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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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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위기 해결,

전도된 착시를 벗어나야

 

장혜경기관지위원회


 


2017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중심 이슈 중 하나는 북핵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정권이 교체되었으니, 전임 정부와는 달리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 전망이 퍼졌다. 그러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오히려 올해 한반도 전쟁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었다.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북의 핵 포기 없이는 대화도 없다이며,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했던 전임 정부들과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2012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북한의 목표와 맞물려, 한반도를 초긴장상태로 만들었다. 북한은 올해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 14호를 시험발사했다. 9월엔 6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11월엔 화성 15호를 시험발사했다. 미국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는 화성 15호 발사실험 후,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까지 하였다.

이런 북한의 행동에 대한 한미정부의 대응은 보다 강화된 제재와 압박이었다. UN을 동원한 제재와 미국의 전략무기를 동원한 연합훈련이 강화되면서,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해나갔다.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히 파괴”, “모든 옵션 고려와 같은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북한을 자극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까지 지정했다. 문재인정부도 한반도에서는 전쟁은 안 된다고 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적극 동참하였다. 남한만의 독자제재까지 추진하는가 하면, 미국산 무기구매를 통해 트럼프의 잇속을 채워주었다. 유사시 북한 지도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부대를 육군 산하에 창설했다. 그리하여 올해도 대북 압박북핵 고도화압박 강화북핵고도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북핵과 ICBM의 고도화와 대북 압박·제재가 강화되면서, 그만큼 긴장은 격화되었다.

 

두 극단 - 남한 핵무장론과 북핵 지지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등의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기지를 선제타격해야 한다는 전쟁불사론이 터져 나왔다. 남한 전술핵 배치나 남한 핵무장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선제타격론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 함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실질적인 전쟁상태로 몰아넣을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남한 전술핵 배치남한 독자핵무장론도 마찬가지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는 물론 일본의 핵무장까지를 불러오면서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을 낳을 것이며, 없어져야 할 핵무기를 통해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이런 주장이 미국을 한미동맹에 확실히 묶어두려는 포석에서 진행되는 것이어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맹목적인 한미동맹은 미국의 동북아패권 관철을 위한 볼모로 한국을 내맡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미중 간 대립에 한반도가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사드 배치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추진은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의 극단에는 북한 핵무장 지지론이 있다. 북한의 핵보유가 미국의 대북전쟁을 막아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민족주의 관점에 입각해 남북통일이 되면, 북핵은 한민족을 지키는 남북공동의 전략자산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전쟁불사론, 남한 핵무장론을 다른 극단에서 정당화시켜 주는 논리로 귀결될 수 있다. 핵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할 무기라는 점에서도 올바르지 않다.

 

한반도 위기의 근원을 따져봐야

북핵문제를 거론할 때, 한국사회에는 일부 진보세력까지 포함하여 암묵적인 전제가 널리 퍼져 있다.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북한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도된 착시에서 벗어날 때, 한반도 위기를 끝낼 수 있다. 상식과는 반대로 북핵문제의 근원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시달렸다. 맥아더의 압록강 지역에 대한 핵무기 사용 주장, 휴전협상 기간 중 북에 대한 핵위협, 50년대 이후 남한에 배치되었던 전술핵이 그것이다. 1990년대 초 남한에서 전술핵은 철수되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미국은 해상이나 본토에서 북의 목표지점까지 30분이면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 한미는 선제핵공격을 포함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비해 북한은 남한과 다르게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핵우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카다피가 미국에 의해 제거되는 것을 보았다. 북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북미수교를 추진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1994제네바 합의2005‘9.19 공동성명도 미국 측에 의해 파기된 경험을 겪었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자신의 패권 유지를 위해 북한과의 합의를 깨면서까지 북핵을 의도적으로 방치해왔다. 북핵을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사드배치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을 보아도 이는 분명하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체제생존용이자 경제지원 및 북미수교를 위한 협상무기로써 핵을 보유하게 만들었다.

핵을 통해 핵을 막는다는 북한의 행보를 우리가 지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핵위기를 불러온 1차적 책임이 미국에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정책과 대북 적대정책, 맹목적 한미동맹이 끝나야 북핵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올 한해 북핵을 매개로 고조된 한반도 전쟁위기는 이런 전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