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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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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을 읽고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길


대중적 사회주의 운동에 기여하는 작업이고 싶다



지난해 여름부터 전체 120여 권 분량의 레닌 전집을 한국어판으로 출판하는 방대한 작업이 <도서출판 아고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레닌 전집은 레닌이 1893년부터 1923년까지 30년 동안 썼던 글들로 구성된다. 아고라 출판사의 작업은 단순히 레닌의 저작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행되는 전집을 주제로 온오프라인에서 책읽기 모임을 열기도 하고, 독자 모임을 통해 출간되지 않은 원고의 교정 작업을 열성 독자들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아고라 출판사의 김찬 대표를 만나, 레닌 저작을 출간하게 된 배경과 의의,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았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반갑습니다. 저는 변혁당 서울시당 서부분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찬이라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도서출판 아고라>2006년에 만들어진, 올해로 12년째 되는 나름 중견 출판사입니다. 저희 출판사가 현재 표방하고 있는 기치랄까요? 그걸 두 단어로 표현하자면 계급대중이 아닐까 싶어요. 한마디로 아고라는 계급적 대중 출판을 지향하는 곳이지요.

 

Q 그동안 아고라에서는 어떤 도서들을 출간해오셨나요?

A 처음에는 독서 초보자를 위한 입문용 소설책들을 주로 출간했었어요. 그 중에서도 중국 소설이나 장르 소설 계통을 많이 다뤘었는데요, 당시에는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을 소개하려고 무던히 애썼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장르에서 오는 한계일진 몰라도, 아고라가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진 못했어요. 결국 2010년 무렵에 사회과학 서적을 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러면서 출간하게 된 책이 홍익대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유령, 세상을 향해 주먹을 뻗다라는 르포 문학이었죠. 이 책을 시작으로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전체 분량이 120여 권에 달하는 레닌 전집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저작(<마르크스>, <2인터내셔널의 붕괴>, <사회주의와 전쟁>, <제국주의, 자본주의의 최고단계>, <맑시즘의 희화와 제국주의적 경제주의>)들을 연달아 출간했습니다.

 

변혁의 무기로서 사회과학 필요성 여전히 유효해


Q 갈수록 상업성이 짙어져가는 국내 출판 환경에서 특히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대중의 외면을 받기 십상인데요.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저희가 짐작키도 어려운 애로사항들이 정말 많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출판시장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재미난 컨텐츠들도 덩달아 늘어났고, 지하철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에 비해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게 된 그 때부터 출판시장도 침체기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디지털미디어의 확산이 출판시장 불황을 부채질한 측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게다가,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점차 사라지게 된 시대적 배경도 사회과학이 대중적 이목을 끌 수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이런 특성들이 저희 같은 중소규모 출판사들에게는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성주의, 페미니즘 관련 서적들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잖아요. 촛불항쟁 이후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적 조류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근본적인 변혁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인식이 사회 저변에 팽배한 듯 보이지만,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혁명적 사상 역시 박물관의 낡은 유물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내 삶을 바꾸고자 하는 대중적 열망 자체는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 삶의 미시적인 변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물론, 변혁적 전망에 대한 대중의 냉소나 불신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사회변혁이나 계급투쟁의 전망을 제시하는 출판물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고민되는 지점은 컨텐츠의 생산 능력인 것 같아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면 사회과학 저술가들이 적은 편은 아니예요. 그런데, 아고라 출판사가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계급적 대중투쟁을 고민하는 저자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출판시장의 위축보다 이게 더 큰 문제일 수 있어요. 사회주의운동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컨텐츠, 그리고 이를 생산해낼 저자의 부재가 지금 부딪히고 있는 또 다른 난관이기도 합니다























공동의 론과 실천을 조직하는 모임이 절실했어요


Q 지난해 아고라 출판사에서 레닌북클럽활동을 제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모임을 구성하게 된 연유가 궁금합니다.

A 만약에 레닌전집 출간이 부자들의 서가 장식품으로나 여겨진다면 솔직히 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닌 전집에 담겨진 내용들, 그러니까 이 책의 출간 의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나아가 어떤 실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물론 이런 과정들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당분간 출판사가 매개고리 역할을 자임하면서 독자들을 모아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런 생각으로 레닌북클럽을 제안했어요.

동시에 출판시장 자체가 레닌주의 같은 사회주의 이념이 대중적으로 유통되기엔 여러 모로 한계가 많기 때문에, 레닌 전집의 보급도 출판사 혼자서 감당하기엔 만만치 않은 일이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읽는 사람들이 공통된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독서도 같이 하고 판매촉진을 위한 고민도 다각도로 함께 하기 위한 북클럽이 필요했어요. 아무튼, 가장 중요한 것은 읽고 배우며 함께 실천하는 것, 이런 취지가 일차적인 것 같아요.

 

Q 과거 국내에서도 레닌 저작을 선집 형태로 출간한 적은 있었지만, 방대한 양의 전집을 완간하겠다는 계획은 아마도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작업이 결실을 맺으려면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텐데요.

A 아무래도 자본주의사회에서 출판하는 거니까,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출판 비용으로 소요되는 재정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어요(웃음). 권당 3천 부 판매를 손익분기점으로 잡고 있는데요, 국내 출판시장 사정으로는 이조차도 쉽지 않은 목표죠.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CMS를 통한 정기후원 제도를 마련했어요. 매월 1만 원씩 정기후원하는 회원에게 1년간 레닌 전집 10권을 증정하는 방식이죠. 정기후원자 500명 정도를 모집하면, 앞으로 레닌 전집 120여 권을 완간하는 계획에 큰 차질은 없을 것 같아요. 일단 십년대계를 세웠으니, 당분간 CMS 정기후원을 모집하는 데 주력하면서 출간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책자 판매를 위한 가장 큰 홍보 수단은 결국 책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레닌 저작이 꾸준히 출간되면 입소문을 타고 책을 구입하고 읽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겠죠.

    

대중적 사회주의 운동의 촉매제 역할 하고파


Q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지 100년이 넘어선 지금, 레닌 전집을 간행하는 현재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알튀세르는 자본론 1권 출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1967년에 자본론 다시 읽기를 주창했었대요. 그리고 지젝은 2002년부터 유럽에서 그의 일파들과 함께 레닌 다시 읽기, 레닌주의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몰두했었다고 해요. 어쩌면, 자본주의 위기와 횡포가 워낙 극심했던 시대 풍조에서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제기일 수 있어요. 물론 알튀세르나 지젝의 견해가 혁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신자유주의의 급속한 팽창이나 경제위기를 직접 목도하면서 새로운 대안 체제에 대한 갈망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에 이런 얘기들도 회자될 수 있었다고 봐요. 그래서 마르크스나 레닌을 제대로 알기 위한 작업들이 당시에 시도된 것이겠죠.

저희가 레닌 전집을 출간하게 된 계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성서가 라틴어로 만들어졌던 고대에는 성직자들만 성서를 읽을 수 있고 평민들은 이것을 읽을 줄 몰라서, 성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게 하나의 특권처럼 인식됐다잖아요. 레닌 저작들도 그동안 일부 엘리트들이 전유하다시피 하면서, 레닌주의에 대한 편견, 비과학적인 해석들이 범람했었던 것 같아요. 레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자면 내가 필요할 때만 갖다 쓰는 몹쓸 인용(...!) 이런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레닌주의를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사적 맥락, 문맥을 오독하거나 곡해하지 않는 것이 레닌주의를 제대로 알기 위한 출발점이겠지요. 그래서, 무엇보다도 대중적 사회주의 운동의 토대를 닦는 데 레닌 전집 출간 작업이 저는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사회변혁노동자당의 일원으로서 아고라의 작업을 접점 삼아 당원들과 함께 하고픈 일들에 대해 제언 부탁 드립니다.

A 우리 당 강령을 살펴보면, ‘사회주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레닌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당이 레닌을 학습하고 연구하고, 레닌주의를 질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작업에 좀 더 힘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당 부설 연구소라든지 이런 전문적인 기관이 있다면 좋겠지만, 우선 당원모임 차원에서 읽고 토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얼마 전에 수도권 당원을 중심으로 레닌전집읽기모임을 제안 드리기도 했는데요, 일단 레닌을 학습하자는 기본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차례 모여 차분히 읽고 맘껏 토론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임용현기관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