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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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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9.01 08:37

베네수엘라,

쿠데타는 누가 일으키는가

 

정은희(워커스 편집장)서울

 


차베스 사후 베네수엘라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크다. 추출산업 중심의 라틴아메리카 경제 구조에서 2008년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나 연이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이 베네수엘라 위기의 주요 배경이라는 것은 우파에서 좌파까지 동일하게 지목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에 따라 좌우 그리고 좌파 내에서의 입장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각

미국을 필두로 한 제국주의적 입장을 선동하는 우파는, 거리 폭동을 지적하며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경제, 집권층의 독재와 민주주의 파괴가 주요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입장은 국내 조중동이 보도하는 기사 내용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그러나 볼리바리안 혁명을 지지해왔던 국제 진보 세력이나 좌파 내에서도 논란은 재연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를 비판하는 국제좌파 일각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사회주의가 아니라 여전히 자본주의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차베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볼리바리안 혁명에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 비판이 특별하지는 않다. 한편, 또 다른 진보 세력들은 차베스의 볼리바리안 혁명은 지지했지만 그뒤 마두로 대통령 체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이들은 특히 최근 거리폭동과 제헌의회 선거를 주목하면서 마두로가 차베스에 비해 무능하고 독재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흐름은 한겨레나 경향, 시사인 같은 국내외 자유주의 언론에서 발견되는 시각이기도 하다.

한편, 자유주의 그룹들은 거리폭동이나 경제 문제를 지적하며 베네수엘라 집권세력의 문제를 강조하지만 제국주의나 우파의 책임은 도외시하는 문제를 지닌다.

 

제국주의우파 반정부세력의 좌파 정부 흔들기

그렇다면 과연 현재 베네수엘라 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우선, 경제위기는 누가 일으키고 있는가? 앞서 지적했듯 세계 경제위기와 유가 하락의 문제나 세계화된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추출산업 중심의 지대경제는 베네수엘라의 구조적 문제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경제구조의 한계를 짚는 것과 현재 위기의 원인을 짚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왜냐면 현재의 경제위기, 즉 식료품이나 의약품 부족현상, 인플레이션과 암시장에서의 상거래 확대를 통해 실물경제 위기를 일으키고 있는 자는 마두로 정부가 아니라 우익이기 때문이다. 우익은 경제위기를 심화하기 위해 자신이 장악한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일반 시장에는 내놓지 않고 암시장에 유통시켜 왔다. 일례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8~10년간 수입보조를 위해 제약회사에 지급한 달러의 양은 200% 증가했지만 실제 수입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둘째, 우파나 자유주의 세력은 식료품과 의약품 부족 등을 지적하며 이 문제가 거리 폭동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리 폭동을 일으키는 자들은 노동자계급이 아닌 베네수엘라 우익 집단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전복을 위한 쿠데타 시도이다. 볼리바리안사회주의노동자협의회 소속 스탈린 페레스 보르게스(89일 국제사회주의저널 링크스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차베스 사후 치러진 대선이 끝나고 야권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착수한 2014년 폭력시위 뿐 아니라 2002411일 차베스에 대한 쿠데타 뒤에 있었고, 자본총파업과 폭동을 주도한 자들이다. 야당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를 필두로 한 베네수엘라 우익은 미국 정부,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는 미주기구(OAS)의 후원을 받으며 제국주의 세력의 개입 여지를 넓혀 왔다.

셋째, 우파는 거리 폭동으로 인한 사상자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다수는 우파에 책임이 있다. 베네수엘라 전문포털 <베네수엘라 어낼러시스>에 따르면, 지난 44일부터 731일까지 폭력시위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26명이다. 이중 정부 14, 우익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3, 우익에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망자 수는 8, 약탈에 의한 사망자는 14, 친차베스 진영에 의한 사망자는 3, 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3,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는 6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사상자를 낸 경찰에 책임을 묻고도 있다. 이번 제헌의회도 폭력피해자진실보상위원회를 꾸려 보다 분명한 책임을 가릴 예정이다.

넷째, 우파는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적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이의 주된 근거로, 2013년 대선 및 2015년 총선에서의 부정선거, 위헌적 2017년 제헌의회 선거, 2016년 마두로 탄핵 발의 무효화, 2017년 대법원의 의회 해산, 오르테가 검찰총장 해임 등의 문제를 든다. 그러나 선거의 경우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시절부터 국제감시단을 파견해 선거 과정을 감독하는 등 세계에서도 높은 수준의 공정선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마두로 탄핵 발의 무효의 책임은 탄핵 발의 명단을 부정하게 작성한 야권에 책임이 있다. 또한 2017년 대법원이 의회를 해산한 것은 선거부정을 이유로 면직된 국회의원직을 야권이 고수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오르테가 검찰총장이 해임된 것은 우익 폭동 책임자 처벌에 미온적이라는 등 우익 테러리스트를 비호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에 끊임없이 대화를 제안해왔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베네수엘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발의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야권은 제헌의회 투표가 위헌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1999년 제정된 볼리바리안 헌법에 따라 수행됐다. 이 헌법 348조에 따르면, 제헌의회 소집은 대통령의 발의, 국회 3분의 2 이상의 표결, 시의회 3분의 2의 표결, 선거위원회에 등록된 유권자 15% 이상의 발의를 통해 성사된다. 제헌의회가 비민주적이라는 우파의 주장과는 다르게, 오히려 이번 제헌의회 의원은 지역 풀뿌리 조직과 노동자 중심으로 구성돼 보다 계급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워커스 34호 참조).

 

민중만이 민중을 구원할 것이다

이번 제헌의회는 차베스가 1999년 우파가 주도하는 제도를 민중의 힘으로 전복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술과 유사하다. 유권자의 41% 이상이 제헌의회를 지지했으니 친차베스의 승리임은 분명하다. 선거 이후 거리 폭동도 내리막길을 걸었고 우파는 분열하고 있다. 그러나 제헌투표를 막기 위해 선거 전 군사개입 카드까지 만지작거렸던 미국은 다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계속되는 우파의 도전 한편에서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로의 이행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민중만이 민중을 구원한다는 차베스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