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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와 함께 인권밥상 차려보실래요?

밀양 깻잎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며

 

김그루이주민과함께

 

깻잎 좋아하세요?

우리가 먹는 깻잎의 다수가 밀양에서 생산됩니다. 누구의 어떤 노동으로 우리 밥상에까지 오르게 되는 걸까요?

한 평생 땅 파며 고단한 삶을 살아낸 농부들의 땀방울이 서려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론 저임금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민들의 노동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 농촌의 빈자리를 캄보디아, 네팔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법제도는 현실에 맞지 않고, 그나마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관계기관에 문제를 제기해도 증거가 없다며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농산물 속에 이주노동자들의 고난과 절망, 원망이 서려 있습니다.

 

최저임금 위반, 장시간노동, 불법파견, 비닐하우스 숙소

지난해 9, 밀양 깻잎밭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는 저임금과 임금체불 때문에, 불법적인 파견근로와 비인간적인 숙소문제로 이주민상담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1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이틀 밖에 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월급은 100~120만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따져묻자 농장주는 3시간 동안 쉬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에 8시간분의 임금만 주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매월 숙소비가 1인당 15만원에서 30만원이었고 이를 임금에서 공제하기에 월급은 그리 적었던 것이었습니다. 기숙사는 좋은 경우 컨테이너이고 대부분은 비닐하우스에 패널로 칸막이한 집, 아니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비닐하우스 지붕 위에서 비가 새 집안이 물바다였습니다. 방을 혼자 쓰는 경우는 없었기에 비닐하우스 원룸은 월 60만원에서 90만원이었던 것이고 농장주는 노동착취와 더불어 고가의 불법 임대사업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것도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가건물을 제공하면서 말이죠.

또한 계약한 농장주의 밭에서만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도 누구의 밭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일해야 했습니다. 계약을 한 농장주의 작업지시에 따라 그 밭에서만 일하게 되어있는데 깻잎밭 근무하기로 한 사람이 딸기밭, 고추밭에 불려 다니며 일해야 했습니다. 어떤 노동자는 물류센타에서 물품 포장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불법적인 파견근로를 시켰던 농장주는 그날 밖에 나가 일했던 그 임금은 쏙 빼고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악랄하기가 이를 데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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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문제해결은커녕 이주노동자 차별

고용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하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농장주보다 더 나쁜 게 노동부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문제해결 의지가 없었고 그저 농장주와의 합의를 종용할 뿐이었습니다. 양산지청의 조사는 불성실하고, 불공정했으며 문제해결의 능력도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근로감독관이 출석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반말을 일삼고도 무얼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문제해결을 기대하며 찾아간 한국의 국가기관에서 그야말로 차별과 인권침해를 혹독히 경험했습니다.

농장주를 상대로 한 최저임금위반, 임금체불, 불법파견, 기숙사비 부당공제진정사건은 모두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아무런 개선책 없이 행정종결 처리되었습니다. 진정을 제기했던 8명의 이주노동자들 모두 자신이 일한 시간대로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루 3시간씩 공짜로 노동력을 제공했던 셈입니다.

 

우리밥상 먹거리의 불편한 진실

밀양 깻잎밭을 비롯한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면서도 그 유형이 대부분 유사합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상담으로 노동부에 제기해도 해결이 어렵습니다. 상담이나 개별 단체 차원에서 이러한 현실을 바꿔내는 데 한계가 많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우리밥상의 먹거리를 생산해낸 노동자들이 차별과 억압 속에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민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과 노동권 침해는 계속될 것이기에 지역사회에 문제를 공론화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착취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깻잎이 우리 밥상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저 맘 편히 먹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고용노동부가 외면하는 깻잎밭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이주민 인권단체들이 먼저 나섰고요. 부산, 양산, 창원, 밀양, 울산, 김해 등 부울경 지역 노동단체, 여성단체, 생협단체, 농민단체, 그리고 정당들도 발 벗고 나섰습니다. 여러 국적의 이주민 공동체들도 함께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저희들은 <밀양 깻잎 밭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시민모임>을 결성하고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저희와 함께 인권밥상 차려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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