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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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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핵심 화두

 

재현사회운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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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IMF를 교과서에서 배운다고 하는데, 오늘날 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IMF는 삶이 걸린 문제였다. ·장년층은 정리해고, 부도, 파산이 늘 등 뒤에 따라다녔다. 당시 청년은 취업이 되지 않았고 남자들은 군대에 갔다. 청소년들은 아침에 출근하지 않는 부모님을 낯설어했다.

 

노동자를 임금과 고용에 목매게 한 신자유주의

당시 민주노조의 조합원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당시 조합원들은 최선을 다해 투쟁했지만, IMF와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 패배의 경험은 노동자들과 민주노조에 큰 상처와 공포로 각인되었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아무리 투쟁해도 나의 고용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노동조합의 단결력은 취약해졌다. 반대로 자본의 현장 통제력은 강대해졌다. 조합원들에게 노동자는 하나다는 큰 울림이 되지 못했고, 파편화된 조합원들은 고용과 임금에 목매달았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힘을 잃다 보니 미조직 노동자들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자본에 대항하는 현장 권력을 형성하고, 노동해방 세상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 결과 광장에서 촛불은 빛났고 새 정부를 넘어 노동해방의 길로 한 걸음 더 전진할 기회를 우리는 맞이했다.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이 과정에서 현장과 민주노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그 힘으로 새로운 주체들을 다시 조직해 낼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왜 노동시간 단축에 주목해야 하는가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의 몸과 삶에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 의제다. 그 이유는 첫째, 노동시간은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노동자의 건강, 생명, 사회적 관계, 여가 등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자본은 물론이거니와 노동자에게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로 고려되지 않았다. 자본은 위험을 외주화했고 조직된 노동자들은 이를 묵인하며 자신의 고용과 임금을 지켰다. 가족과의 관계, 그밖에 사회적 관계 문제 역시 노동자의 필요와 요구는 절박했음에도 현장 바깥에서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고스란히 내맡겨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장시간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이번 기획에서 인터뷰한 두원정공 노동조합의 사례처럼 사회적 관계 회복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넓은 의제 가운데 하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가 노동시간 단축을 거론했던 까닭은, 노동시간 단축을 절실히 바라는 유권자의 요구를 읽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할 것 없이 일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의제이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은 특정 집단에 혜택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노동자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한다. 나아가, 모든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줄여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권리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호소력이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조차 꿀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차고 넘친다.

셋째,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합적인 힘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집단 전체가 같이 적용받는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노력과 적응으로 해결하는 데 제약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조합을 위시한 집합적인 해결 방안이 중요한 것이다. 당대의 신자유주의가 노동자를 각자도생의 삶으로 파편화했기에,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동자들의 조직된 힘이 요구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졌던 노동시간을 줄여 심야-교대 노동을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획득해야 한다. 그럴 때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시간 단축은 조직된 노동자, 조직되지 않는 노동자 모두가 지향하는 바와 부합하는 보편적 요구이다. 따라서, 이 의제를 디딤돌 삼아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투쟁을 펼칠 수 있다. 현재 노동운동, 민주노조 운동이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귀족노조, 양보론, 담합론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의 분절 양상이다. 자본의 갈라치기 전략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고용과 임금은 물론, 건강과 생명에서도 내부 격차 심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운동, 민주노조 운동이 임금과 고용 문제에만 집중한다면 이 분절은 더 큰 간극을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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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분할 통치를 넘어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그런 측면에서 고용과 임금의 문제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고용과 임금이 제로섬의 성격이라면 노동시간은 제로섬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탈피할 수 있다. 고임금 대 저임금, 정규직 대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를 분절하는 자본의 전략과 달리, 노동시간 단축은 아직까지는 노동자를 분절하는 의제가 아니다. 최근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진영이 6.30 사회적 총파업과 최저임금 1만원 쟁취 투쟁을 벌이는 것 또한 노동자의 분절을 넘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집약하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시간 단축 투쟁은 모든 노동자의 필요와 요구가 담긴 의제이며, 사회적으로 거부하기 힘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 등에 연결된 의제이기도 하다. 또한, 개별이 아닌 집단으로 행동해야만 쟁취할 수 있는 과제이기에 노동자를 분절화하는 자본의 전략에도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 의제가 100% 정답이라거나 긍정적인 의제로만 작동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의제가 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동지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2017년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치캠프를 통해 이 고민을 더 많은 동지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