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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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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가이드라인,

파견법과 기간제법 폐기 없는

노동개혁은 허구다

 

백종성정책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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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공공부문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 정규직화 대상, 정규직화 경로와 방식 등을 밝혔다. ‘상시·지속업무 대상, 노사협의를 통한 자율 추진, 고용안정·차별개선·일자리 질 개선을 순서로 단계적 추진,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며 정규직과의 연대로 추진등이 정부가 밝힌 방향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은 그간 노동운동이 지적한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의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 정부 방침에 따른 정규직화 적용 대상은 좁고, 정규직 간주 대상은 넓으며, 정규직 전환에 따른 처우개선은 미미하다. 더군다나 정규직과의 연대를 통해 추진한다는 원칙은, 문맥상 정규직 노동조건에 대한 하향평준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선별과 배제

정부 방침의 한계는 정규직화 대상 선정에서부터 명확하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를 184명 중 31만 명, 16.9%라고 추산해 민간부문 비정규직 비율 32.8%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민간부문 비정규직 비율이 32.8%라는 것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이 16.9%라는 것도 체감과 다르다. “한국에 정규직이 이렇게 많았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비정규직규정 자체가 현실을 올곧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해법의 한계와 직결된다. 당장 정부는 자신이 내놓은 통계 상으로도 21만 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있음은 물론, 민간위탁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기간제 비정규직 교사, 영어·스포츠 전문강사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부도 정규직화 대상 영역을 점차 확장하겠다고 밝히고 있기는 하다. 1단계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에 대한 실태조사와 정규직화 조치, 2단계로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에 대한 실태조사와 2018년 별도기준마련, 3단계로 민간위탁기관에 대해서는 2018년 실태조사와 별도 추진방침, 이것이 정부가 밝힌 향후 일정이다. 그러나 정부 가이드라인 전반에서 드러나는 한계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취지로 곱게 보아 넘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정부는 미약한 개선조치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을 보다 정교하게 구조화하겠다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무기계약비정규직과 간접고용비정규직, 미미한 처우개선

정부는 7월 가이드라인 발표에 이어, 9월에 2018년 예산 반영 등에 관련한 로드맵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볼 때, 9월 로드맵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화 방안과 공공부문 용역업체 통폐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할 공산이 높다(이는 문재인정부 대선공약부터 명확했다).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이미 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있고, 무기계약직 별도직군 신설을 예고하고 있으며, 고용안정과 차별철폐를 동시 과제가 아니라 순차 과제로 제출했으며, 현 무기계약직군에 대한 공무직·상담직으로의 명칭 변경방안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정부는 계약종료와 함께 잘리는 것보다는 평생비정규직이 낫지 않느냐는 제안을 노골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 가이드라인은 공공부문 파견·용역 비정규직에 대한 자회사 전환, 심지어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모델까지 정규직화 방안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난립하던 공공부문 파견·용역업체를 통폐합해 더 큰 인력파견·용역업체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의 간접고용 신세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부문 자회사에 대해 용역형태 운영을 지양하고, 전문서비스 제공 조직으로서 기능하게 한다고 덧붙였으나,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이다. 이를 실현할 복지서비스 국유-공영화 방안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자회사가 더 큰 용역회사일 뿐이라는 것은 기존 입장에서도 드러난 바다. 지난 59, 민주당이 발행한 일자리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건립할 공공부문 사회서비스공단(공공부문 자회사)는 복지서비스 국유-공영화와 하등 관계가 없다. 그리고 서비스 공급시설이 민간에 남아있는 한, 공공부문 자회사는 용역회사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위원회 보고서는 사회서비스공단(공공부문 자회사)에 대해, ‘시설소유권을 민간이 가지고 소유권에 대한 적정투자보수를 지급하며 운영권을 사회서비스공단이 인수하는 방안과, 소유·운영권을 민간이 가지고 공단소속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상황에 맞게 활용한다고 나와 있다. 시장으로 외주화된 보육·요양시설에 대한 국유-공영화 구상을 선택지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 어떤 경우에도 서비스공급시설 소유권은 시장과 자본에 있으며, 공공부문 자회사 노동자는 이전보다 조금 더 큰 인력업체에 소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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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자율교섭은 산하기관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것

정부는 이 과정을 기관별 자율교섭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전환 대상자 선정, 전환 후 고용형태, 전환 경로를 일괄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기존 기간제 노동자는 기관별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간접고용 노동자는 기관별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이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공공부문 노동조합에 더 넓은 운신 폭을 허용하기 위함인가? 물론 아니다. 정부방침 자체가 수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전환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그 전환형태 역시 좀 더 안정적인 비정규직에 지나지 않으며, 또한 별도직군 신설방침 등으로 노동자 처우 개선을 뒷날로 미루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자율교섭 조치의 본질은 중앙정부가 산하기관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에 지나지 않는다. , 정부는 산하기관에 넌지시 다음과 같이 귀띔하고 있다. “예산압박도 있을 텐데, 자를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잘라라. 온전한 정규직화 대신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사회적 기업 등을 활용하라. 어차피 정부는 파견법도, 기간제법도 폐기할 생각이 없다.”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폐기하라

무기계약직을 양산하고 이를 공무직과 상담직으로 부르는 조치가, 기존 공공부문 간접고용 노동자가 속한 용역업체를 키우는 조치가 가져올 삶의 개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말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낳은 것이 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노동유연화였음을 반성하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에 가이드라인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의 노동개혁이 가지는 한계와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현재 공공부문은 정부 노동정책의 축이며, 공공부문 대책이 가지는 한계는 그대로 민간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결코 이대로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파견법과 기간제법의 폐기를 주장해야 한다. 자본의 이윤을 줄이라고 말해야 한다. 지금, 노동운동이 운동으로서 존재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더욱 본질적이어야 하고, 더욱 연대적이어야 한다. 바로 그 과정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정부가 정한 경계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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