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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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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굴복했던 정부,

이제는 해결에 나서라


김혜인하이디스지회 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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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이 좋게 바뀌는 듯했다. 하지만 대만 외투 자본의 기술 먹튀와 정리해고에 맞서 길거리에서 3년째 투쟁을 이어온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가혹하다.

 

바뀐 것은 대통령 뿐이다

하이디스는 2014년 특허권 수익으로 천억 원의 흑자가 났다. 그러나 20151월 대만 E-Ink 자본은 일방적으로 하이디스 공장을 폐쇄하고, 전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우리는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정부 부처를 찾아가 하이디스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서로에게 책임을 미룰 뿐이었다. 정권이 바뀌고 다시 찾아갔지만, 여전히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그들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천억 흑자가 나는 회사에서 대만 외투 자본이 한국의 기술만 가져가기 위해 한국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도, 이전 정부나 지금 정부나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나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지난 616일 하이디스 정리해고 무효소송 민사 1심에서 재판부는 하이디스의 해고는 무효이고, 복직 시까지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그리고 811일 행정법원에서는 민사재판부와는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천억 흑자에도 자행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었다. 이제 우리는 법조차도 믿고 기댈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였던 20154,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은 국회에서 그와 면담을 했다. 면담 자리에서 문재인은 하이디스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약속하고, 하이디스 문제해결을 위한 서명지에 사인까지 했다. 3년째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이 처절한 싸움을 이어오는 동안 그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하이디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사람들에게

하이디스가 거쳐 온 해외 매각과 구조조정의 역사는 김대중정권 때 시작되었다. 빅딜, 외국 투자 유치라는 명분으로 중국 BOE에 팔려 기술 먹튀를 경험했다. 이로 인해 하이디스는 노무현정권 때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또다시 대만 자본에 팔려갔다. 이윽고 대만 자본은 특허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공장을 폐쇄했다. 결국 하이디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경제 정책과 무분별한 해외 매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계승하겠다고 한다. 무엇을 계승하겠다는 걸까?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고도 여전히 하이디스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외면하고 있다. 하이디스 문제를 방관하며 이전 정권의 잘못까지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의 행보에 환호하며 역시 다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우리에겐 똑같은 방관자일 뿐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3개월이 지났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미 20154월부터 문재인과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하이디스 문제해결에 나서기를 기다렸다. 그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았던 시간 동안 우리는 길거리에서 매서운 추위와 따가운 더위와의 싸움을 3번씩이나 겪었다.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문재인은, 먼저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과 2년 전에 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67일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청와대와 정부에게도 문제해결에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는 투쟁을 80일이 넘도록 이어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승리의 그 날까지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승리로 끝나면, 그때야 바뀐 세상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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