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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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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제로시대,

너희가 만든 법으로 고통당한 7

 

정성용인천

 


문재인 정부 출범 100, 대통령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이야기한다. 현실의 풍경은 어떠한가?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이하 지회)715일부터 지금까지 한 달 넘게 인천 송도 만도헬라 공장 앞에서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8월 첫 주, 남들은 다 쉬거나 놀러 가는 휴가철에 만도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라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잠실 시그마타워 앞으로 상경투쟁을 갔고 1주일간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입사 이후 365일 중 350일 일하느라 여름휴가를 떠나본 적이 없는 그들이기에 그나마 휴가 기분이 났을지도 모른다. 지회는 817일부터 매주 목요일 투쟁문화제를 시작했다. 문득 이 문화제는 몇 차까지 진행될까? 10차 전에는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나간다. 10차도 만만치 않다. 10차는 10, 10주는 두 달 반이라는 시간을 뜻한다. 연대의 장, 단결의 장인 투쟁문화제가 열렸는데 이런 걱정부터 앞선다.

 

노동3권이 없는 만도헬라 노동자들

현재 250명가량 되는 지회 조합원들은 피가 말라가고 있다. 교섭은 결렬되어 열리지 않은 지 오래다. 만도헬라 원청은 지회의 파업을 무력화시켰다. 원청은 정규직 관리직과 단기계약직(알바)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했고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두 하청업체는 계약해지를 핑계로 휴업을 때렸고, 끝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당연한 수순이라 여겨질 만큼 익숙한 절차.

비록 올해 212일에 만들어진 신생노조,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만 구성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조합원 평균 연령 33세의 노동조합뿐이다. 그러나 열정과 패기로 철까지 씹어 먹는다는 나이지만 생계의 압박을 젊음만으로 돌파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비정규직이라 대출도 많이 못 받고, 이자금은 이미 연체되고 있다. 지회도 조합원 자신도 모아둔 돈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하면 노예로 돌아가는 것이라 오기로 버티겠다는 만도헬라 조합원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100일의 진짜 풍경이다.

그다지 새롭지 않은 풍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풍경은 만도헬라 공장이 가동을 시작한 2010년 이전부터 이 사회에 확산된 비정규 사회의 흔한 공장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7년 날치기로 통과되고 1998년에 시행된 파견법이 그 풍경의 실질적 제조자였다. 물론 그 배후에는 자본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도헬라의 현실은 파견법과 분리해서 얘기할 수 없다. 모든 비정규직, 간접고용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만도헬라 현장은 파견법으로 인해 만들어진 원-하청 구조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이 무력화되고 있다. 파견법이 헌법 위에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만도헬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SC(서울커뮤니케이션)와 쉘코어로 서로 다른 하청업체에 고용되어 있다는 이유로 교섭도 따로 진행한다. 물론 그 교섭에는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만도헬라 원청이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무너진다. 파업에 돌입하니 원청이 대체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파업은 하청노동자들이 한 것이고 대체인력 투입은 원청이 한 것이라 이는 불법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원청의 계약해지와 직장폐쇄로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단체행동권도 참으로 쉽게 무너진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노동3권이 없다. 아니, 파견법은 파견노동자 보호법이 아니라 노동3권 무력화법이다. 모든 비정규직, 간접고용 사업장이 마찬가지이겠지만 만도헬라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만도헬라 공장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에 존재해서는 안 될 정규직 제로, 100% 비정규직 공장이니깐.

 

보호라는 명분 아래 공고해진 착취의 사슬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만도헬라 현장에는 그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 공공부문이 아니어서 그런가? 한라그룹과 같은 재벌·대기업은 문재인정부도 어찌할 수 없는 성역인가? 아니면 파견법 폐지 없이 임시방편으로는 만도헬라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문재인정부도 알고 있기 때문인가? 파견법, 기간제법을 보호라는 명분으로 통과시킨 정권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권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것도 바람이라면 바람인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관 후보자일 때 국회 환노위 위원들의 질문에는 서면답변으로, 그리고 장관 취임 후 816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의 예방 대화에서 만도헬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벌써 두 차례나 언급했다. 물론 현행법에 대한 존중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말이다. 이후 어떤 문제 해결 방안이 제출되든지 간에, 그 문제 해결이 파견법기간제법 폐지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그 개혁은 언제든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시지프스의 노동에 다름 아닐 것이다. 문제는 바위를 그 높은 곳까지 굴린 것은 문재인정부가 아니라 만도헬라 노동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사실이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7년 동안 파견노예로 살아왔고, 이제야 그 노예의 삶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만도헬라 노동자들의 절규는 파견법을 겨냥하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왔듯이 만도헬라 노동자들이 바람을 직접 만들 것이다. 그런 바람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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