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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혐오세력이 무서운

공영방송 EBS

 

소성욱사회운동위원회

 

[사진 : EBS 까칠남녀 화면 캡쳐]  



공영방송 EBS의 프로그램인 <까칠남녀>는 그동안 한국사회 언론이 쉬쉬하고 감추기 바빴던 민감한 의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성평등 토크쇼다. 성평등을 앞세운 프로그램에 걸맞게 <까칠남녀>는 민감한 의제인 피임, 맘충, 고정적인 성역할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다뤘으며 그뿐 아니라 성소수자LGBT 이야기를 특집으로 편성해 2회에 걸쳐 방송하기도 했다. 은하선 작가는 그동안 <까칠남녀>를 통해 성평등한 관점으로 한국사회의 심각한 여/남간의 권력관계 문제를 속 시원하게 다뤄왔으며 본인 스스로 양성애자Bisexual라고 커밍아웃하기도 했다.

 

<까칠남녀>, 그리고 은하선 작가의 소중함

성평등 관점에서 여러 의제를 다루고 성소수자 특집까지 방송한 <까칠남녀>는 우리에게 있어 무척이나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동안 어느 방송에서도 다뤄주지 않았던 성평등 의제에 대해 양성애자로 커밍아웃하며 여성으로서 직접 이야기 해준 은하선 작가의 존재는 더없이 빛났다. 억압과 차별에 짓눌려왔던 여성/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잘 해주었을 뿐 아니라, 직접 본인의 존재를 드러내며 많은 여성/성소수자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용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에서, 그것도 교육방송에서 여성/성소수자 의제가 성평등 관점에서 잘 다뤄졌다는 것은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여성/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억압과 차별의 이야기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은폐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 남성에 의해, 기득권에 의해, 비성소수자에 의해 그렇게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는 손쉽게 지워지곤 했다. 하지만 <까칠남녀>, 은하선 작가가 그동안 가려졌던 여성/성소수자의 역사와 존재에 대해 공영 교육방송을 통해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며 균열을 일으켰다. 이는 한국사회가 조금 더 평등해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변화를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공적 영역에서 여성/성소수자의 의제가 성평등 관점에서 다뤄진 것은 여성/성소수자의 많은 목숨을 살린 것과도 같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무수한 혐오 공세들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성평등을 향해 전진할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그러나 지난 113, 은하선 작가는 갑자기 일방적인 하차통보를 받았다. 류재호 책임피디는 은하선 작가의 하차를 결정하고 <까칠남녀> 프로그램 제작진을 통해 하차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EBS의 공식입장은 다음과 같다.

 

제보된 민원 2건을 검토한 결과 은하선 씨가 공영방송인 EBS 출연자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담당 CP의 최종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다. 은하선 씨 하차는 성소수자 방송에 대한 반대 시위와 무관하며 성소수자 탄압이나 정치적 탄압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오히려 EBS의 공식입장에서 역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은하선 작가 하차의 배경에는 보수 혐오세력의 지속적인 반대 시위와 압력이 있었다. 우리는 은하선 작가에 대한 EBS의 일방적 하차 통보가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의 결과라고 이해한다. ‘제보된 민원 2이라는 것도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제보한 민원들이었다. 결국 EBS는 은하선 작가에 대한 하차 통보를 통해 <까칠남녀>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성평등을 향한 사회적 열망을 치기 어린 장난으로 폄훼하고 말았다. 이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퇴행하는 조치이다.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변화의 기회를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의 막무가내 혐오논리를 핑계로 허무하게 저버렸기 때문이다. 은하선 작가의 <까칠남녀> 출연과 그간 행보 덕분에 조금 숨통을 틀 수 있었던 수많은 여성/성소수자들은 보수 혐오세력의 탄압에 굴복한 공영방송 EBS의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감동이 아닌 서러움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사실, 분노하고 있는 이는 여성/성소수자들만이 아니다. 언론인, 교육인도 함께 분노하고 있다. 이 사태는 비단 성평등의 후퇴일 뿐 아니라 언론과 교육의 후퇴이기 때문이다. E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지켜내지 못한 동시에, 성평등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이에, 지난 122일 오전, 40여 개의 여성성소수자언론교육 단체들은 일산 EBS 건물 앞에서 은하선 작가의 하차 철회, 방송 복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항의했다. EBS가 공식적으로 민원을 핑계 삼았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혐오세력이 EBS에 그랬듯, 똑같이 민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아직 EBS에게는 기회가 있다. 혐오세력의 부당한 압력에 무릎꿇지 말고 은하선 작가를 복귀시키면 된다. 성평등을 갈망하는 이들의 분노에 주목하고 공영방송답게 다시 성평등을 이야기하면 된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성평등한 가치관 확립과 공감대 형성에 EBS가 앞장서야 한다. EBS가 두려워야 할 대상은 혐오세력이 아니라 성평등을 위해 싸우는 이들이어야 한다.

EBS는 성평등을 향한 변화에 함께할 것인가, 혐오세력에 굴복하여 시대에 역행할 것인가? 여성/성소수자와 이 세상의 억압받는 모든 이들은 은하선 작가와 함께 끊임없이 직접 목소리 내며 EBS의 진심어린 반성과 변화를 두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