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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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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양극화의 시대

 낡은 처방전을 폐기하고  

반자본 사회화로 나아가자 


강동진사회운동위원장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199711,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외환위기가 발발한 시점으로부터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부실기업들의 부도위기가 전 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이 19971110일에 이루어진 강경식 경제부총리와의 통화 이전까지 외환위기의 심각성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신자유주의 구조개혁

당시 한보그룹 부도에 이어 기아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부실기업들의 부도위기가 확산되고 있었다. 정경유착이라는 오래된 관습 속에서 자본시장 개방으로 자금조달이 더욱 수월해진 90년대 중반은 기업들의 채무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였다.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것도 문어발식 경영이라 불리는 재벌기업의 과잉투자로 인한 과도한 부채경영이었다. 당시 상장기업 전체 평균 부채비율은 450%에 이르렀다. 이러한 부채는 당연히 각종 금융기관들을 경유하여 조달된 돈이었는데,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된다. 이에 따라 종금사를 비롯하여 은행이 위기에 처하고 외환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이용하여 시장개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소용없이 국제자본의 한국 이탈은 가속화되기에 이른다. 일본·중국·미국 등에 금융지원을 요청했지만, IMF 구제금융을 고집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결국 IMF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IMF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은 외국투자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고금리정책 부실금융회사 정리 및 구조조정 경제개혁 재원마련을 위한 긴축재정 외환시장 규제철폐를 통한 자유변동환율제 도입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프로그램이다. 이 중 고금리정책과 긴축재정은 단기 안정화 프로그램으로, 나머지는 장기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19982, 김대중정부가 들어섰고 취임 이후 그는 IMF의 개입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제개혁에 착수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모토로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 IT산업 육성 지식기반경제로의 전환 벤처기업 육성 등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당시 시중은행을 비롯하여 각종 제2금융권에 모두 168.6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고, 2013년 말 현재 107조 원이 회수된 상황이다. ‘외환위기'39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대한민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듬해인 1998년 말 520억 달러로 증가했고, 2001년 말에는 1,028억 달러로 1,000억 달러선을 돌파했다. 2001823일에는 IMF 구제금융 195억 달러를 조기 상환해 IMF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그러나 노동자·민중은 지속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혹독한 터널 속에서 고통을 겪게 된다.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의 결과로써 재벌체제의 강화와 헬조선

IMF구조조정 프로그램인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의 터널을 지나온 결과, 무역수지는 199784억 달러에서 201710월까지 826억 달러 흑자로, 외환보유액은 1997226억 달러에서 20173,844억 달러로 증가하는 등 거시경제지표 중 일부는 나아졌으나 재벌의 지배력은 더욱 막강해졌다. 1997년 당시 30대 그룹이었던 재벌기업 중 11개 기업은 해체되고, 8개 기업은 30대 그룹에서 탈락하였지만 30대 그룹의 지배력은 여전하다. 1997년 상위 30대 재벌의 GDP 대비 자산비율은 90%에 육박했다가 200250%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13년 만인 201590.4%로 뛰어올랐다. 특히 30대 재벌 가운데에 4대 재벌로의 집중이 더욱 도드라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자산총액은 2011년 말 1,6425,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3178,000억 원으로 24.6%나 줄어들은 것에 반해 삼성·현대자동차·SK·LG 4개 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8649,000억 원으로 2011년 말 6476,000억 원보다 33.5% 증가했다.

재벌독점체제의 강화는 노동자·민중에게는 헬조선을 겪게 되는 과정이 함께 동반되었다. 199612.0%에 달했던 가계소득 증가율은 2016년에는 0.9%에 그쳤으며,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99652.7%에서 200690%까지 치솟았다. 기업은 부채의 짐을 덜었지만, 그 짐을 가계가 대신 지고 있다. 실업자 수는 199755만 명에서 2017년은 100만 명에 달한다. 청년 실업은 더 심각해져 5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상황이다.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둘로 나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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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IMF의 변신(?)과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지난 9IMF 라가르드 총재는 방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20년간 번영하는 선진 경제의 면모를 보였고 한국의 경제 성과는 고품질이라고 말했다. ‘저승사자라고 불리던 이가 헬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경제위기를 겪었던 나라에게 재정긴축과 금리인상, 시장개방 등의 가혹한 요구를 했던 IMF는 지난해 6월 내놓은 자체보고서에서 신자유주의 몇몇 정책이 경제 성장을 이끈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증가시켰고 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한 바 있다. 2015년 그리스의 채무위기 사태 때는 독일에 맞서 가혹한 긴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적도 있다. 지난 7, IMF는 세계은행 등과 포용적 성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아 성장을 위해서는 공공투자, 즉 재정지출확대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제출한 바 있다. 일종의 노선 전환(?)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IMF가 강제했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세계화되면서 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 효과가 널리 알려지고, IMF의 운영에 중국 등 신흥국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 작용하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도 방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한국 경제는 재정 여력이 충분한 만큼 육아와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얘기하며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과제로 제출하고 있다. IMF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놓았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김대중정부가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20년이 지난 후 무늬를 바꾼 IMF의 노선을 문재인정부가 이행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며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장기불황, 국가의 개입과 사회화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이미 장기불황에 접어들었다. 한국경제도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 철강, 건설업종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은 1996년의 80%에도 못 미쳐서 2017년 현재 70%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과잉자본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내세워 노동권에 대한 공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위기의 주범으로 과잉보호(?)되는 정규직을 내세워 해고 유연화, 노동조합 무력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확대, 파견 확대, 임금과 연금 및 노동시간 개악 등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 그대로 계승될 것이다. 결국,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더라도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된다.

장기불황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사회적 경제등 국가의 개입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연방정부의 재정축소에도 불구하고 연준을 통한 시장개입을 지속하고 있고, 유럽과 일본의 양적완화도 중단 없이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 중동,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국부펀드를 확대하여 국제금융시장 내에서 국부펀드의 영향력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자본의 과잉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국제적으로 민영화는 서서히 퇴조하고 있고 곳곳에서 재국유화의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형식적 사회화, 자본주의적 사회화 국면이 국제적으로 조성되고 있는데, 이를 실질적, 민주적 사회화로 바꿔내기 위한 국내외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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