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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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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무한정 늘리는 법

전면 폐기해야

 

재현사회운동위원회


 

최근 연이어 버스, 화물차 운전 사고가 발생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언론은 차량용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촬영된 사고의 참상을 고통스러울 만큼 자세히 보여준다.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끼게 될 때쯤 운전 노동자가 사고 직전 졸고 있는 장면을 이어서 내보낸다. 누가 봐도 사고의 원인이 운전 노동자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방송 이후 사회적인 여론도 그렇게 조성된다. 반면 운전 노동자가 왜 졸음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과로 권하는 사회

2004년부터 한국의 법정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법과 현실의 괴리는 상당하다. 이 괴리는 노동시간을 규정하는 법에서 '허용되는 연장 노동시간'과 근로기준법 59조에 의한 '노동시간 특례' 제도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간 40시간 노동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1주간 12시간 한도 내 총 52시간 연장 노동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토, 일요일 휴일 노동은 연장 노동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기괴한 행정해석으로 월~금이 아닌 토, 일요일엔 각각 8시간 연장 근무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1주일에 최대 68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관행은 장시간 노동을 원하는 자본과 저임금으로 인해 장시간 일하지 않으면 생활임금을 보장받을 수 없는 노동자가 암묵적으로 묵인하면서 유지돼 왔다.

문제는 최근 발생한 버스 운전 사고의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버스, 택시와 같은 운수업은 노동시간 특례 제도로 인해 1주당 68시간은커녕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다.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를 위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 참가한 버스 노동자들은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16시간씩 일한다고 증언했다. 택시 노동자들은 식사 시간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꼬박 26일을 운전대를 붙잡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운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노동시간 단축을 천명한 새 정부는 지난 7월 노동시간 특례 업종 26개 중 10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집배원과 버스 업종 중 노선버스 등이 노동시간 특례에서 적용 제외되었다. 반면 같은 운수업인 택시 업종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 정부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시간 특례가 필요한 민간 버스 자본과 택시 자본의 압력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이라면, 반복되는 사고로 인해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버스 업종 중 일부에 한해 노동시간 특례를 폐지했다는 것 정도다.

 

장시간 노동 문제부터 해결하라

어찌됐건 새 정부가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특례업종 일부를 폐지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16개 특례 업종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있고 이 업종들 역시 방송, 영화, 병원, 사회복지 등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고 위험이 심각한 곳이므로 특례업종 전면폐지를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간 특례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는 근로기준법 58노동시간 계산의 특례조항도 폐지해야 한다. 이 법은 노동자가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노동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소정 노동시간을 정해 그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이다. 그 결과 이 법을 적용 받는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일하고도 노사 힘 관계에 의해 1.5~7.3시간만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돼 기본급을 받는 상황이다.

노동시간과 휴일에도 예외를 두는 근로기준법 63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역시 폐지되어야 한다. 이 법을 적용받는 농·축산업, 수산업, 감시 또는 단속 업무 노동자들은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휴식시간과 휴일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깻잎을 따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63조로 인해 한 달에 고작 1~2일 쉬고 하루 10시간, 매일 15천 개의 깻잎을 따야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시간 노동 사회를 바꾸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새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에 성공한 정부로 남고 싶다면, 중단 없는 노동시간 특례 폐지와 노동시간을 무한정 늘리는 규제 완화 조항을 폐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