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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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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구조에 맞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3)

 

김혜진비정규교안작성팀

 


전체 노동자의 43%가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다. 여성이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많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하청노동자이기 때문에 중간착취로 임금을 빼앗긴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고, 일상의 여유와 미래의 희망을 빼앗긴 채 하루하루를 버티게 된다. 그런데 기업은 임금이 낮은 것을 노동자 책임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현실에 순응하고 무력해진다.

 

저임금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저임금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조를 만들어서 임금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서울지역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함께 싸워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공식을 깨고 생활임금 쟁취로 나아갔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해지의 두려움 때문에, 그리고 원청이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특수고용의 경우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손배와 해고의 위협 때문에 노조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바꿀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래서 주목하게 된 것이 임금의 최저선을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1986년에 도입되었지만, 노동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법정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았고,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자들의 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비정규직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은 임금이 점점 낮아져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었고, 그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자신의 임금이 인상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에 주목하여 2000년 초반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투쟁이 시작되었고, 이제는 최저임금 투쟁이 저임금 현실을 극복하는 사회적 투쟁이 되고 있다.

최저임금 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극복을 위한 중요한 투쟁 매개가 되려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선은 최저임금이 적어도 생활할 만한 임금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 생활할 만한이라는 말은 대단히 추상적이다. 그런데 생활할 만한 임금의 수준은 그 사회로부터 규정되는 것이라서 그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인간답게 살려면 한 달에 책은 몇 권 구매할 수 있어야 하는가, 경조사는 몇 번 가는가, 외식은 몇 번 해야 하고, 통신비는 얼마나 지출해야 하는가 등 한 사람의 인간다운 삶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다. 물론 이 생계비의 결정은 대단히 정치적이고 계급적인 논쟁을 수반한다.

 

최저임금 투쟁의 진전을 위하여

또 하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지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고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위원 9, 사용자위원 9, 공익위원 9명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삼자간의 논의로 결정이 되기보다는 노사 양쪽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내면, 공익위원들이 그 범위 안에서 인상 구간을 설정하고 그 구간 안에서 결정되는 양상을 반복했다. 결국은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최저임금을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전환하려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을 기준을 결정하는 정도로 최소화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부분을 노정교섭으로 이루어지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017만원행동을 통해 생활할 만한 수준으로서의 만원을 노동자들의 사회적 투쟁으로 쟁취해보고자 했으나 결국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에 기대게 되었다. 16.4%라는 인상률에 7,530원이라는 높은 수준의 인상이 이루어졌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권위를 수용했을 뿐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으므로 정부에 기대는 최저임금인상이 지속될 것이다. 기업은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넓히거나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시키는 등 최저임금인상의 효과를 없애서 제도임금은 오르되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최저임금은 여전히 중요하다. 임금에 대한 생계비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사회적 과제로 만들어나간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전체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함께 투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렇지만 제도임금으로서 최저임금이 사회적인 투쟁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생계비를 사회적 논쟁과 투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고, 그에 기반하여 최저임금의 기준선을 설정하되, 노동자들이 온 힘을 모아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노정교섭의 틀도 확보해야 한다. 그럴 때 최저임금 투쟁은 사회적 임금투쟁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조직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스스로 이런 임금인상 투쟁에 동참할 수 있을 때 제도도 힘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