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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삼성의 합작품,

이재용 3대 세습

 

이주용정책선전위원장


 

[사진 : 뉴스타파]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에 법원이 이재용을 석방한 핵심 논거다.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승계 작업 자체가 없었고, 따라서 경영세습을 위해 막대한 뇌물을 바친 범죄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삼성이 국정농단 재판과정에서 일관되게 내세운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결과 달리, 재벌에게 경영세습은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재벌그룹에서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2%대 남짓으로 극히 미미하다. 가령 삼성에 대한 이건희의 지분은 0.56%에 불과하며 일가친족 지분까지 합해도 0.99%로서 채 1%가 안 된다(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별 지분보유현황>, 20171130). 그러나 총수일가는 오너(소유주)로 군림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이 지배력은 계열사들이 쥐고 있는 그룹 내부 지분에서 나온다. 삼성은 총수일가 지분이 1%도 안 되지만 계열사 내부 지분은 44.87%에 달한다. 따라서 총수일가는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그룹 내 지분을 확보하고, 선대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을 때 상속세를 피하려고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른다. 삼성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이재용으로의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20년에 걸친 이 과정 역시 불법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총수일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으며 경영세습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가 자본과 결탁해 안정적인 세습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불법적 경영세습과 국가의 면죄부

1996년 이재용은 삼성에버랜드를 장악하며 경영세습을 본격화한다. 에버랜드는 테마파크라는 겉모습과 달리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였다. 이후 에버랜드는 2014년 회사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다. , 에버랜드 장악은 이재용이 삼성 전체를 지배하는 첫걸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재용 남매는 1996년 당시 에버랜드 주가의 1/1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지분의 62.5%를 매입해 손쉽게 대주주로 올라선다. 에버랜드 이사회가 이재용 남매에게만 헐값으로 이 거대한 지분을 배정했기 때문이다(‘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배정 사건’). 이건희와 삼성그룹 경영진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1999년에는 또 다른 계열사 삼성SDS도 이재용 남매에게 당시 거래가격의 12~13%에 불과한 헐값에 지분을 넘겼다(‘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사건’). 이후 삼성SDS는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로 급성장했고, 2014년 주식시장 상장으로 주가가 폭등하며 이재용 남매에게 300배 이상의 차익을 안겨주었다. 이에 대해 이재용 경영세습에 필요한 주요 계열사 지분매입자금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가는 삼성의 불법적 경영세습에 면죄부를 주었다. 2009년 대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고, 삼성SDS 사건은 집행유예에 그쳐 이건희가 감옥에 가는 일은 없었다. 이마저도 200912월 이명박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핑계로 유례없이 이건희 1명만 단독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범죄행위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이재용은 사법부와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경영세습의 기반을 다졌고, 박근혜 정권과의 뇌물거래는 그 연장선에 있었던 것이다.

 

삼성과 국가의 공모, 국민연금을 약탈하다

앞서 보았듯 이재용은 제일모직 대주주가 되었지만, 삼성을 지배하는 데 필수적인 최대 계열사 삼성전자 지분은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15,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과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 합병으로 이재용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합병비율이었다. 자산규모는 삼성물산이 훨씬 컸지만, 합병비율은 이재용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결정한 것이다. 그래야 이재용이 통합된 회사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은 자신들이 손해를 입는 이 합병비율에 항의했다.

여기에서 국가가 개입해 이 합병을 밀어붙였다. 기존 삼성물산 지분 11% 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비율로 인해 6천억 원의 손실을 입으면서도 합병에 찬성한 것이다. 반면 이 합병으로 이재용은 8조 원에 달하는 이득을 얻고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도 강화했다. 이는 공적 연기금이자 국민노후자금을 사금고처럼 사용해 막대한 손해를 끼치면서 재벌의 3대 세습에 동원한 범죄행위였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문형표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홍완선은 정권의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강제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형표와 홍완선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큰 이익을 누린 이재용이 풀려난 것이다.

법원은 이재용을 석방하면서 과거와 같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는 때로는 사법부를 통해, 때로는 정부의 직접 개입으로 삼성의 3대 세습을 적극 지원했다. 이번 판결로 삼성은 4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강요에 의해, 혹은 선의에 따라갖다 바치는 순진한 피해자로 둔갑했다. 또한 이로써 사법부를 비롯한 국가권력이 재벌체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하나의 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한 것이다.


*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

** 새 주식을 약정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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