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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주범이 책임을 회피하다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 61미국은 비구속적인 파리 기후협정의 모든 이행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파리협정은 미국에 불이익을 가져다준다. 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수행할 의무가 있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이다. 파리기후협정은 오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 201511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의 합의로 마련돼 발효된 협정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기회 잃을까 전전긍긍

미국은 산업혁명 이후로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가 중 하나이며, 지금도 중국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이다. 이러한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전 세계 녹색경제 전환으로의 지원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것은 지구 기후변화의 주범임을 부정하고, 지속적으로 지구파괴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중국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는 발언을 하며,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트럼프정부는 미국 내 석유, 셰일가스 등 에너지생산을 늘려 수입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관련 규제를 철폐할 것을 천명했으며, 온실가스 배출규제 및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그간 추진되어온 오바마정부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화석연료 부흥을 통한 에너지 자립 및 고용창출을 강조하는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는 이러한 정책기조의 연장선에 있으며, 트럼프 개인의 일탈적성향이라기보다는 공화당으로 대표되는 미국 보수세력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 대부분, 헤리티지 재단 등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하트랜드 연구소 등 정치단체, 보수언론, 석유자본 등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석유·석탄 에너지 등 자연수탈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자본주의 축적체제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겨온 자본과 그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한 전략을 트럼프정부는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선언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래를 거부한 결정이라고 비난했고, 프랑스, 독일, 캐나다, 영국, 멕시코 등 여러 국가들도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국제사회에서의 비판 뿐 아니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 디즈니 그룹의 로버트 아이거 회장이 트럼프의 대통령 자문직에서 사퇴했으며,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의 결정 전에 공개서한을 신문광고로 싣고 파리협약 잔류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재무부장관을 지냈던 하버드대의 로렌스 서머스 교수는 이라크 전쟁 이후 최악의 실책이라고 비난하는 등 미국 국내의 반발 움직임도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의 자본진영에서의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파리협정을 외면하면 전기차, 태양광, 해상 풍력 등 재생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사회에서의 사업 기회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이미 시행중인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은 대부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녹색사회로의 전환 거부하는 트럼프정부의 반동적 결정

미국의 기후협약탈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부시정부 시기인 2001년에도 교통의정서를 탈퇴한 바 있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유지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도 그 선언대로 이행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파리협정 28조에 따르면 2016114일 발효된 파리협정은 발효 3년 뒤(’19.11.04)부터 탈퇴서 제출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탈퇴서 제출 이후 1년 뒤에 탈퇴절차가 마무리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탈퇴를 추진하더라도 총 4년이 소요되므로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넘어서게 된다. 그리고 탈퇴를 진행하더라도 트럼프 재임기간 동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파리협정 비준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미국이 파리협정에 의거, 2015년에 유엔에 제출한 감축 목표에 따르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탈퇴 절차에 1년이 소요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면 파리기후변화협정도 탈퇴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을 이용하는 방안도 존재하나, 미국이 얻는 이익이 거의 없고, 부시정부에서의 경험을 보더라도 이 방안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

어찌됐든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선언으로 그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졌던 기후변화 리더쉽의 지위는 크게 흔들릴 것이며, 미국의 협약 탈퇴에 따른 공백은 중국과 EU의 공조로 메꾸게 될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하며 그의 선거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을 패러디하여 “Make our planet great again”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실현하려면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체제가 변화해야 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윤추구가 아닌 생태중심 사회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트럼프의 기후변화협정 탈퇴선언은 이러한 시대적 전환을 거스르는 반동적 행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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