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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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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는 강제노동, 인권침해 부추기는 악법

이주노조 합법화됐지만 법제도와 사회인식은 제자리걸음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약속했던 문재인정부 하에서도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은 열악하기만 하다. 힘들고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이주노동자들이 추락사, 질식사하거나 과로사로 숨졌다는 소식들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심지어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노동권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라는 악법은 별 문제 없다는 듯 14년째 잘 굴러가고 있다. 이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깨려면, 이주노동자들과 정주노동자들의 진정한 단결과 연대를 이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하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과 박진우 사무차장을 <변혁정치>가 만났다.


 

Q 최근 이주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들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우다야 라이(이하 우다야’) :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많은 이유는 아마도 80~90% 가까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용주들은 3년 정해진 기간에는 (계약에 따라) 함부로 이직할 수 없고 이주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성실히 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계약도 그렇게 돼 있기 때문에, 강제노동도 엄청나고 현장에서 겪는 차별의 문제 등 스트레스도 상당합니다. 육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장시간 일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과로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겁니다. 결국 그 원인은 3년 동안 이 사람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제도를 고용주들이 악용해서 강제노동이나 차별적인 대우를 지속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의 지적과 권고 잇따라

Q 국가인권위원회나 UN, ILO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강력한 권고가 있지 않았나요?

A 우다야 : 국가인권위에서 사업장 변경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게 지난 2006년이었어요. 2007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사업장 변경하지 못하면, 그들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다.”고 똑같이 비판했습니다. 2014년에는 국제엠네스티에서 조사를 했는데요. 조사관이 쓴 보고서를 보면 한국 농축산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여있고, 고용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없도록 한 고용허가제가 인신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5년 유엔 인종차별특별보고관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용주로부터 고용변동신고서를 받지 않고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하기도 했고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권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 차별을 개선하라는 권고안이 나와도 한국 정부는 개선하고 있다는 식으로 성의 없이 답할 뿐이에요. 권고라는 게 솔직히 안 들어도 아무 지장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A 박진우(이하 진우’) : 2011년 헌법재판소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한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헌재 판결이 내국인 노동자들의 고용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A 우다야 : 고용허가제 폐지는 불가하다고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밝혔어요. 그 이유가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기 전 사업연수생제도 때는 80%정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10~20% 정도로 줄었다는 거예요. 또 송출비용(이주노동자가 한국으로 입국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그때는 35백 달러가 들었는데 지금은 9백 달러로 줄었다고 하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국내법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고 답변합니다. 그리고 사업주들이 인력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더욱 엄격하게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정부 입장은 그렇습니다.

 

고용허가제 폐단에 눈 감는 정부

Q 그러면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는 건가요?

A 우다야 : 고용허가제도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이동을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만 옮길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부 개선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정부는 그나마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개선이 이미 이뤄졌다고 말해요. 기업이 폐업하거나 임금체불을 두 달 이상 지속하면 사업장을 여러 차례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 걸 개선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건 오히려 더 후퇴했어요. 기존에는 사업장 변경할 때 전에 우리가 몇 개의 리스트를 받아서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게 했는데, 그마저도 201181일부터는 알선 없는 구직활동을 해야 해요. 그러면 하염없이 집에서 문자만 기다려야 하는데, 문자도 자주 안 오고... 3개월 안에 취업을 못하면 체류 자격이 아예 박탈됩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그만 두고 싶어도 사업장 변경을 포기하고 참고 일하는 수밖에 없게끔 만듭니다. 퇴직금도 2014728일부터 한국을 떠난 시점 이후에만 지급하도록 규정을 바꿨어요. 근로기준법 34조에는 누구나 노동자라면 1년 이상 일하면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주노동자들은 퇴직이 아니라 출국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고용허가제 하에 개선보다 후퇴한 부분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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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 박진우 사무차장

 

Q 이주노동자들의 존재가 내국인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이주노동자 고용을 반대하는 요구가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나온 적도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진우 : 제 기억으로는 당시 건설노조가 중앙단협을 맺는 게 최대목표였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 건설현장의 정문을 봉쇄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출근을 막는 전술을 사용한 적이 있었어요. 건설업체 사용자들이 건설노조 조합원에 대한 고용을 거부하자, 현장에 일하러 오는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신분인지 직접 확인하는 단속활동에 나선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가서 이주노동자들을 배척하는 행위를 투쟁전술로 채택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연서명을 이주노조나 이주공대위 명의로 받기도 했어요.

사실 굉장히 민감한 화두이고 2~3년 전부터 논의된 문제인데, 아직 확실한 대안을 찾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직접적인 연대를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어요. 예컨대 이주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잘 조직된 경기중서부지부 같은 곳에서는 안산역 광장에서 공동 집회를 연다든가, 아니면 건설현장 교육을 진행할 때 이주노조에서 조합원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실질적인 연대의 고리를 만들어내는 게 앞으로는 중요할 것 같아요.

 

불법 낙인 벗고 조직화 사업 기지개

Q 이주노조가 합법화된 지도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우다야 : 긍정적인 건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어버렸다는 거예요. 정부도 예전처럼 이주노조 활동을 무조건 불법으로 내몰지는 못 하게 됐으니까요. 또 합법화되면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우리도 노조활동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자신감이 생겨나면서 이주노조 조합원 숫자도 차츰 늘어나고 있고요. 그렇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합법화 되면서 그만큼 이주노조가 전국적으로 조직화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서울경기인천으로 한정돼 있다는 게 조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A 진우 : 지역의 경우엔 지금 금속, 건설 같은 산별노조나 지역일반노조에서 이주노동자를 가입시키는 방식도 일부 있긴 해요. , 그게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이주민단체들이나 보건의료단체들, 이런 연대체들도 존재하고요. 지역에서 자기 사안을 갖고 투쟁하는 곳들이 있어서, 이 단위들 하고도 저희가 소통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전국 어디서든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흩어져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노동자들을 꼭 이주노조라는 그릇에 담아야 한다기 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조직화를 접근하려고 해요. 그래서 일단 가능한 지역마다 담당자부터 두고, 상담활동가 학교도 매년 진행하고, 그런 식으로 체계를 갖춰나가는 게 관건이죠.

 

Q 마지막으로 <변혁정치> 독자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릴께요.

A 우다야 : 이주노동자들이 권리를 이야기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예요.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연대하고 단결해야 할 동등한 주체로 앞으로 함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A 진우 : 트럼프 당선 이후 반이민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고, 요근래 유럽에서도 극우주의 정치가 부상하기도 했고, 저는 이런 모습들이 한국사회가 향후 2~30년 안에 마주하게 될 미래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주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제도는 장기적인 플랜도 없잖아요. 한국사회가 야만의 시기로 갈 것이 아니라면, 이제 다른 정치를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어, 이주노조가 합법화된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정당도 들어설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게 그들만의 민족정당이냐, 아니면 다양한 가치 안에서 통합으로 나타날 거냐가 관건이겠죠. 저는 이런 문제를 인권이나 노동권, 연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직화의 문제, 정치의 핵심 화두로 접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이주노조에게도 주어진 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변혁당에서도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독자적인 계획을 내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