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변혁정치

> 변혁정치
51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7.09.01 09:23

공장식 밀집사육이

재난의 주범이다

 

한혁서울

 



닭대가리. 기억력이 나쁘고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을 놀리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박근혜 탄핵 투쟁에서도 은 조롱의 도구로 심심찮게 등장했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은 똑똑하고 닭은 멍청한가?

 

비극의 씨앗은 어떻게 뿌려졌나

미국 에모리대 로리 마리노 교수에 따르면 닭의 추론능력은 7살 아동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닭은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장의 욕구를 참는 자기절제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2초를 기다리면 3초간, 6초를 기다리면 22초간 식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닭은 더 긴 시간이 보장되는 식사를 위해 3배나 참더라는 것이다. 게다가 닭은 24가지의 울음소리로 상호간 소통이 가능하며, 새로운 집단에 속하게 되었을 때 다른 닭들을 관찰하여 서열을 확인, 그에 걸맞는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닭의 머리는 인간의 상상만큼 멍청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유럽발 살충제 달걀의 공포가 한국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피프로닐을 비롯한 유해성분의 살충제가 진드기 방지 목적으로 닭 농장에서 사용되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들은 계란의 안전성에 의심을 품었고 소비가 격감했다. 정부는 사태수습을 위해 전수조사와 대책마련에 착수했으나 부적합 판정 농장 수조차 제대로 집계발표하지 못하면서 도리어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가중했다. 의사협회까지 나서서 계란에 함유된 살충제 정도로 인체에 큰 위험은 없다고 밝혔지만, 심지어 친환경 농장에서 출하된 계란까지 살충제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밝혀지며 사람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공장식 축산이 살충제 계란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밀집사육의 문제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살충제를 닭에게 뿌려댄 이유가 진드기를 막기 위해서이고, 진드기를 걱정하게 된 이유는 모래목욕을 통한 자연스러운 진드기 예방이 불가능한 밀집사육 탓이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은 비용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동물을 최대한 밀집사육하는 것을 말한다. 닭의 경우엔 배터리 케이지를 이용한다. 가로세로 50cm의 철장에 5~6마리의 닭을 욱여넣고 키운다. 한 마리당 A4용지 2/3 크기밖에 되지 않으니 닭 스스로 진드기를 떼어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진드기를 잡겠다며 비펜트린, 피프로닐 등이 함유된 살충제를 뿌려온 것이 이번에 문제된 것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닭의 삶은 너무도 가혹하다. 부화기에서 생산된 병아리는 성별에 따라 삶과 죽음이 갈린다. 수평아리들은 분쇄기에 갈려 곤죽이 되고, 암평아리는 부리가 잘린다. 좁은 공간에 갇힌 스트레스로 다른 닭들을 쪼지 못하게 아예 부리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부리 잘린 암평아리들은 배터리 케이지에 갇힌 채 움쭉달싹하지 못하고 평생을 알 낳는 기계로 살다 죽는다. 배터리 케이지가 아닌 평사에서 사육되는 소위 육계도 삶 자체가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몸무게를 늘려 출하시키려다 보니 성장촉진제와 항생제 가득한 사료를 먹인다. 자연 상태에서 자라는 것이 아닌 살찌는 기계로 사육되면 몸이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드러눕게 된다. 또한 밀폐된 좁은 공간에 닭들을 빽빽이 집어넣어 키우면서 분뇨를 제대로 치워주지 않아 농장 안은 늘 먼지와 암모니아 가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보통 5~6주가 되면 폐사가 시작되는데 그전에 서둘러 닭고기용으로 출하한다. ‘11이라는 한국의 치킨문화는 한국인의 식성이 좋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공장식 축산의 비극을 은폐하는 방편이다. 병들어 죽기 전에 출하하려다 보니 채 다 자라지도 않은 병아리가 식용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영계라는 국적불명의 말은 연계에서 비롯했다. 연계는 태어난 지 120일 정도 되는 닭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40여일밖에 안 된 항생제 범벅 병아리를 영계라며 마치 몸에 좋은 듯이 착각하며 즐긴다.

 

이윤 위한 생산, 이대로 좋은가

이윤을 위한 인간의 탐욕은 이렇게 생명 가진 닭을 공장의 생산물로 바꿔놓았다. 한국에서의 공장식 축산은 1990년대 중반 WTO체제에 대응하겠다는 명분하에 정부 주도로 성장했다. 한국은 이제 국토면적 대비 가축사육규모가 세계최고 수준이다. 동물 살처분 규모도 세계 역사에 길이 기록될 지경이다. 지난해 말부터 AI 살처분으로 죽어간 닭과 오리가 4,000여 마리에 달한다. 이런 공장식 축산으로 사람은 행복해졌는가? 한국 공장식 축산의 성장과 더불어 대장암, 뇌졸중 등 육식으로 인한 성인병의 발병율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문제된 살충제 계란사태에서 언론의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축산공장에서 일하며 살충제를 직접 뿌렸을 노동자들의 건강이 아마도 가장 심각한 상황일 것이다. 사람과 동물만이 아니라 가축분뇨와 살충제 등으로 땅도 죽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공장식 축산은 이제 국가적 재난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을 육성하겠다며 예산 수조 원을 쓰고, 그렇게 규모가 커진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폐해, AI나 살충제, 가축 분뇨 등으로 다시 수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현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머릿속으로 다른 결과를 희망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스스로 질문해 봐야 한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 심지어 그 결과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공장식 축산을 용인하며 살 것인지. 인간은 정말 닭대가리보다 똑똑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