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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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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주의 확산에 맞서자

 

백종성정책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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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민주노총 9차 중앙집행위원회는 찬성 19, 반대 9표로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결정했다. 사회변혁노동자당이 강조해왔던 바와 같이, 이는 문재인식 일자리 창출(문재인식 노동유연화)에 민주노총의 동의라는 외피를 씌울 것이고 사회적 총파업과 하반기 노동악법개정투쟁을 허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정치총파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위는 전술적 유연성조차 아니다.

역대 정부의 사회적 대화와 문재인정부의 대화 시도를 구분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국정농단 사태 발생 직후 재벌총수 구속·처벌은커녕 전경련 해체조차 내걸지 못한 민주당 정부가 행하는 모든 개혁은 광장항쟁의 여진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활로는 정부와의 제도적 협력이 아닌 자신의 투쟁을 개척하는 것에 있다. 또한 노사정 대화기구가 정해진 선험적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자리위원회가 정부위원회인지, 노사정대화기구인지를 따지는 것 역시 별반 의미가 없다. 일자리위원회는 사회적 타협 창출을 목적으로 한 정부주도의 사회적 대화기구이고, 민주노총은 논쟁 끝에 자유주의 정권이 주도하는 대화기구에 참여를 의결했다.

노동운동 안에 존재하는 정부에 대한 기대, 80%를 상회하는 정권 지지율이 주는 압박 등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미조직 대중에게 현 정부는 항쟁을 계승하는 혁명정부와도 같다. 대중은 새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조직노동을 압박하고 있으며, 노동운동 내에는 사회적 합의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현 사회적 대화의 맥락이 구조조정이 아닌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현 정권이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정부 자신을 고용주로 하는 공공부문에서 발 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한 공공부문을 축으로 한 민간으로의 확장이라는 전략이 정부 입장에서 효과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일자리 창출의 근본 방향이다.

 

간접고용 일반화 - 보다 안정적이고 세련된 중간착취의 정착

IMF 구제금융 이래 존재한 정권이 고용문제를 핵심으로 내걸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명박정권도 잡 셰어링이란 이름으로 고용 창출을 주장했고, 박근혜정권 역시 고용률 70%를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문제는 그 방향이다. 단시간 저임금 일자리 양산, 뿌리산업 파견허용 시도를 통한 비정규직 고용 확대, 청년고용을 명분으로 한 대졸초임 삭감,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등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고용정책이자 구조조정 정책이었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구조조정을 동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환상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의 이윤을 줄이거나 노동의 몫을 내놓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경로가 있는가? 물론 정부는 재정투입을 내걸고 있으나, 정부 구상에서조차 재정투입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17만 개에 불과하다. 정부가 밝혀온 공약과 실제 행보의 중심은 무기계약직이라는 평생비정규직의 양산,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양산일 뿐이다.

이는 자본이 그토록 요구해왔던 사용 연한이 사라진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으며, 난립하는 하청업체를 통·폐합해 하청업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과정에서 처우개선이 있을 수 있다면, 난립하던 하청업체 만큼 존재하는 바지사장이 수탈하던 몫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몫만큼을 노동자에게 돌려준다고 해도 이 노동자들은 여전히 무기계약직군에 임금과 복지체계가 묶인 평생비정규직일 뿐이고 항상 인 자회사 노동자 신세일 따름이다. 문제의 근원, 원청 자본의 이윤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조치인 만큼 그 한계가 명백한 것이다.

이것이 섣부른 예상이 아님은 정부의 공공부문 행보 자체가 증명하고 있으며, 또한 정부가 공약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공공부문 내 조치가 민간으로 확장할 것임은 SK브로드밴드에서 이미 이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회사 전환조치가 입증한다. 이 모든 것이 일자리위원회 논의 없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정부 기조가 이미 명백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할 일은 정부 조치의 한계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싸우는 것이지 그 조치에 대화라는 이름으로 휘말리는 것이 아니다. 정권은 보다 안정적이고 세련된 중간착취를 제도화하고자 한다.

이런 기조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문재인식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문재인은 동일사업장 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법제화를 밝혔으나, 이는 현대자동차와 하청업체가 엄연히 법적으로 다른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SK브로드밴드와 그 자회사 ‘SKB서비스가 다른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중간-이중착취의 존재를 제도적으로 다시 확인하겠다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문재인식 원청사용자 책임역시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가 밝힌 것은 대기업·공공부문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기업의 공동사용자 책임이며, 이는 노동조건 결정과 산업안전 문제에 있어 원청도 교섭에 나와 일정하게 책임을 부담하라는 것일 뿐, 하청 자회사와 중간착취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 중간착취를 양성하는 파견법에 손대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대책이란 이런 것들에 불과하다. 한국 고용문제의 본질 - 원청 재벌을 정점으로 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이런 인식틀 안에서 해결은커녕 인식조차 될 수 없다.

 

사회적 합의주의, 정권의 수동혁명을 넘어

노동운동이 김대중-노무현정부 시기의 무차별적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를, 그 도구로서의 사회적 대화를 기억하고 있음에도 일자리위원회에 참여한 현 상황은 지난 10년간 지속되어온 야권연대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야권연대는 총선·지방선거·대선에서의 연대에 그치지 않았다. 진보정당과 보수야당의 선거연대는 노동조합과 민주당 사이 일상적 연대의 길을 텄다. 을지로위원회를 축으로 한 중재정치는 투쟁사업장에서 일반적인 일이 되었고, 민주당은 이를 축으로 조직노동운동의 기저를 잠식해왔다. 민주노총이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대선방침과 그 자체로 충돌하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노동운동의 존재는 그렇게 형성되어왔다.

6월 사회적 총파업과 하반기 노동악법철폐 총파업, 즉 국가에 맞선 정치파업을 앞두고 벌어진 일자리위원회 참여가 야기할 사회적 합의주의 확산에 맞서야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동계급 스스로의 힘으로는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확산이고, 그 체념의 확산은 민주노총을 민주당의 대중조직으로 만들 것이며, 이를 통해 웃는 것은 결국 자본뿐이기 때문이다.

일자리위원회를 둘러싼 논쟁은 물론, 2018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역시 사회적 합의주의 확산과 노동계급 독자세력화를 가르는 중요 계기가 될 것이다. 자유주의 정부 아래, 시민성과 계급성은 사사건건 부딪힐 것이다. 정권이 표방하는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원칙에 노동계급의 권리는 하위 부가조항일 뿐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사회적 고립을 탈피하는 것은 스스로 정부와 협조하며 시민성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조직 노동대중에게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들고 나아가는 것에 있다. 스스로의 경제적 요구는 기본이다. 문제는 그에 그치지 않는 것에 있다. 최저임금1만원이 표상하는 정당한 분배요구는 물론, 노동악법철폐가 표상하는 결사권의 대중화, 모든 재벌총수 구속과 범죄수익 환수, 국민연금에 대한 민중적 통제방안까지 포괄하는 자본통제 대중투쟁의 발전이 우리의 길이다. 문재인정권의 행위는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수동혁명에 가깝다. , 문재인정권은 노동계급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착취체제의 유지와 진화를 의도한다. 이 수동혁명을 넘어설 때, 우리는 근본적 변화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