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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민주노조 건설을 넘어

통신 공공성 쟁취로 나아가자!

 

정연용인천

 



지난 913일 조계사 전통문화공연장에서는 <KT그룹 적폐청산, 민주노조 건설, 비정규직 정규직화, 통신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시민 공동대책위원회>(약칭 ‘KT민주화연대’)가 출범했다. KT민주화연대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국의 30여 개 노동시민사회정치단체가 KT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모인 사회적 연대 기구다.

특히 올 연말에 치러지는 KT 노동조합 선거의 승리를 KT민주화연대의 주요 과제로 동의하고 공동실천을 펴 나가기로 한 결정은 운동사회 역사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라 할 만하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KT 노조 민주화 요구가 특정 사업장의 노조 선거 문제를 넘어서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인식에서 KT활동가들과 KT민주화연대 참가단체들의 판단이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통신산업의 민영화가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뿐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민영화, 구조조정, 노동개악의 실체가 응축적으로 집약된 사업장인 KT에서 민주노조 건설은 진보적 운동진영의 공통 과제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통신재벌 배만 불린 민영화

KT는 통신이라는 공공서비스를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했던 국가기관에서 출발했기에, 초기에는 공기업의 형태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이후 민영화된 사기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KT 현장은 자본주의 위기와 변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투영하는 전형적 길을 걷게 된다.

90년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어닥치자 자본은 새로운 시장과 투자대상으로 공공부문을 주목하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국가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통신산업에 맨 먼저 분화를 통한 경쟁체제가 도입되었고, 97년 외환위기를 빌미로 KT 민영화가 본격화되어 결국 2002년 완전 민영화로 마무리된 것이다.

당시 정부는 부족한 외환보유고를 메꾸기 위해 한국통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포항제철 등 굵직한 공기업들을 민영화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자본은 민영화의 명분으로 개방과 경쟁을 통해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논리를 앞세웠지만, 현재 국민들이 겪고 있는 통신비 부담은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통신비 부담이 최상위 수준이라는 통계 이전에, 가계지출 대비 과중한 통신비 비중은 이미 사회적으로도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적 이유로 대통령 선거를 위시한 제도권 선거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주요 공약사항으로 통신비 인하를 제시할 만큼, 통신은 국민들의 삶에 필수 불가결한 영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듯 민영화 이후 정부와 자본이 떠들었던 장밋빛 환상은 통신요금 증가로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면서 조각조각 깨지고 말았다. 통신서비스가 이윤추구를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사기업으로 민영화되면서 소비자(고객)로 전락한 국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자본의 논리가 철저히 작동한 것이다. 이로 인해 KT를 포함한 이동통신3사 공히 초국적 자본에 대한 높은 배당을 통한 자본 유출, 과도한 경쟁에 따른 출혈적 마케팅 비용 부담, 통신망 중복투자 등의 부작용이 뒤따랐다. 따라서, 최근 일부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본료 폐지나 요금인하 요구는 결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같은 방식으로는 종내 통신 자본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요금제 변경 등 기만적 방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노조 건설이 시급하다

KT 민영화의 과정은 상시적 구조조정에 의한 분사 및 외주화, 인원감축, 복지 축소, 노동강도 강화 등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폭력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어용노조 집행부는 사측과 노사합의라는 이름으로 살인적 폭력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그 결과 19956만여 명에 달했던 KT 노동자들의 숫자는 2009년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2017년 현재 23천여 명으로 크게 줄어들고 말았다. 그리고 부족한 자리는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자회사의 차별적 중규직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채워졌다.

1995한통 사태로 널리 알려진 한국통신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는 97년 이후 노동조합 선거에서 연이은 패배와 사측의 강도 높은 현장 통제, 그리고 노사합의로 진행된 민영화 구조조정으로 조합원들의 개인주의와 무력감이 날로 심화하면서 이제는 쉽사리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KT에서 민주노조 건설의 의미는 단순히 어용노조 집행부를 교체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통해 자행된 자본의 고통 전가, 박근혜정부 들어 본격화된 노동개악(저성과자 해고제,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으로 무너진 현장을 되살리는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핵발전 문제에서 한수원 노조가 보였던 행태처럼, 기득권에 사로잡혀 사회적 대의에 반하는 요구를 앞세우는 오류를 넘어서고 계급적 원칙과 요구에 충실했던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를 계승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기에, KT민주화연대 역시 KT 민주노조 건설로 그 소임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통신 공공성을 실현하는 그 날까지, KT 민주화 이후에도 KT노동자들과 함께 더 큰 투쟁을 하나하나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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