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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3.02 12:43

광장극장블랙텐트, “봄이 온다.”


이양구극작가(광장극장블랙텐트 운영위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선고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구속되었고, 김기춘과 조윤선 등이 블랙리스트작성과 관리 혐의로 구속되고,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로 추가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압도적 국민의 의지를 거슬러 탄핵을 기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광장극장블랙텐트는 지난 201717일 이순신 동상 뒤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예술가들, 다양한 사업장의 노동자들, 공지를 보고 달려온 시민들이 함께 만든 극장이다. ‘이곳은 임시 공공극장입니다라는 선언문을 내걸고 116<빨간시>위안부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릴레이 공연을 시작했다. ‘공공극장광장극장블랙텐트 무대에는 박근혜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극장들이 배제했던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와 그녀의 옷장>에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엄마들이 직접 출연하여 세월호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광장 꽃, 피다!>는 노동과 인권을 이야기했다. 공연은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고, 현재는 36~8일 동안 함께할 [광장극장블랙텐트 페스티벌 봄이 온다.”] 참여작을 공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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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백은호]


검열과 낙인으로 문화예술계 길들이려는 정부
광장극장블랙텐트는 국정농단 세력에 오염된 민주주의를 정화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시민들의 민주적 의례가 된 촛불항쟁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였다. 국회 청문회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 박영수 특검의 수사과정 역시 민주주의가 정화되어 가는 의례 과정의 일부가 되었다. 일상에서 벗어난 일상이 계속된 지 백일이 넘었지만 민주적 의례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것이고, ‘촛불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모든 사람들에게 도덕적 의무가 된 것도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은 지치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봄이 오면 꽃처럼 들풀처럼 훨씬 더 타오를 것이다.    
지난 20161011일 도종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존재 사실을 폭로했다. 도 의원이 국정감사에 일부 삭제된 채 제출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원본에서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 분들에 대한 신상파악 등을 해서” () “결국 그 분도 청와대에서 배제한다는 얘기로 해서 심사에서 빠졌습니다.” 등의 표현을 찾아낸 것이다
20161012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명단은 9,473명에 이르며 작성 근거는 세월호 진실 규명 요구와 박원순, 문재인 등 야당후보 지지선언이었다. 그들이 블랙리스트를 적용하여 실행한 방법은 더욱 치졸하고 집요했다. 가령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창작산실시범공연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연극평론가 김미도에 따르면, 문예위 직원 이한신과 장용석은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에 대한 배제를 요구하다가 여의치 않자 연출가를 직접 찾아가 지원 수혜를 포기하라고 종용하며 결국 포기 각서까지 받아낸 다음, 누군가 행정시스템에 접속하여 극단 측이 한 것처럼 포기신청서까지 작성했다.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연출가에게 각서를 받아냈고 문서까지도 조작해서 공공의 질서 또한 파괴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블랙리스트가 실행된 배경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5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체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당시 신동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6, 구속) 주도로 최초 블랙리스트’ 80명이 작성됐고 이후 김기춘과 조윤선 주도로 블랙리스트가 추가됐다. 문체부 장차관들까지 구속되었지만, 정작 블랙리스트 실행 기관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명진 위원장은 아무런 책임조차 지지 않고 휴지 조각 같은 사과문 한 장만 달랑 발표했다.

다시,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린다

송경동 시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2016114일 광화문 광장에 텐트촌을 세우고 입주할 때 연극인들도 텐트를 한 동 설치하고 저항에 동참했다. 2대 방장으로 밤낮 텐트를 지켰던 이해성 연출가가 어느 날 아침 볼에 차가운 것이 닿아서 눈을 떠보니 텐트에 밤새 쌓인 눈이 내려왔더라고 했다. 눈 내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연극인, 마임예술가 등 예술가들과 노동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광장극장블랙텐트를 함께 세웠고, 극장의 주인이자 관객이 되었다. 광장극장블랙텐트에 연일 찾아와 객석을 채웠던 시민들도 주인이자 관객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앞둔 36~8일 광장극장블랙텐트에는 봄이 온다.” 광장극장블랙텐트는 더 많은 시민들이 주인들이자 관객으로 동참해 주시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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