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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6.15 16:56

솔잎혹파리 


지난 65, 서울 남산에는 솔잎혹파리먹좀벌 4만 마리가 날아올랐다. 솔잎혹파리먹좀벌은 솔잎혹파리 천적이다. 서울시는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남산 소나무를 살려내려고 경상북도에 요청해서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에서 인공 번식시킨 솔잎혹파리먹좀벌을 무상 지원 받았다. 솔잎혹파리먹좀벌은 이날 새벽에 KTX로 빠르게 옮겨져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남산 남쪽 산자락에 풀어 놓여졌다. 깨알만한 이 기생벌은 솔잎혹파리 알을 찾아가서 맨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알을 낳고 죽을 것이다. 솔잎혹파리먹좀벌은 남산 소나무를 지켜 낼 수 있을까?

솔잎혹파리는 소나무재선충, 솔껍질깍지벌레와 소나무 3대 병해충으로 꼽힌다. 40년 전까지만 해도 소나무를 가장 괴롭혔던 병충해는 송충이였다. 송충이는 솔나방 애벌레다. 1970년대까지 방재 기간을 정해 공무원과 학생들을 동원해서 송충이를 잡았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는 송충이 피해가 줄어드는 대신 솔잎혹파리 피해가 늘어났다. 1920년대 초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솔잎혹파리는 점점 넓게 퍼져나가, 1995년쯤에는 남한 전체로 퍼졌다.

솔잎혹파리는 일 년에 한 번 발생한다. 땅 속에서 애벌레로 겨울을 나고, 봄에 번데기가 되었다가 한 달쯤 뒤에 날개돋이를 해서 어른벌레가 된다. 어른벌레로 사는 기간은 하루살이만큼이나 짧다. 대부분 어른벌레가 된 날 알을 낳고 죽는데, 짧은 시간 동안 짝짓기하고 새로 자라나는 여린 솔잎에 알을 낳는다. 알을 까고 나온 애벌레는 뭉쳐난 솔잎 두 장을 싸고 있는 잎집 속으로 들어가 두 잎 사이에서 나무즙을 빨아먹으며 산다. 애벌레가 들어간 솔잎은 부풀어 벌레혹이 된다. 벌레혹이 생기기 시작하면 솔잎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 절반밖에 자라지 못한 솔잎은 점점 누렇게 말라간다. 날씨가 추워지면 애벌레는 벌레혹에서 나와 겨울을 나려고 땅 속으로 들어간다.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소나무는 바로 죽지 않는다. 2~3년 피해가 되풀이되어야 죽는다. 피해가 점점 늘어나다 5~7년이 지나면 솔잎혹파리 개체수가 줄어들고 피해가 회복된다. 피해 지역 소나무는 20~30퍼센트쯤 죽는다. 천적을 이용한 솔잎혹파리 방재가 시작된 것은 솔잎혹파리 천적 곤충인 솔잎혹파리먹좀벌과 혹파리살이먹좀벌을 인공 사육할 수 있게 된 1979년부터다. 여러 지역에서 천적을 이용해 방재를 해오다 솔잎혹파리 피해가 많이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경상북도에서만 천적 방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0년대에는 솔잎혹파리 피해는 줄었지만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100퍼센트가 죽는다. 소나무를 지켜내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숲이 병들어가는 걸까? 병충해는 허약한 소나무 숲에서 발생한다. 소나무가 허약해지는 것은 숲 생태에 문제가 생긴 탓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 간섭이 자연스러운 천이를 멈추게 해서 소나무 숲이 지속되어 온 것이다. 소나무 숲은 그대로 두면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간다. 소나무는 넓은잎나무에 가려 힘이 약해져 병충해 피해를 입고 사라진다. 솔잎혹파리 피해는 천이가 이루어져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남산 소나무도 신갈나무에 계속 밀려나고 있다. 남산은 점점 참나무 숲으로 바뀌어 간다. 애국가 속 남산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갈수록 비싼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천이를 거스르며 소나무 숲을 지키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결국은 시간 문제이지 현존 소나무 세대가 지나면 대부분의 소나무림이 급격히 사라질 것이며 종국에는 소나무 문화권, 소나무 임업권에서 활엽수 문화와 임업권으로 전환될 것”[<우리 문화>, 마상규 외, 수문출판사]

솔잎혹파리는 끊긴 남북 교류를 여는 데에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도와 민간단체는 금강산 솔잎혹파리 피해를 예방하는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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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강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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