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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기간제법 20, 노동자의 전망은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

종식에 있다

 

백종성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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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국정농단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의 노골적 공모였고, 그 목적은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의 강화였다. 우리는 이를 재벌체제라고 불렀고, 재벌체제를 지탱하는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의 청산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항쟁이 아니고서는 등장할 수 없었기에, 형식적이나마 소득주도성장론에 근거한 일자리 정책,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행보를 내걸었다. 문제는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 청산이 공정한 시장경제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계급적 성격·토대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그 형태가 어떠하건 시장경제의 주인은 자본이다. 결국 정부가 내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단계적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포괄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그 자체로도 한계적이었으나 이마저 퇴행 조짐이 뚜렷하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공약은 학교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률 2%, 직무급제 기반 가짜 정규직화와 자회사 간접고용 전환으로 끝난 인천공항 합의가 드러내듯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다. 단계적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줬다 뺏기’, 즉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소정근로시간 축소를 통한 저임금 노동체제 안착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은 휴일할증 축소 노동개악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잡탕이 되어가는 정부 경제정책이 뜻하는 것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은 주주자본주의론, 금융시장활성화론에 밀려 퇴행하고 있다. 2017 10정부는 일자리 대책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들고 나오며 창업대책을 고용정책의 일부로 분류했다. 창업으로 스스로를 고용하는 것이 일자리 대책이라는 논리다. 201712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 추세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정부는 3대 경제전략으로 일자리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내걸었다앞서 밝혔듯 일자리·소득주도성장론은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고, 둘째, 혁신성장론은 드론·자율주행차·재생에너지 등 핵심선도사업과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창업생태계 조성을 망라한 이윤창출 대책일 뿐이며, 셋째, 공정경제론은 소액주주권리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 행동규범) 제정 등을 내세운 주주자본주의론, 중소기업 보호론일 뿐이다.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건 중소기업이 경제를 지배하건, 기업의 규모와 노동자민중의 삶은 관련이 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윤리적이라는 증거, 중소기업 노동자가 대기업 노동자보다 행복하다는 증거 역시 어디에도 없다. 총수 지배를 주주의 지배로 바꾼다고 해서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주주도 기업 이윤이 축소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재벌의 셀프 개혁을 주문한 정부는 3세 승계조차 제어할 생각이 없다. 잡탕이 되어가는 정부 경제전략은 촛불항쟁을 경과한 대중과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체제를 원하는 자본 사이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현재를 그대로 드러낸다.

 

사회적 대화는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 유지 시도

정부는 대중에게 안정적 일자리와 충분한 노동소득을 줄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렇다면 가능한 것은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기업의 고배당을 유도해 대중에게 불로소득을 안기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향후 5년간 기금액 주식투자비중 45%까지 확대코스닥 투자비중 확대, 기금운용 목표수익률 5.1%로 상향을 결정한 것은 이 맥락이다. 정부는 금융시장 거품을 쌓고 있으나 이 거품은 위태롭기만 하다. 당장 자산시장 거품으로 지탱되던 미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다우존스 폭락과 함께 수정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변한 것도, 변할 것도 없다면 정부는 대중의 분노를 억눌러야만 한다. 분명히 세상은 그대로인데 무엇인가 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야만 한다.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를 청산하는 주체는 노동계급일 수밖에 없으나 노동계급 세력이 커지는 것은 정부의 기조와 충돌한다. 바로 그렇기에, 노동운동을 사회적 대화라는 경로로 흡수해 제도 안에 붙들어 매는 것은 정부에게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대화는 조직노동자들을 제물로 삼을 것

119일 문재인은 양대노총 간담회에서 유연안정성을 위한 산적한 과제가 많이 있다고 거론했다.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을 공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자본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비정규직도 정규직 못지않은 당당한 처우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대신 정규직에 대한 각종 보호제도를 경쟁국 수준으로 낮춰 기업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비자발적 실직 시에도 실업급여와 교육훈련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두산그룹 박용만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행한 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2017 3 23)이다. 파견법 20주년을 맞이하는 2018, 많은 비정규 노동자에게는 정규직 노동자가 자본가보다 더 미운 존재다. 그리고 정부-자본은 정규직 노동자, 조직노동자를 제물삼아 노동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파견법·기간제법 20, 민주노조 운동의 길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조직노동자들의 전망이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하다. 조직노동자들은 노동개악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틀을 깨야 한다. 연초 대두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휴일노동 할증률 인하 저지 투쟁, 무제한 노동을 가능케 하는 근기법 59조 폐기투쟁을 시작으로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의 전망을 확대해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의 처우개선에 그치지 않는 파견법·기간제법 폐지 투쟁, 특수고용 노동자를 사업자로 규정해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막는 노조법2조 개정투쟁, 노동3권 박탈하는 창구단일화 폐기투쟁의 전망 속에 불법파견과 노조파괴에 맞서는 현장노동자들을 결집해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을 이재용 석방으로 다시 불붙고 있는 재벌체제 해체투쟁과 연결해야 한다.

IMF 구제금융 국면 파견법·기간제법 제정 이후 20년이 흘렀다. 문재인 정부 아래 그 어떤 재벌총수도 노조파괴와 불법파견 비정규직 양성의 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재벌체제 해체투쟁, 반자본 사회화 투쟁을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의 종식이라는 전망 아래 연결하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내건 정부에게 더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기는커녕 하청노동자를 노동조합에서 내쫓고, 기간제교사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 노동운동의 2017년과 영원히 결별하자. 2018년 초, 민주노조 운동은 노동계급 주도 적폐청산과 노동개악 수용이라는 갈림길에 있다.