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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쿠데타나선

마크롱 정부에 반기 든 프랑스 민중

 

정용경서울

 


2017923일 토요일, 엠마누엘 마크롱이 대통령법이라는 특수행정명령으로 노동법 개악을 감행하는 장면이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되었다. 서명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된 이 노동법 개악을 통해, 프랑스 내의 민간부문 기업들은 노조와의 협상 자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사실상 전면 중단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을 정도로 관련 법규가 느슨해졌고, 법적으로 허용된 회사의 고용과 해고의 폭이 훨씬 유연해졌고, 회사가 해고노동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해고수당에 법적 상한선이 생겼으며, 안전교육 등 노동자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회사 내의 필수 정책들이 대폭 축소되었다.

노동법 개악이 진행된 924일 일요일, 마크롱은 프랑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크롱의 집권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은 이 날 75천여 명이 투표한 간접선거인 상원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게 되었다. 마크롱의 지지율도 7월에는 43%, 8월에는 36%, 급기야 9월에는 30%로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상원의원 선거의 결과는 프랑스 국민들의 불만을 여실히 반영한 것이었다.

 

좌파정당, 노동조합, 대중의 노동법 개악 반대 움직임 거세져  

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된 토요일 당일, 프랑스 150개 지역에서 130대의 버스가 파리에 집결했다. 이처럼 9월 한 달 간 파리에서만, 지난 목요일과 지난 912일을 포함하여 총 3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노동법 개악이 효력을 발휘한 주말까지 합산해서 총 352천여 명의 시민들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I 당수 쟝뤽 멜랑숑과 함께 바스티유 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까지 행진하며 적극적으로 마크롱의 노동법 개악을 규탄했다.

이같은 노동법 개악은 예고된 일이었고, 예고된 날짜가 다가올수록 파리 뿐 아니라 마르세유, 낭트, 리옹, 리유 등, 프랑스 전역 180여 개의 지역에서 크고 작은 시위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923일 파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와 행진은, 지난 831일 마크롱의 노동법 개악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낸 시점부터 공식적으로 프랑스공산당PCF,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I, 프랑스 사회당PS, 유럽녹색환경당EELV 등이 연합하여 사회복지 쿠데타 대항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한 것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노동조합 CGT, SUD와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은 적극적으로 지지와 연대를 표한 반면, 노동조합 CFDTFO는 공식적으로 결합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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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정당, 입 모아 노동법 개악을 규탄하다

PCF 지도자 피에르 로랑은 마크롱의 노동법 개악을 긴축에 대한 일반화"라고 못 박으며 마크롱의 신자유주의적 절대주의 앞에서 공산주의자들은 노동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PCF에서는 CGTSUD 두 노동조합이 912일 주도한 총파업 투쟁의 날에도 결합하고, 915, 16, 173일간 인간성 축제에서 회사원과 청년층을 조직화하는 방식으로 노동법 개악에 투쟁하였다.

FI 이번 노동법 개악은 (마크롱 정부의) 너무나도 전형적인 과격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규탄하였으며, 공식적으로 912일 노조 총파업 투쟁의 날' 함께 행진했고, 923사회복지 쿠데타 대항 행진의 시민행진을 주도하였다. FI 센느-생드니 지역대표 알렉시스 코르비에르는 마크롱의 노동법 개악이 사회복지에 이바지하는 법률들이 마치 실업의 원인인 양 긴축의 논리와 불안정 노동을 강요하는 아주 악랄한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EELV도 마찬가지로 마크롱의 노동법 개악이 긴축 논리의 관념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회사의 손을 들어주는 편파적 퇴행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는 회사와 노동자의 관계,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를 더더욱 불평등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9월 내내 진행된 모든 집회들에서 주로 FI와 함께 연합하였다.  

PS는 마크롱의 노동법 개악이 약자에 대한 보호를 약화시키고, 회사의 영업 실리를 보호하는 아주 고약한 법 개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노동조합들이 지금까지 투쟁해 이룩한 성과를 되물리려는 것이라고 투쟁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FO의 내부균열과 불투명한 프랑스 노조의 미래

노동자의 힘(FO)은 이번 노동법 개악 대응 과정에서 지도부와 각 지회(특히 운수노조) 사이에 이견이 얼마나 분분한지를 확인했고, 균열의 깊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FO의 사무총장 쟝 클로드 마일리는 912일 집회에 결합을 거부하겠다고 표명했고, 8월 이전부터도 정부와의 협상에 주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SUDCGT는 이러한 FO의 공식 입장을 정부와 무의미한 협상을 진행하려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정부와 결탁하려는 것 아니냐 등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급기야 FO 지도부와의 입장차이로 FO 소속 조합원들이 잇달아 탈퇴하는 사건까지 발생함에 따라, FO의 물류/환경/운수/서비스노조FEETS-FO 간부 쟝 에두도 리베라시옹Libération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리를 잘라내겠다는 정부에게 발바닥만 살려달라고 협상하는 것이라며 FO 지도부의 공식 입장을 규탄했다.

결국 FEETS-FO90%는 노동법 개악 건에 대해서만큼은 FO 지도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CGT, SUD, FSU와 연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FO 각 지회들은 독자적으로 각 지역 사업장에서 크고 작은 투쟁을 진행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SUD 대변인 스테판 앙잘란은 최근 쟈코뱅Jacobins지와의 인터뷰에서 “CGTFO만큼이나 정부가 정해놓은 노동조합들과의 3개월간의 협상 기간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지녔던 것 같다"라면서 이제 법이 통과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조합과의 협상이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음을 절감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투쟁에서는 함께 조직하여 활동하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프랑스 내의 좌파정당과 노동조합 간에 적극적인 연대가 왜 이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과 정당이 법적으로 분리되어 있다고 명시하는 아미엥 헌장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노조 활동가들도 이 구분을 존중한다. 923일의 집회는 FI측이 노조와 일절 대화 없이 독단적으로 조직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공식적으로 연합할 수는 없을지언정 연대를 표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노동조합, 특히 급진적 좌파로 일컬어지는 노동조합에 대한 전 국민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노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36%에 그쳤다고 한다. 이를 실업에 대한 공포와 언론의 우경화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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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빈대 같은" 노동자 대중이 거리로 나왔다

마크롱은 노동자들을 게으른 빈대 같은 존재들로 비하하면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 노동조합들이 싸워 이룩한 성과들을 증발시켜버리는 노동법 개정을 강행했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과 좌파정당의 결합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아미엥 헌장이나 친기업반노조 성향을 지닌 언론매체 환경 등의 열악한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중의 투쟁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르몽드Le Monde지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10명 중 9명이 마크롱의 노동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FO에서도 내부의 균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당면 투쟁 앞에서는 각 지회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법 개악이 통과되었고, 현실적 조건이 고무적이지만은 않지만, 이러한 프랑스 대중의 억눌린 목소리들이 표출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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