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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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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사회변혁노동자당 2018.02.15 21:27

비정규직운동의 현재와 방향(1)

: 현황과 극복해야 할 지점

 

심인호비정규교안작성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결할 권리를 위해서라도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고, 계약해지와 업체 폐업으로 일상적 해고 위협에 시달렸다. 날로 늘어가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자체도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되고 처절하게 투쟁하면서, 대공장 사내하청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경우는 최소한의 근로조건 개선이나 고용안정을 이루어내고 있다. 전국적인 대규모 조직화와 안정적인 교섭구조를 갖춘 비정규 노동조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지난한 투쟁의 과정 속에서 쟁취해낸 소중한 성과들이다.

 

품앗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연대 운동

지난한 비정규 운동의 과정에서 성과와 함께 많은 한계들도 있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순간 처절한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비정규직의 현실이 이런 문제점을 만들어낸 배경이기도 하다. 핵심 활동가들의 해고와 노동조합의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만 했던 상황은 당면한 문제에 매달리게 되는 일종의 실리주의적 경향을 강화하게 된다. 활동가들의 장기적인 성장과 비정규 운동의 전망을 공유하고 각 단위의 연대를 도모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비정규 노조들의 전국적이고 정치적인 연대는 어려운 사업장 간의 품앗이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는 의미 있게 성사되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힘 있는 정규직을 활용한다는 측면이 강했다. 정규직 노조 역시 비정규직 문제를 욕을 먹지 않는 최소한의 연대, 시혜의 관점으로 접근했다. 연대투쟁의 중요한 고리였던 ‘11노조의 기획은 기아자동차의 사례에서 보듯이 비정규 운동의 독자성을 제어하고 정규직 노조의 통제 하에 가두는 자본의 신의 한 수였다. 이것을 넘어서려는 순간,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을 분리시켜 버리는 만행을 최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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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과 처우 개선 위주의 실리적 경향 만연

비정규 주체들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을 공동으로 전개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사회적·정치적 과제들은 당위적 수준에서 받아들였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노동자성의 문제를 공동으로 제기하기는 했지만, 화물, 덤프(건설), 학습지 등 각 단위의 현안 문제가 언제나 일차적이었다. 비정규 권리 보장을 위한 투쟁은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로, 현장에서부터 제기되지 못했던 것이다. 각 단위의 어려운 상황에 맞는 법제도적 보완을 중심으로 한 입법청원으로 협소화되었다. 그마저도 시기별 캠페인식의 활동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법과 제도의 희생자이기에 누구보다 그것을 불신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법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노동자들의 조건이 있다. 원청 사용자성을 쟁취하기 위한 불법파견 투쟁은 정규직화라는 고용형태의 변화만이 강조되고 법적 소송의 문제로 협소화되고 말았다. 법적인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정권에 기대를 거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을 주도해온 이들에게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의탁하는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은 처음부터 노조 인정을 통한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대규모 조직화를 시도하고 성공하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직화의 모범이기도 하지만, 비정규직 운동의 관점에서는 고용과 처우 개선의 문제로 스스로를 처음부터 한정 짓는 문제가 있다. 대규모 비정규 노조는 노동조합 활동이 체계와 구조, 그리고 간부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서 현장과의 괴리, 운동과 투쟁이 아닌 관리와 동원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 왜 비정규직 운동을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되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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