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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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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회유와 탄압 계속되지만

투쟁 멈출 수 없다

 

조한경강원


 

510.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만들어지던 날, 동양시멘트 수석부지부장 김경래는 광화문 6번 출구 앞 삼성전자 광고탑에서 내려온다. 414일부터 시작한 고공단식농성 27일차 되던 날이었다. 그들이 고공에서 단식으로 외쳤던 것은 무엇이었나?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이었다. 누구보다 먼저 박근혜 퇴진을 외쳤고, 광화문 광장을 점령했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동지들의 고공단식농성은 그렇게 끝났다. 아무것도 없이 무기력하게 지나갈 뻔 했던 대선기간에 그들은 전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을 호소했고, “투표를 넘어 투쟁으로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해 나가자고 얘기했다. 그들의 절규는 절박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전선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고 싸움은 더 이상 확전되지 못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오랜 시간 투쟁해 온 동지들이 보여 준 결기에 화답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을 겸허히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김경래 수석이 고공단식농성을 결의하고 단행하자 이재형지부장과 동지들은 다른 투쟁 사업장 동지들과 함께 광화문 6번 출구 앞에서 노숙 농성으로 함께했다. 개별사업장의 투쟁을 넘어 하나의 투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하루하루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고 투쟁해 온 동양시멘트와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동지들에게는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한 투쟁의 날들이었다.

 

불법파견 범죄집단에겐 솜방망이’, 노동자에겐 철퇴

고공단식농성이 진행되던 그 와중에도 삼표-동양시멘트는 노조 와해 공작을 멈추지 않았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판결을 이행하기는커녕 돈으로 조합원들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성지부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개별 접촉을 통해 노조 탈퇴와 소 취하 후 금전으로 보상하겠다는 소문을 노골적으로 퍼뜨리기 시작했다. 장기투쟁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회유하고 결국 소를 취하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4명의 조합원들이 또 우리 곁을 떠났다.

노동조합은 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교섭을 사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삼표-동양시멘트는 노동조합과의 교섭은 불가하며, 개별 협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을 와해하고 파괴하겠다는 입장에 다름 아니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세상은, 자본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탄압의 발톱을 숨김 없이 드러냈던 삼표-동양시멘트 자본이 법정에서는 유달리 비굴해졌다. 노동조합이 제기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송에 대응하는 삼표-동양시멘트의 자세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법정에서 자신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하는 척 시늉한 것이다. 물론 이들의 속내는 뻔했다. 법원 판결이 법정구속 같은 중형이 아니라 벌금형 정도로 적당히 마무리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과 법원은 이들의 바람에 정확히 부합했다. 검찰의 구형대로 삼표시멘트에게는 벌금 1,500만원이, 위장도급업체 대표에게는 각 7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되었다.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지난 20156명의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을 구속시킨 법원이기도 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많게는 1, 적게는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노동조합 현수막 게시를 막는 회사 관리자들과 다툼이 있었다는 것과 공장 현지 실사를 위해 현장으로 들어가던 차량을 막았다는 이유만으로 내려진 형량이었다. 두 형량의 간극은 너무도 멀고 아득했다. 누구를 위한 검찰이고, 누구를 위한 법원인지 새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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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함 알기에 포기할 수 없어

부당해고 투쟁 836, 상경노숙투쟁 665, 위장도급에 맞서 싸운 지 1,090일이 되었다. 여전히 동양시멘트지부 동지들은 바쁘다. 삼척 공장 투쟁, 서울 삼표 본사 이마 빌딩 투쟁,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투쟁사업장공동투쟁위원회 농성 투쟁으로 하루하루가 쏜살 같이 지나간다. 자본의 탄압은 교묘하게 지속되고 있고, 그토록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에는 돌덩어리가 하나씩 쌓여만 간다. 또 얼마간의 시간을 버티며 싸워야 할지 아무도 확실히 답해 줄 수 없다. 누군가는 이 투쟁을 왜곡하고 곡해하여 힘을 빼고 있다. 그러나 우리 투쟁이 올바름을 확신하기에, 함께 싸우는 동지들과 주저하지 않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개별사업장을 넘어, 작은 차이를 이겨내고 더 큰 싸움을 만들어 나가는 동양시멘트 동지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이 투쟁에 적극 연대해, 정당함이 부당함을 끝내 이기리라는 점을 보여주자.

삼척공장에서, 이마빌딩 앞에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오늘도 동양시멘트 동지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정규직 쟁취하고 현장으로 돌아가자!”

불법파견 위장도급 삼표 자본 박살내자!”

전국노동자 총단결로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악법 철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