원‧의과대학을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의과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하며 민간병원과 경쟁하는 국립대학병원은 무늬만 ‘공공’일 뿐, 민간의료기관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국가가 국립대학병원의 재정을 책임지고 진정한 공공의료기관으로 바꿔야 한다. 국립의과대학 역시 국가 재정으로 운영하는 공공의과대학으로 전환해 공공의료인력 배출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감염병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국가 책임 병원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앙과 각 권역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해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공공의료기관으로 지정‧설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몇 달 전 수익성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사례에서 보듯, 민간기관에 맡기면 수익성 문제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바, 국립대학병원을 제외한 공공의료기관에 감염병을 전담할 감염내과나 예방의학 전문의가 전무했다. 감염병 전문 공공인력 확충 역시 시급한 과제다.

 

 

 

너무나 부족한 검역과 역학조사 인력

국가 책임으로 확충하라

 

검역은 감염병을 사전에 막으며, 역학조사는 감염 원인을 추적하고 확산경로를 차단하는 중요한 예방적 의료영역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검역인력은 인천공항 165명을 포함해 총 453명에 불과하다. 한해 약 5천만 명이 입국하고 인구도 5천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검역인력 1인당 10만 명 이상을 담당하는 셈이다. 역학조사관 역시 질병관리본부 소속 77명과 각 시‧도 소속 53명뿐이다. 이마저 중앙 역학조사관 중 전문 임기제 인력은 32명, 6년 이상 경력의 의사는 3명뿐이다. 시‧도 역학조사관 중 전문 임기제는 8명에 그치며, 나머지는 공중보건의가 한시적으로 담당한다. 

 

이런 부족한 인력으로는 대규모 감염사태뿐 아니라 상시적 감염 역학조사도 감당하기 힘들다. 전염병 사전 차단과 예방을 위해 검역과 역학조사 전문 공공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의료장비-제약산업의 국유화‧공공화

 

코로나19를 계기로 마스크 생산과 공급, 유통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자 정부가 적극 개입했다. 이처럼 시장원리로는 긴급한 시기에 필수적인 의료물품을 제대로 생산‧공급할 수 없다. 감염병 등 공중보건 위기 대응에 필요하거나 필수적인 의료장비 및 기기의 생산‧공급‧유통은 공공화‧국유화하고 공적 통제를 실시해야 한다. 

 

더불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사태 장기화와 재유행에 대응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자본의 이윤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적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공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 더욱이 바이러스 돌연변이에 의한 신종 감염병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쉽지 않고 개발하더라도 유효성이 불확실해, 이윤 창출이 목적인 민간 제약사가 뛰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종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역시 공적으로 개발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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