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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성과연봉제 대신 문재인식 직무급제?

직무급제라는 이름의 저임금-불안정노동 차별을 당장 멈춰라

 

김상연기관지위원회

 


지난 517,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공공부문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528일에는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그 주장(성과연봉제 폐지)이 선거 전에 굉장히 강하게 나왔다"사회분과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까지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박근혜식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반대하면서도 현행 연공급제 또한 문제가 있다고 밝혀왔고, 구체적 대안으로서 직무급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일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론적으로 직무급제는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에 대해 나이·경험·근속연수·고용형태와 무관하게 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직무급제에서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원칙을 동일 직무에 대한 동일 임금으로 해석한다. 직무급제를 옹호하는 논자들은 현행 연공급제 하에서 정규직 장기근속 노동자들이 생산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근속연수가 길다는 이유로 임금을 높여서 받고 있다며, 대안은 직무급제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정규직 노동자들만이 혜택을 누리는 연공급제를 탈피하고 비정규직에게도 직무에 따른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직무급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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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제의 실체는 직무를 근거로 한 차별의 정당화일 뿐

그러나 직무급제 찬성론자들이 어떤 논리를 갖다 붙이든, 직무급제의 실체는 오직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고착화와 정당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직무급제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맡은 직무에 따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임금과 처우를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자본가들이 직무급제로의 전환을 목 놓아 부르짖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박근혜가 성과연봉제를 통해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 혹은 갈등을 부추기며 단결을 흩어놓으려고 했다면, 문재인이 도입하고자 하는 직무급제는 기준조차 모호한 직무평가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을 갈라놓는 제도다. 직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사업장임에도 임금에서의 차별적 대우가 정당화된다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원칙을 요구하는 일은 더욱 요원해진다. 자본의 입맛대로 동일 노동동일 직무라는 의미로 치환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직무평가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세분하면서 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직무평가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같은 사업장임에도 어떤 일은 핵심업무고, 어떤 일은 비핵심업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가장 핵심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조차 비용절감을 위해 간접고용·외주화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이윤을 위해서라면 정비업무든 시설관리업무든 모조리 외주화했던 자본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직무급제가 어떻게 이용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되려 특정 직무를 비핵심업무로 규정함으로써 외주화와 비정규직화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렇게 직무급제를 요구하는 자본가들이 연공급제를 비난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나이가 들어서 생산성이 떨어졌음에도 더 많은 임금을 줘야하기 때문에 연공급제가 비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비난하는 그 노동자들은 장기근속 이후에는 많은 임금을 보장받는다는 약속을 믿고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청년시절을 바쳐 자신들에게 충성해왔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말처럼 청년노동자도 직무에 따라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을 많이 받는 것이 직무급제라면, 왜 청년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서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가? 정규직 채용이 힘들다며 대기업 초봉을 깎은 것이 2009년이고, 그래도 힘들다며 임금피크제로 또 깎은 것이 바로 작년이다. 그래서 그들이 그 돈으로 고용 책임을 제대로 지기나 했던가? 자기들 배불리는데 혈안이 된 자본가들의 말에 또 속아 넘어갈 수는 없다.

 

문제는 저임금-불안정노동체제다

성과연봉제를 철회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그 대안이 직무급제라면 결국 자본의 입맛에 맞춰 임금체계를 고쳐보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은 곧 생존권이다. 자본가들이 불평하는 현재의 임금체계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은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현실이다. 진짜 문제는 연차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체계가 아니라, 이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평생을 저임금-불안정 노동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삶이다.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를 정당화하려는 자본의 손을 잡고 노동자들을 찢어놓는 직무급제 도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활임금과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이러한 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