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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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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준공영제는

사업주 배불리는 제도다


  토막인터뷰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버스지부 박상길 지부장 


Q 먼저 버스운영체계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지금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버스운영체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민영제이고 또 하나가 준공영제다. 그런데 민영제도 엄밀히 따져보면 사실상의 준공영제다. 왜냐하면 버스는 대표적인 공공 교통수단이기 때문인데, 버스회사들이 매년 적자가 발생할 때마다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버스 사업주들이 약 900여 명이 된다. 그 말은 버스사업장이 900여 곳 된다는 의미인데, 900개 사업장들이 어떤 형태로든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Q 버스 준공영제의 운영 실태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

A 준공영제는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6개 광역시도에서 시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준공영제는 해당 지자체가 노선 설정에 관한 권한을 갖고, 버스운영은 민간 버스회사에 맡기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버스 준공영제는 수입금 공동관리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수입금은 버스 운행 실적에 따른 요금수입, 그리고 버스 내외부에 부착하는 광고에서 발생하는 광고비 등 부대수입 등 두 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이 수입금을 한 데 모으는 것이다. 통상 해당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은 아니고 준공영제 실시지역에 있는 버스사업조합(사업주단체) 내에 수입금관리협의회에 집중되는 방식이다. 이 수입금을 사업주들이 임의로 사용할 수는 없고, 해당 지자체의 승인절차를 밟아서 수입금을 배분하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시내버스의 경우에 A라는 버스회사가 하루 운행했을 때 표준운송원가표보다 수익이 낮게 발생하면 적자분에 대해 지자체가 보조금을 투입하는 형태가 바로 준공영제다.

 

Q 표준운송원가표가 수입금을 배분하는 어떤 기준이 되는 지표인 셈인가?

A 쉽게 말해 표준운송원가는 버스를 하루 운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 표준운송원가표에는 딱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가동비라고 칭하는 실비 정산 항목이 있다. 실비 정산에는 인건비(운전직 노동자), 유류비, 타이어비가 포함돼 있다. 두 번째는 버스 1대 당 인원을 기준으로 책정된 보유비 항목이 있다. 가동비(실비 정산)와는 달리 이 항목은 버스 회사가 실제 보유한 차량 대수만큼 지급되는 항목이다. 얼마 전에 투쟁을 마무리했던 한남운수 사례를 보면, 버스 1대 당 정비직 노동자가 0.1458명 비율로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한남운수가 표준운송원가에 미달하는 정비직 노동자를 고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정된 기준만큼 고용하지 않고, 표준운송원가표에 나온 정비직 인원 수만큼 임금을 꼬박꼬박 챙긴 것이다. 정비직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관리직도 1대 당 인원이 책정돼 있다. 버스 사업주나 임원들에 대한 인건비도 보유비 항목에서 지급되고 있다. 이 인건비도 1대 당 인원 기준이 있어서, 100대가 넘으면 기본적으로 억 대가 넘는 연봉을 수령하게 된다. 그리고, 지자체에서 매년 서비스 평가를 실시하고 버스 회사마다 순위를 매겨서 성과금을 지급하는데, 이 역시도 보유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한 가지 또 문제되는 게 있는데, 지금 서울시내버스가 65개 사업장이 있다. 그런데 사업주들이 버스 회사를 한 곳만 운영하는 게 아니다. 적게는 3, 많게는 5곳 이상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이 있고, 그들의 인건비도 보유비 항목에서 각 사업장마다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Q 말씀하신대로라면, 현행 표준운송원가 산정 시스템이 버스 사업주들의 이윤 증대에 기여하는 셈인데.

A 그렇다. 지금 저희가 버스 준공영제 관련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버스 사업주들의 과도한 이윤보장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표준운송원가표가 제대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2004년 준공영제를 시행하면서 버스사업조합과 서울시가 준공영제 운영협약서를 체결했는데 달랑 A4용지 2장짜리였다. 그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했을 때 시민단체라든가 아니면 노조라든가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모여서 미리 한두 달, 길게는 6개월, 1년 시험해보고 장단점을 확인해서 반영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표준운송원가 자체도 사업주들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단체에서 만들어 제출했고, 서울시는 이것을 곧이곧대로 다 수용한 셈이다.

 

Q 준공영제 시행 이후 지자체들의 보조금도 폭증했다고 들었다.

A 운수사업법 제4조에 통상 면허권이라고 칭하는 노선권에 대한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서 버스 사업주들이 면허를 신청하는데, 이게 한 번 받으면 일종의 특허권처럼 기능한다. 사유재산이 된 노선권은 제3자한테 양도양수가 되고 자식들에게 상속까지 된다.

지금 버스 사업주들이 대부분 아버지세대에서 아들세대로 상속되는 그런 단계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준공영제 시행 13년차인데,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투입한 보조금이 2004년 이래 약 27천억 원에 달한다. 시행 첫 해에는 15백억 원이었는데, 지금은 23백억~25백억 정도로 2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그동안 저희 지부가 이제는 공영제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얘길 지자체들을 상대로 많이 이야기했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온 지자체의 답변은, 천문학적 예산이 들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대로 해마다 시민 세금(지방세)으로 투여된 보조금은 계속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렇게 버스 사업주 배불리는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